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쩌다 또 떠나게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까 싶었다. 2019년이 시작되었을 무렵엔 당분간은 유럽으로 갈 일은 없을 거라 했거늘.
늘 새로운 여행을 준비할 때 느낀 건 어떻게든 떠나려고 하는 의지만 있으면 불현듯이 또 떠나게 되더라.
출국 전날은 여러모로 바빴다. 한 달 이상이니까 준비할게 많았다. 한 달 동안 비상식량으로 이것저것을 챙겨야 했고 30일 이상이라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의 출국 전날엔 친형이 2주간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이라 마중을 나가야 해서 아침부터 정신없었다. 더구나 오전 6시쯤 도착했다고 해서 부랴부랴 나갈 채비를 하느라 바빴다.
공항을 다녀오고 나서 집에서 형이 짐을 풀 때 나는 짐을 쌌다. 뭔가 상황이 웃겼다. 더 재밌는 스토리를 적자면 친형이 12월 중순에 출국해서 12월 말쯤에 들어왔고 그다음 날 내가 출국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한국으로 귀국한 날 부모님 두 분이 출국하셨다.
어쩌면 역마살은 집안 내력일지도 모른다.
짐을 얼추 다 싸고 나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언제나 출국 전날과 귀국 날 메뉴는 삼겹살이다. 저녁도 먹었으니 다시 한번 더 체크할 거 체크하고 잠을 잤다. 하지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한 번도 편히 잔적이 없었다. 이번엔 긴장을 했다기보다는 설레서 잠이 잘 안 왔다.
인천대교를 지나
오전 6시. 뜬 눈으로 밤을 보내고 잠에 드려던 찰나에 다시 일어났다. 이른 아침이라 밥은 공항에서 먹는 걸로 하고 온 가족이 함께 인천공항으로 갔다. 겨울이라 그런지 밤이 길었다. 깜깜한 새벽 인천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처음엔 조금 막힐 것이라 생각했다. 그 이유는 연말이었고 며칠 후 크리스마스 시즌이 껴있어서 여행 가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여유로워서 시간에 쫓기는 일은 없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 아침으로 한식을 먹고 커피 한잔도 하면서 오랜만에 공항의 분위기를 즐겼다.
공항은 매번 올 때마다 설레는 곳이다. 출국장과 입국장 두 곳의 온도는 비슷하다. 출국장은 이제 막 어디론가 떠나려는 사람들의 분주함으로 조금은 어수선하지만 대부분 들떠있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반면에 입국장은 반가움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긴 여정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에 시원섭섭한 표정으로 입국장을 나오는 이들과 그들을 반기는 가족과 친구들로 또 다른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그래서 '공항'이라는 곳이 주는 분위기와 감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물론 공항에서 일을 하거나 비즈니스로 공항을 자주 오는 이들을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륙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부모님과 뜨거운 포옹을 하고 일찍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아들 잘 다녀와. 밥 잘 챙겨 먹고
이번에 이용했던 항공사는 폴란드의 국영 항공사인 LOT 항공이었다. LOT 항공을 이용하게 된 건 바르샤바 직항이었고 무엇보다 국제 학생증 할인으로 역대급으로 저렴하게 항공권을 구매했다. 그렇다. 땡잡았다. 가격은 왕복 55만 원으로 리스본행 항공권보다도 더 저렴했다.
모든 게 완벽했다.
바르샤바행 비행기
비행기에 탑승했다. 오랜만에 보는 기내 모습이 새삼 반가웠다. 한 사람이 지나다니기에도 비좁은 복도와 3-3-3 익숙한 구조의 좌석 배열과 타원형으로 된 창문 그리고 중간중간 화장실과 갤리. 비행기를 처음 타본 건 아니지만 버스나 지하철처럼 매일 타지는 이용하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