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국제명상엑스포 명상체험
난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11월에 나 홀로 서울국제명상엑스포를 찾아갔다. 설렁설렁 이 부스 저 부스를 기웃거리며 관심 가는 체험에 참여했다. 어쩌면 내게 참 필요했던 말씀을 기대이상으로 많이 들으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야말로 내가 나랑 하는 명상데이트.
가장 처음으로 했던 체험은 차 명상이었다. 엄마가 오랫동안 다도를 배우셨고 내가 개인적으로 소장한 다기도 많은 편이라 나름대로 다도 경험치가 높지 않나 생각을 했었는데, 아주 큰 착각이었다. 내가 이제껏 다도라고 생각했던 방식은 그 순서와 형식에 너무 얽매여있었던 것 같다. 차 명상에는 구색이 다 갖춰진 다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차를 천천히 음미하는 그 과정 자체가 명상이라는 이해만 있다면 찻잔 하나로도 마음챙김 할 수 있는 것이 차 명상이었다. 이날 배운 차 명상은 마음이 유난히 불안하고 긴장감이 올라올 때면 종종 따라 하고 있다.
차 명상을 시작하며, 오른손으로 어깨를 감싸고 왼손으로 오른쪽 갈비뼈를 껴안아 나 자신에게 인사하기.
찻잔의 빈 그릇을 고요하게 바라보기. 비워져 있기에 채울 수 있다.
찻잔에 물을 1/3 넣고 12시 방향 기울이고 시계방향 돌리며 찻잔 데우기. 따뜻해지는 손의 감각, 피어오르는 수증기, 물의 움직임을 바라보기.
찻물을 넣고, 이전과 어떤 점이 다른지 살펴보기.
차를 마실 때 입 안에 머금고 의식적으로 천천히 스며들도록 하기.
여러 사람이 차 명상을 할 때, 다기를 전하며 자비 인사 나누기. 좋은 말을 스스로에게 하는 것도 좋지만, 타인에게 듣는 것도 중요.
교실을 위한 씨앗
학급 다모임 시간에 아이들과 동그랗게 둘러앉아 옆 친구에게 찻물을 건네고 찻잔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풍경을 떠올려본다. 뜨거운 찻물과 깨지기 쉬운 찻잔의 조합이 불러 울 안전사고 이슈를 염려할 수밖에 없기에 섣부른 시도는 금물이다. 소인수로 활동하는 마음챙김 동아리나 개인 상담 시간에는 충분히 차 명상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이 경험이 쌓이면, 학급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차 명상을 도전해 보기로!
너무 감명 깊었던 부스다. 원래 신청했던 체험이 아니었는데, 작가님께서 직접 작품 설명을 해 주시는 걸 엿듣다가 너무 좋아서 홀린 듯이 부스에 들어가서 도강(?)을 했다. 다른 체험 예약 시간 때문에 마지막 그림까지 여유롭게 설명을 들을 수 없어서 정말 아쉬웠다.
https://www.instagram.com/studio_haschim?igsh=NXZvcDB4NWdmc211
분노를 다스리는 명상이라는 설명에 강렬한 호기심을 느끼고 신청했던 체험. 나지사는 '구나, 겠지, 감사'를 뜻하는 분노 명상법이다. 나지사 명상의 핵심은 '감정은 감정이고, 대응은 대응이다.'와 '대응은 마음을 가라앉힌 상태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1. 구나 : 멀리 떼어 놓고 바라보기. 감정과 판단 없이 상황만 객관적으로 적기.
내 나름 아주 객관적으로 '~하는구나'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거기에는 내 판단이 들어가 있었다. 돌아가면서 각자가 쓴 '구나' 문장을 발표했는데 모두의 '구나' 안에 미묘한 분노가 서려있다는 걸 깨닫고 다 함께 껄껄껄 웃었다. 역시 분노를 다스리기란 쉽지 않다. 선생님께서 구체적으로 들어주신 예시가 재밌었다.
