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근데 나 지금 떨고 있니
10월의 어느 아침같이 선선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여행하기 좋은 날씨.
두 번째 유럽여행이지만 떨리는 건 매한가지.
자기 전엔 이번엔 좀 푹 자고 일어나자 했거늘 결국 밤잠을 설쳤다.
깊은 잠을 못 자고 엎치락 뒤차락 하다 보니까 눈이 뻑뻑하다.
아직은 해외여행을 간다는 게 낯선가 보다.
더구나 머리털 타고 처음으로 혼자 여행 가는데 당연하지.
언제쯤이면 익숙해지려나
아침을 간단히 먹고 만발의 준비를 한다.
여권, e티켓, 체크카드, 휴대폰 등등 내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할 것들을 확인한다.
또 안 챙긴 게 뭐가 있을까
나의 멘탈?!
부모님께서는 혼자 가는 아들이 걱정이 되셨는지 도착하자마자 연락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첫 번째 여행 때보다는 덜 걱정하시는 것 같다.
나 또한 첫 번째 여행 땐 청심환을 먹고 비행기를 타야 하나 고민을 하기도 했다.
네. 저 쫄보입니다.ㅋㅋㅋㅋ
아직 부모님 눈엔 22살 어른이인가보다.
공항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밖을 바라본다.
날씨 참 좋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여행을 떠난다니.
긴장되는 마음이 앞서지만 그래도 신이 난다.
거리는 평소와 같이 사람들이 바삐 움직인다.
목요일이라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항상 목요일은 다음날이 금요일이라는 이유로 왠지 모르게 힘이 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렇다고 한다.
바깥 구경을 하다가 잠시 잠을 청한다.
-1시간 반 후-
서서히 인천공항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한다.
거의 다왔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린다.
몇십 분 후 버스가 출국장으로 올라가고 정차를 한다.
10개월 만이구나 인천공항
출국 시간은 오후 1시쯤이었다.
하지만 비상구 자리를 앉기 위해 거의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
과연 비상구 좌석이 있으려나.
체크인을 하러 대한항공으로 갔다.
비상구 자리는 역시나 만석.
최대한 편하게 가기 위해 제일 앞번호의 이코노미 좌석이 있는지 물어본다.
다행히 한자리 남았다고 한다.
가끔 내가 타고 가는 비행기의 좌석이 어떤지 확인하고 싶을 때
시트 구루(seatguru)라는 사이트를 이용한다.
물론 이코노미는 거기서 거기지만
여러 사람들의 후기를 바탕으로 어느 좌석이 괜찮은지 불편한지 알려준다.
날짜, 비행기 편명, 기종만 조회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그 좌석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
나름 땡잡았다고(??) 생각한다.
체크인을 한 후 위탁 수화물을 붙인다.
중간에 이탈 없이 부디 잘 도착했으면..
체크인도 했고 위탁 수화물도 붙였다.
아직 2시간 넘게 남았다.
이제 뭐하지.
공항에서는 체크인, 위탁 수화물 붙이기, 보안검색, 출입국심사, 보딩패스가 전부.
막상 체크인하고 위탁 수화물 붙이고 시간이 남으면 할 게 없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다.
더구나 10월이면 아직 비수기니까 그럴만하기도 하다.
여행은 역시 비수기에 가야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여유로웠던 적이 있었을까.
거의 9개월 이상을 쉬지도 않고 일했으니.
오랜만이다.
이렇게 멍 때리는 시간
살면서 어느 정도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뒤돌아 봐야 할 땐 잠시 멈춰서 어디까지 왔는지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점점 비행기 탑승할 시간이 되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줄을 서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비행기 탑승을 하겠습니다.
하나둘씩 표검사를 한 후 들어간다.
항상 이때가 제일 설렌다.

다리를 쭉 필수 있다는 점이 좋다.
단지 아쉬운 건 세 자리 중에서 가운데.
이 당시 내가 앉은자리가 전문용어로 벌크석(block seat)이라 한다.
앞이 의자가 아닌 벽으로 되어 있는 좌석으로 다른 좌석에 비해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넓다는 장점.
하지만 좌석이 보통 비상구 옆 좌석, 기내의 주방이나 화장실 근처에 위치하기 때문에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으며 소음이 많다는 단점.
이런들 또 어떠하며 저런들 또 어떠하리.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중간중간 기내식도 먹기도 하고 아무튼 간에 장시간 비행은 역시 힘들다.
서서히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
주로 이용하는 항공사가 에어 프랑스와 klm 또는 운 좋으면 코드셰어로 파리행 대한항공
그래서 파리 샤를 드골 공항과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은 정말 많이 갔다.
언제쯤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여행할 수 있으려나
환승을 하기 위해 게이트로 이동.
이번에도 어김없이 게이트가 바뀌고 약간 당황했지만 차분하게 바뀐 게이트로 이동했다.
다행히 바로 옆 게이트라 문제는 없었다.
예전에 로마에서 한국 오는 길에 게이트 바뀐 거 모르고 넋놓고 있다가 아찔했던 적이 있었기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긴장을 하게 된다.
파리에서 리스본까지는 에어프랑스.
밤 비행기라 그런지 공항이 조금 한산하다.
경유가 3시간이라 기다릴만하다.
하지만 체력은 이미 방전.
그렇게 다시 최종 목적지인 리스본행 야간 비행기를 탄다.
리스본 공항 도착.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밤 11시가 되어가고 있다.
음, 시간이 꽤 늦었구나.
짐을 찾고 이제 입국장을 나가면 된다.
수화물을 찾으러 갔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고 한두 사람씩 자기의 짐을 찾아서 나가기 시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뭐 조금 늦게 나오려나보다 했다.
서서히 사람들이 빠지기 시작.
한 30분이 지났으려나
내 수화물만 안 나오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신이시여. 어찌 제게.
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게 뭔가 술술 잘 풀린다 했어.
현실을 애써 부정하려 했지만 불안감에 휩싸였다.
몇 분 기다리다가 정말 안 나오면 분실물 센터든 어디든 찾으러 가자.
그러자 갑자기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익숙한 캐리어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컨베이어 벨트에 툭 올라왔다.
어..?

어...?!

캐리어!!!!!!
드디어 나왔구나.
안도의 한숨을 쉰다.

시간은 자정이 되어가고 짐은 안 나오고 공항버스 막차시간은 다가오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딱 타이밍이 절묘하게 나와주다니.
아마 이때가 여행하면서 아찔했던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생각건대 짐이 늦게 나온 이유는 인천공항에서 너무 일찍 짐을 붙여서 나오는데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아무쪼록 짐도 무사히 왔으니 얼른 공항버스 타고 숙소 가자.
다행히 막차 전 시간대인 공항버스를 탔다.
Obrigado.
숙소는 정류장에서 걸어서 한 10분 정도 걸렸다.
숙소에 오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체크인도 하고 짐 풀자마자 얼른 씻고 잠에 든다.
하루가 참 길다.
여행을 할 때에는 인내심, 용기, 유머,
그리고 작은 돌발 사고에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 아돌프 폰 크니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