일요일엔 동네 성당

_Still Hot Summer

by 엉클테디

2018년 9월 23일 일요일 아침_


어제 늦저녁 맥주 한 잔 먹고 바로 뻗었다.

잠깐 새벽에 깨기도 했지만 푹 자고 일어났더니 엄청 개운했다.


매번 유럽 갈 때마다 새벽 4시부터 잠이 깨서 시차적응이 꽤 골치가 아팠는데 이번엔 어느 정도 시차가 빨리 적응이 된 것 같다. 엄마는 시차 적응이 처음이셔서 조금은 힘들었다고 하신다.


일주일 동안 새벽 3시쯤에 깨셔서 여행책 읽고 다시 주무셨다고 하신다.


주섬주섬 세면도구를 꺼내 시원하게 목욕을 하고 나와서 옷을 입었다.


처음엔 긴 화이트 셔츠를 입을까 했지만 창문을 열어보니까 햇빛이 엄청 쨍쨍하고

날씨를 알아보니까 꽤 더워 보여서 다시 반팔로 갈아입었다.


이미 숙소 또한 더웠다.

씻고 나와도 땀이 주르륵.


엄마 또한 더우셨는지 얇은 소매로 된 옷을 입으시고 챙모자에 선글라스 장착.


나갈 준비를 완료하고 나와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


계단에서 내려오는 길에

프런트 직원분이 인사를 건네신다.


Buon giorno!


우리도 웃으면서

Buon giorno!


그리고는 조식을 먹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손님들과 아침인사를 한다.

Good Mornig :)


여유롭고 정겨운 분위기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로 인사를 건네면서 아침을 시작하는 게 오랜만이다.


이 호텔 조식은 다른 호텔과는 다르게 직원분께서 직접 이것저것 가져다주신다.

그래서 우리도 잠시 직원분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직원분이 오신 후

Buon giorno! where are you from?


한국사람이에요.

South Korea :)


아녕하쎄요!


엄마와 나는 매우 반가워하면서

안녕하세요! 한국어 할 줄 아시는군요?


직원분께서 웃으시면서

초끔 할 줄 아라요. 라고 말씀하신다.


이탈리아에서 외국인이 한국어를 한다는 게 신기했다.

중국어도 아니고 일본어도 아니고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게 고맙기도 했다.


유럽의 어느 식당을 가거나 어느 현지 사람을 만나서 잠깐 이야기를 나눌 때


그들이 가끔 니하오라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만약에 상대방의 반응이 시큰둥하면 곤니찌와라고 인사한다. 그래도 상대방의 반응이 전과 다르지 않으면 그때부터 where are you from?이라고 한다.


아니면 '뭔가 내가 실수를 한 건가'라는 표정으로 약간 당황해한다고 해야 하나.


그러면 이제 내가 I'm from Korea.이라 하면

장난반 진담 반으로 South or North 물어본다.


그렇다.

마치 스무고개 하는 기분이다.


사실 맨 처음 유럽에 갔을 때 누군가 니하오라 인사를 건넬 때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 뭐지 인종차별인가.


근데 여행을 하면 할수록 그들이 왜 동양사람들을 만나면 니하오라 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보다 중국 사람의 인구가 훨씬 많고 전 세계 어딜 가나 있으니

그들이 보기엔 동양사람들 대부분이 중국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나 또한 웃으면서 에이 당연히 남한 사람이지. 하고 대화를 이어간다.


물론 어떤 이들은

먼저 Hi, (Nice to meet you.)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물어보면서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매번 드는 생각은 아직까지 한국이라는 나라가 덜 알려져 있는 걸까.

K pop과 한국 드라마가 꽤 유명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하긴 또 생각해보면 우리도 유럽 사람 미국 사람 호주 사람을 디테일하게 구분할 수 없으니.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아마 우리들도 그들과 같은 실수를 하고 있진 않을까.


서양사람들만 보면 Hi, Hello 인사를 건네지만 영어권 국가가 아닌 사람도 있을 텐데.


우리도 너무 성급한 일반화를 하는 건 아닌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곤 조금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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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커피와 함께 빵 몇 조각을 먹는다.