큰 아들놈이 술이 떡이 되어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집에 기어 들어왔구나.
→ 큰 아들이 술을 마시고 새벽 2시가 되어 집에 들어왔구나.
저 인간이 또 상스러운 욕(정말 정말 심한 욕)을 하는구나.
→ 남편이 이. 놈. 아(감정을 내려놓고 마치 외국어처럼 또박또박 읽는 것이 중요) 하는구나.
2. 겠지 : 사정을 살피며 이해하기. 상대의 입장과 상황을 넓게 추측해 보기. 사실일 필요는 없음. 내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이해의 틈을 만드는 것.
요즘 취직이 되지 않아서 많이 힘들어서 좀 마셨겠지.
나에게 화낸 게 아니라 자기감정이 올라온 걸 수도 있겠지.
3. 감사 : 긍정의 힘 기르기.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는 인지상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것을 찾아보는 것. 이만하니 감사하다.
집에 잘 들어왔으니 다행이다. 아직 같이 술 마셔줄 친구가 있다니 다행이다.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교실을 위한 씨앗
아이들 간 분쟁이 발생할 때, 행감바(행동, 감정, 바라는 점)와 인사약(인정, 사과, 약속)은 갈등 해결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고 있을 만큼 교실에서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나지사(구나, 겠지, 감사)는 교실에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행감바와 인사약은 유용한 갈등 해결법이지만,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화해를 한다'는 한계를 느끼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행감바와 인사약으로도 해소되지 못한 감정의 앙금을 '나지사'를 통해 정화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또는 분노의 감정이 커서 행감바와 인사약으로 서로 대화가 불가능한 경우, 나지사로 각자의 감정을 먼저 다스리는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행감바 : 상대에게 내 마음을 알리는 소통. 요구와 조율. 대화가 통화는 가벼운 갈등 상황에 활용
나지사 : 내 안의 화를 다스리는 정화. 수용과 감사. 격분했거나 감정의 앙금이 남았을 때 활용
나지사 분노 정화법을 활용할 때의 주의점
- 분노가 올라왔을 때 처음 시도하기보다는 감정이 평온한 상태에서 미리 방법을 연습하기
- 나지사 분노 정화법을 연습할 때, 지나치게 강렬한 분노의 경험을 예시로 실습하는 것은 지양하기
- 마음 중에서도 강렬한 감정인 분노가 한 번의 명상 실습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음. 모든 일이 그렇듯 거듭하고 쌓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
명상과 스마트 기기라니 언뜻 모순되는 조합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스마트 기기명상은 명상엑스포에서 단연 가장 핫한 부스였다. 대기줄이 얼마나 긴지, 사전예약을 했는데도 꽤 오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옴니핏 마인드케어
먼저 했던 검사의 기기는 뇌파, 맥파의 생체신호를 측정하여 스트레스 및 두뇌건강을 분석하고 분석된 결과에 따라 치유와 훈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정신건강 관리 솔루션이다. 옴니핏 [Better Mind, Better Life]
머리띠를 쓰고 한쪽 귓볼에 집게를 착용하고 1~2분 정도면 측정이 끝난다. 부스에서는 결과지 출력뿐만 아니라, 결과지에 대한 해석과 상담까지 스님께서 직접 진행해 주셨다. 스님께서는 나의 뇌파 결과를 보시고, 이 정도 결과면 난임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다며 내 정신 건간을 무척 염려해 주셨다. 두뇌컨디션 점수와는 달리 자율신경나이는 결과가 좋게 나왔다. 휴직 기간에 푹 쉬면서 주 5회 요가수련도 해서 몸의 컨디션은 아주 좋은데, 불면증은 도무지 나아지지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스님께서는 요가 수련과 병행하여 걷기 명상의 방법으로 산책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해 주셨다.
