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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Feb 12. 2019

하늘 아래 몽골로 떠난 휴가 #1

별빛이 내린다~샤랄랄라라~


퇴근길 버스 안에서 들려오는 노래소리에 뜬금 없이 별이 보고 싶어졌다. 

내가 어릴적만 하더라도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 보면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는데 요즘은 황사다, 미세먼지다해서 탁해질대로 탁해진 밤하늘에는 별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릴 적 내 눈 앞에 반짝이던 그 별들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고 '별보기 좋은 나라'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찾아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칠레와 뉴질랜드를 별보기 좋은 나라 1위와 2위로 손꼽고 있었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곳이고, 빛 공해와 대기오염이 전혀 없는 곳이라 별을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지만 칠레나 뉴질랜드나 평범한 직장인이 다녀오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리였다. 작정하고 긴 휴가를 내야 하고, 쥐꼬리만한 월급을 몇 달 동안 모아도 여행 비용을 대기에는 빠듯해 보였다. 그냥 '별을 보고 싶은 마음을 접어야하나..'라고 생각하던 순간 눈에 띈 곳이 있었다.


바로 "몽골!"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멀지 않은 거리라 회사를 오랫동안 비워야한다는 부담 없이도 다녀올 수 있고, 비용적인 면에서도 부담이 크지는 않았다. "그래! 몽골로 떠나는거야!" 그렇게 결심을 하고 몽골 여행을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몽골은 여느 여행지처럼 내가 가고 싶으면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겨울철에는 -30도에 육박하는 엄청난 추위로 인해 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물론 이때는 몽골로 가는 항공편이 아예 없다)

그나마 온화해지는 시기가 5월부터 8월 사이인데, 그 중에서도 7월과 8월은 한 달의 절반이 비가 내릴 정도로 강수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밤하늘에 별을 보기는 힘들다. 결국 1년 중 몽골을 여행할 수 있는 시기는 5월과 6월 두달 밖에 없는 셈인데 내가 몽골 여행을 알아보던 때는 12월. 몽골을 가기 위해서는 반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미 몽골의 밤하늘 은하수에 반해 버렸기에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결국 몽골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막상 도착한 몽골의 첫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온통 초록색의 끝없이 펼쳐진 들판과 그 위를 자유롭게 달리는 말들... 온라인에서 이런 몽골의 사진만을 봐오던 나에게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풍경은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빈틈없이 다닥다닥 붙은 판자집들과 이제 막 산업화를 시작한 도심 곳곳의 공장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에 '별보기 좋은 나라' 몽골에 대한 환상은 완전히 깨져버렸던 것이다.


이런 나의 실망감을 눈치 챘는지 함께 오신 분이 "생각했던 몽골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죠? 하지만 실망하기엔 일러요. 진짜 몽골을 만나러 갑시다." 라고 말을 했고,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말일까 의아해하면서 테를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벗어나 달리기 시작하니 점점 내가 생각하던 몽골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끝을 알 수 없을만큼 드넓은 초원과 그 위에 지어진 그림 같은 작은 집. 마치 윈도우 배경화면과 같은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그래! 이게 몽골이지' 라는 생각이 들며 아까 일행이 내게 해준 그 말이 이해가 갔다.


원래 깨끗한 환경을 자랑했던 몽골이었지만 최근 시작된 산업화로 인해 깨끗했던 환경이 점점 깨지고 있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5~6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지금의 몽골은 점점 초원을 없애고 그 자리에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고, 몽골의 전통 주거 형식인 게르가 사라지고 아파트가 대신하고 있다. 몽골을 매년 찾는 그 분은 매년 달라지는 몽골의 모습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했다. 처음 몽골을 찾은 나는 잘 와 닿지 않았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초록의 풍경이 내년에 왔을 때는 공장과 아파트가 대신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이해가 되었다.


어쩌면 이기적인 생각일수도 있지만 몽골은 지금 이 순간 이대로 변함 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해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몽골에서의 첫 목적지인 테를지 국립공원에 다다르자 벌써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 날 숙소는 몽골 전통 주거 방식인 '게르'에서 묵기로 했는데 마치 야외에서 캠핑을 하며 텐트에서 자는듯한 기분이랄까? 처음 경험해보는 게르에서의 하룻밤에 기분이 들떴다. 외국인들이 우리의 전통 가옥인 '한옥'에서 머물 때도 이런 느낌일까?


게르는 말과 소를 키우며 유목생활을 하는 몽골인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 곳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농경생활과는 달리 가축들에게 먹일 풀을 찾아 계속해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조립과 해체가 간단한 게르가 적합한 것이다. 이렇게 문화에 따라 주거 양식이 달라진다는 게 참 신기하다. 예전에 게르는 전기도, 물도 없어서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 관광업을 목적으로 게르도 조금씩 바뀌어가면서 전기도 들어오고, 간단히 세수를 할 수 있는 수도 시설도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별도로 설치되어 있는 공동 샤워장에서는 뜨거운 물이 콸콸 나와서 개운하게 샤워를 할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밤이 되자 제법 쌀쌀한 기운이 느껴졌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이었지만 우리나라의 5월과는 사뭇 다른 몽골의 날씨에 두터운 옷은 반드시 준비해가야 한다. 다행히 게르 안에 설치되어 있는 난로에 불을 지펴준 덕분에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날 내가 상상했던 몽골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하며 낯선 게르에서 잠을 청해 본다. 별을 보러 떠나온 몽골에서의 첫날 밤은 그렇게 설레는 마음과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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