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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테디 Jul 23. 2020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유럽에서 유럽으로

가볍게 가고 싶었다.


유럽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항상 가볍지가 않았다. 가까운 아시아라면 모를까. 늘 챙겨야 할게 많았다. 조금은 길게 여행을 가기 때문에도 준비할 게 많았다. 늘 유럽여행을 다녀오면서 생각했다.


작은 백팩 하나 들고 유럽여행을 가볍게 다녀오고 싶다.


한국에서 유럽 어느 나라를 가든 작은 백팩 하나만 들고 갈 수는 없다. 어디를 가든 큰 케리어나 큰 백팩은 필수라서. 물론 숙소에 보관해둘 수 있지만 도시를 이동할 때 다시 또 그 무거운 짐을 들고 낯선 도시로 가야 한다. 그 번거로움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한 번쯤은 유럽에 사는 현지인처럼 가볍게 주말이나 시간이 여유로울 때 갈 수 있는 그런 몸도 마음도 가벼운 그런 여행이 가고 싶었다.


그러므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가장 기대가 되었던 버킷리스트는 근교 나라 여행하기였다.





행복한 고민의 시작


처음엔 정말 가볍게 다녀오려고 했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독일이나 체코를 다녀올까 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독일 드레스덴이나 체코 프라하가 그나마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그러나 조금 욕심이 생겼다.


가는 김에 더 멀리 가보자.


우선, 아직 안 가본 곳들 위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여행지를 고른다는 건 늘 행복한 고민이다. 여기도 가고 싶고 저기도 가고 싶고 또 어쩌다 즉흥적으로 다른 곳도 끌리는 때가 있다. 쭉 적다 보니 여전히 선택지 많았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이것저것 서칭하고 나서야 어느 정도 추릴 수 있었다.


프랑스 파리, 스웨덴 스톡홀름, 아일랜드 더블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총 5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한 달 살기 일정상 근교 나라를 많이 다녀오면 한 달 살기가 무의미해질까 봐 3박 4일 일정으로 잡고 3박 4일씩 1~2번 정도 여행을 다녀오면 좋지 않을까 했다.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를 가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파리는 왠지 지금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진득하게 갈 일이 있을 것 같았고 스웨덴 스톡홀름은 그렇게 막 땡기지가 않았다. 더블린은 한동안 정말 꽂혔지만 3박 4일 뚜벅이 여행보다는 국제 운전 면허증 따서 렌트카로 여행하는 게 더 좋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선택한 건 비교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아담했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643,801 km²) 스페인(505,990 km²)과 비교했을 땐 확실히 네덜란드의 토지 면적은 작다. 하물며 대한민국의 면적 (100,210 km²)와 비교했을 때도 네덜란드 ( 41,543 km²)는 아담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도시 간 거리가 그렇게 멀지도 않다. 암스테르담에 숙소를 잡고 헤이그와 로테르담까지 갈 예정이었는데 기차를 타고 가니까 1시간 내외로 도착했다.


그다음으로 끌렸던 이유는 바로 빈센트 반 고흐였다.


빈센트 빌럼 반 고흐( Vincent Willem van Gogh)


출처 nytimes

네덜란드 후기 인상주의 화가이자 인상파, 야수파, 초기 추상화, 표현주의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반 고흐라는 화가에 대해서는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따로 끄적이지 않기로 한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많이 활동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나는 그가 작품 활동을 했던 곳보다 그가 태어났던 나라에 먼저 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했다. 그래서 프랑스보다 네덜란드를 선택하게 되었다. 덧붙여 암스테르담에 반 고흐 미술관이 있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안 갈 이유가 없었다.



다음으로 네덜란드 헤이그라는 도시가 가고 싶었다. 네덜란드어로는 덴하흐 (네덜란드어: Den Haag) 헤이그는 작은 도시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 타고 넉넉하게 50분 정도 걸린다. 헤이그는 다른 나라 여행객 입장에서는 여행지로서 큰 매력이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모든 게 암스테르담에 모여있을 테니까.


하지만 특별하게도 헤이그는 우리와 깊은 연관이 있는 도시다.


1907년, 고종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가 소집하는 제2회 만국 평화 회의에 특사를 파견하여 을사늑약이 대한제국 황제의 뜻에 반하여 일본제국의 강압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폭로하고 을사늑약을 파기하고자 했다. 헤이그 특사는 만국 평화 회의에 을사늑약이 불평등 조약임을 알리기 위해 파견되었다.


그러나 끝내 회의 참석이 거부되자 우분울읍(懮憤鬱悒)하던 끝에 이준이 7월 14일 순국하게 되었다. 이 사건을 빌미로 일본은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키고 7월 20일 양위식을 강행하였다. 그리고 이어 순종이 즉위하고 4일 후 한일신협약이 체결되었다.

따라서 그만큼 우리나라에게도 헤이그라는 도시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지금이 아니면


스코틀랜드를 갔던 건 다름이 아니라 호기심이었다. 흔히 영국을 다녀왔다고 하면 런던을 떠올린다. 빅벤, 런던아이, 타워브리지 등등 런던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는 충분히 많다. 하지만 런던만 다녀와서 영국의 모든 걸 다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영국은 그레이트 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 왕국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n Ireland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그리고 북아일랜드로 4개의 구성국이 연합해 형성한 단일 국가다.


가끔 유럽 어디 다녀왔냐고 질문을 받으면 영국을 갔다 왔다고 이야기하기가 민망할 때가 있다. 정확히는 잉글랜드를 다녀왔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조금은 여행했던 곳을 큼직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한 덩어리로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가봐야 영국을 다녀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코틀랜드는 우리나라 유럽여행 트렌드로 봤을 때 아직까지 다른 서유럽에 비해 뜨지 않아 사람이 붐비지 않다는 소식을 종종 들었다. 그래서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곳을 가보고 싶었기에 새롭고 신선한 스코틀랜드를 선택했다.


스코틀랜드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 중엔 당연 해리포터가 있었다. 흔히들 해리포터 하면 런던 근처에 있는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해리포터를 집필한 작가 J.K. 롤링의 고향은 스코틀랜드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 가면 해리포터를 집필했을 때 자주 갔던 카페도 있고 도시 곳곳에 해리포터 굿즈 스토어도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안 갈 이유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잉글랜드와 달리 스코틀랜드만의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고 했고 위스키가 유명하다고 했기에.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이미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고 짧은 후기를 쓰자면


가길 참 잘했다.





마지막 버킷리스트까지 작성하고서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출국 전 모든 여행 준비를 끝내면서 든 생각은


잘 다녀올 수 있을까

늘 어디론가 떠나기 전까지 들뜨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매번 그랬다. 주위 분들은 어떻게 그렇게 혼자서도 잘 다녀오는지 신기해하신다. 나도 내가 신기하다. 무슨 자신감으로 과감하게 다녀오는지. 나는 항상 말한다.


저는 쫄보예요.


내가 떠날 수 있는 건 오히려 쫄보라서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조금 더 능동적으로 추진하려는 게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쫄보인 나도 모르게 또 다른 나의 자아가 오히려 모험을 즐기는 성향일지도.


여행 가기 전 모든 준비는 끝냈다. 단지 학기말고사가 끝나기를 바라고 바랬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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