비웨이브 마음결 인지감정기능검사
옴니핏만 하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스님께서 비웨이브 검사도 꼭 받아보라고 권유해 주셨다. 이 검사 또한 뇌파검사로 간단하게 정신건강을 측정해 볼 수 있는 서비스인데, 내가 부스에서 체험한 Basic 코스는 3분 정도 소요되는 설문 조사 후 5분 정도의 뇌파검사를 진행하고 분석과 결과 리포트를 바로 받아볼 수 있었다. 심리검사로는 한국형 우울 불안 설문지(MHS:D, MHS:A)가 이용되고, 뇌파검사로는 전두엽 2 채널 뇌파센서, 귓볼 맥파 센서를 이용해 생체 데이터가 수집된다고 한다. 이렇게 측정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피험자의 두뇌건강과 마음 건강을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각 유형별 생활 관리 팁을 제공해 준다. 비웨이브 | 정신과 마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기업
두뇌 건강 지수가 경고 영역에 해당했다. 옴니핏에 이어 비웨이브 검사 결과마저도 나의 두뇌 건강에 적신호를 켜준 것이다. 두 번의 검사 결과로 내 두뇌 상태를 자명하게 확인받다 보니, 충격적이긴 했지만 한편으론 속이 시원했다. mbti의 INFJ만으로는 어딘가 늘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긴장형 : 부담, 긴장, 강박'유형이라고 하니 '나 설명서'가 완성된 것만 같았다.
INFJ_긴장형
명상 기기 검사를 통해서, 나는 나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충분한 거리를 두고 살펴볼 수 있었다. 어이가 없고, 속이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 스스로가 좀 짠했다. 나는 예민하고 잠귀가 유독 밝아서, 베개에 머리만 대면 쿨쿨 잘 자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다. '생각으로 자해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온갖 걱정을 다 만들어내면서도 생각을 멈추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 부러움과 괴로움 사이에는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이 깊게 뿌리내려 있었다. 두 개의 결과지를 마주하면서 나는 내가 좀 짠했다. 이렇게 긴장도가 높은데, 잘 살아보겠다고 아주 용을 썼구나. 그동안 나름 참 고생 많았겠구나. 나를 가장 가혹하게 대한 건 바로 나였구나. 불만족이 만족으로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스스로를 대해주고 싶다.
'하하 호호 천하태평한 남편은 과연 어떤 유형이 나올까?'가 궁금해서 남편이랑 그냥 같이 올 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되었다. 나에게 강렬한 기억을 선사한 옛 제자들의 앳된 얼굴도 떠올랐다. '교실 탈출을 감행하던 어린이, 강박에 어쩔 줄 몰라하던 어린이, 매 학년마다 학폭 사안이 터진 어린이, 단 한 번도 지친 모습을 본 적 없던 에너자이저 어린이. 그네들은 과연 무슨 유형이 나올까?'가 매우 궁금해지기도 했다. '우리 교실에 이 기기를 들인다면 어떨까?' 상상해 보다가, '한 명당 3분~5분 걸리면 스무 명 검사하는데 한 시간은 넘게 걸리겠지?', '기계 비싸겠지?', '애들이 망가뜨리면 어떡하지?' 온갖 생각이 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하.
https://youtu.be/IjphrFnKyG4?si=7FV80nPrCwVgrx-_
차와 함께 머무는 쉼 명상
'수행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번뇌가 더 쌓이는 것 같습니다.'라는 질문에 대한 스승의 답. '번뇌가 쌓이는 게 아니라 이제 드디어 먼지가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먼지가 보여야 청소를 잘할 수 있으니, 이제 비로소 수행의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휘둘리는 나 자신이 싫었다. 도대체가 고칠 수가 없는 이 성격을 참 오랜 시간 동안 자책해 왔었는데, 이제는 너무 미워하지 말고 좀 다독여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나는 아주 작은 먼지도 잘 봐. 그러니까 청소도 더 깨끗하게 잘할 수 있을 거야!
ⓒ2026. tteutji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