조금만 먹어도 배부른 것 같아.


본격적으로 로마를 구경하기 전에_


일요일이라 주일미사를 보러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으로 갔다.

엄마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해서 :D


비록 덥지만 날씨는 참 좋다.

아니, 비록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진심 개 더웠다. 한국의 8월 날씨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세먼지 없이 맑은 아침 공기와 함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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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시간이 다가왔는지 성당에서 종소리가 울린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종소리가 좋다.

보통은 삼종 기도할 때나 정각을 알릴 때 울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시간을 확인해보면 또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오랜만이구나.


종소리


성당가는 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


로마 4대 바실리카 중 한 곳.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예배당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져온 황금으로 장식한 격자무늬의 천장화가 매우 화려하다. 이성당에도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처럼 성스러운 문(또는 천국의 문)과 발다키노, 교황의 제단이 있다. <출처_프렌즈 이탈리아>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

성당을 들어가기 전에 짐 검사를 꼼꼼하게 했다.


성당 뒷편

내겐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방문은 처음이 아니다.

2016년 1월 초쯤에 로마에 와서 들렀던 곳 중 하나였기 때문.

물론 그 찡얼이 녀석과 함께 왔던 곳이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아마 내가 다른 나라보다 유럽을 좋아하는 건

몇 년이 지나고 몇십 년이 지나도 늘 그 자리에 변함없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엄마께서는 처음 본 유럽 성당이 신기하신가 보다.


아들, 여기 성당 진짜 이쁘다.


금빛으로 물든 천장과 곳곳에 근사한 성화.

중간중간 성당에 새겨진 화려한 조각품.


매번 보다 보니까 감흥이 조금씩 없어지긴 했지만 나도 처음에 유럽 성당에 갔을 때 모든 게 신기했다.

명동성당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유럽엔 이쁘고 화려한 성당들이 많다.


몇 분 정도 구경하신 후

미사 시간에 맞춰 자리에 앉는다.


주위를 살펴보니 우리만 한국 사람인 것 같다.

성당을 구경하는 한국인 여행객은 많지만 미사를 참여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는 듯하다.


미사 시작 전 잠시 눈을 감고 묵상을 한다.




로마에서의 주일미사_


웅장한 오르간 반주와 함께 이탈리아어로 된 입당 성가가 시작한다.


그리고 신부님 입장.


이탈리아 신부님은 지극히 연세가 있으신 할아버지 신부님이시다.

푸근한 인상과 온화한 미소로 사람들을 반겨주시는 것 같다.


유럽엔 젊은 신부님보다 할아버지 신부님이 더 많으셔서인지 왠지 더 정이 가는 곳이다.


미사는 당연히 이탈리아어로 진행되지만 엄마와 나는 눈치껏 알아들으면서 미사에 참여한다.


유럽여행을 할 때마다 매번 주일에 미사를 드리러 가는데

어느 곳을 가든지 미사 양식과 순서는 비슷한 것 같다. 어느 정도 눈치가 있으면 같이 참여할 수 있다.

비록 언어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대답하는 건 똑같은 것 같다.


신부님 강론도 듣고 봉헌금도 내고 사람들과 평화의 인사도 나누고 성체도 받아 모셨다.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11시 30분 교중미사 입장



성당 내부

유럽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미사는 바르셀로나 대성당 교중미사였다.

유럽에서 나의 첫 미사였기 때문에 제일 기억에 남는다.


연세가 있으신 할아버지 신부님께서 성찬 전례 때

무반주로 그레고리오 성가로 미사를 진행하실 때 감동에 벅찼다.


여러 신부님들이 많으셨음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 신부님께서 선창을 하시는데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마치 전쟁터에서 어린 병사들을 이끄는 노장의 투혼이랄까

pixabay.com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_


아마 성당 다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 문구가 얼마나 가장 설레는 문구인지를


미사가 끝나고 나서 거리에 다시 나선다.

날씨가 참 맑구나.


엄마 우리 어디부터 갈까?


엄마바람 따라 구름 따라가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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