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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Jan 30. 2019

대만 딤섬 3대 맛집, 혼자 도장 깨기

두번째 여행은 첫번째 여행과는 확실히 다르다.

일단 스스로 검증을 마친 여행지라는 것. 물론 둘 중 한 번이 가족여행, 출장 등 타의에 의한 선택이라면 다르겠지만, 돈과 시간을 들여 같은 곳을 두 번이나 간다는 것은 내 취향에 맞는 여행지라는 얘기다.

그리고 두번째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나만의 여행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내 여행 스타일이 확고하다고 해도 첫번째 여행은 남들과 크게 차별점이 없는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계획한대로 유명한 관광지에 가서 인증샷도 찍고 SNS에서 유명한 맛집도 가며 일정을 착실하게 수행하지만, '내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여행이라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다음 여행에서는 이걸 해야지 저건 하지 말아야지 하는 기준이 생긴다.


나는 내 취향에 맞춰 타이베이 두번째 여행으로 딤섬 투어를 선택했다. 타이베이에 있던 3박4일동안 매일 한군데씩 유명하다는 딤섬집을 방문했는데, 같은 음식을 매일 먹었다는 지루함보다 세군데나 들리며 정복했다는 성취감이 더 크게 남아있다. 첫번째 여행이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 우육면부터 시작해서 키키레스토랑, 삼미식당, 훠궈, 망고빙수, 곱창국수, 밀크티, 지파이, 닭날개볶음밥, 땅콩아이스크림 등 먹을게 한가득인데 딤섬만 먹고 왔다면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다신 대만을 가진 않았을지도...





가장 만만했던 '딘타이펑'

 

딘타이펑은 한국에도 지점이 있어 친숙해서 그런지, 보통 대만 맛집 중 필수 코스로 꼽는다. 대만에 본점을 두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 여러 지역에 지점을 두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라는 것은 곧 대중적인 맛과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딘타이펑 101타워 지점


나 역시 타이베이의 딘타이펑은 두 번이나 방문하였다. 첫번째 여행에서는 본점이 아닌 타이베이 101타워 지하에 있는 지점을 방문하였는데, 사실 만족스럽진 않았다.


일단 유명 랜드마크에 있는만큼 대기가 어마어마하다. 조금 늦은 저녁에 갔는데도 대기 예상 1시간. 이렇게까지 해서 밥을 먹어야겠냐는 가족들의 눈초리를 애써 외면하고 유명 관광지라 볼 게 많아서 기다리는 데 지루하지 않을 거라고 진땀을 흘리며 기다려야했다. 그렇게 겨우 들어갔는데 사람이 많아서 음식을 만들어놨는지 음식은 식어 있었고, 기다림+배고픔+방황 3단 콤보로 기대감은 한껏 높아져 있던 터라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딘타이펑 본점 (용캉제)


그래서 두번째 여행에서는 딘타이펑은 패스할까 했으나 본점을 가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속는 셈치고 한 번 더 딘타이펑을 찾았다. 본점 역시 대기는 필수라는 말을 들어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갔는데. 이른 저녁인 5시 경에 혼자 방문해서인지 가자마자 바로 착석했다. 여기서부터 이미 만족도는 상승을 하기 시작했다.


딘타이펑은 혼자 방문하기에 정말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일단 대기표에서부터 1~2인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딤섬과 볶음밥도 개수나 양에 따라 다르게 판매하고 있어 적은 양을 여러개 시킬 수 있다. 나는 언제 올지 모르니 남기더라도 다 맛보자는 주의라 딤섬 5pcs짜리 2가지, 볶음밥 1/2 을 시켰다.


육즙은 꼭 먼저 드세요! 안그럼 입천장 다 까집니다 (진지)


생각해보면 첫번째 딘타이펑의 실패 요인 중 하나가 샤오롱빠오를 제대로 먹는 방법을 몰랐다. 만두피 안에 육즙이 있어 한입에 먹으면 혀 데이기 쉬우니 옆구리를 찢어 육수를 먼저 먹어야 한다는 것은 알았는데, 그 후 간장에 절인 생강채를 올려 먹어야 한다는 걸 빠뜨렸던 것! 이번에는 나오자마자 생강채를 빠뜨리지 않고 먹었는데 느끼함을 생강채가 잡아주면서 맛의 조화를 이루었다.


새우가 올라간 샤오롱빠오도 같은 방법으로 즐겼고, 고슬고슬한 새우볶음밥과 함께 먹으니 완성된 느낌이랄까. 국물이 조금 아쉽긴했지만 하나 더 시키면 주변 테이블의 시선을 한몸에 받을까봐 시키지 않았다. 새우볶음밥이 처음엔 많아보이지 않았는데 꾹꾹 눌러담아서인지 의외로 양이 많아 식탐부리지 않은 나를 칭찬했다.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해도 본점을 따라갈 수는 없나보다. 간판에 '원조'가 붙으면 왠지 맛있을거 같은 신빙성이 가는 것처럼, 이것이 본점 효과라고 해도 음식 퀄리티 자체가 달랐으니 맛이 다를 수밖에. 사람이 몰리는 점심, 저녁 시간대에 방문하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경험으로는 꽤 만족스러웠다.




가장 현지스러운 '디엔수이러우'


두번째 방문한 곳은 디엔수이러우(點水樓). 딘타이펑이 관광객에게 유명한 곳이라면, 디엔수이러우는 현지인들에게 유명한 딤섬 맛집이다. 디엔수이러우는 딘타이펑과 어찌보면 형제(?) 관계라고도 할 수 있는데, 같은 스승 밑에서 배운 두 제자가 각각 차린 곳이 딘타이펑과 디엔수이러우라고 한다. 딘타이펑 창업주의 스승에게서 배웠으니 디엔수이러우도 얼마나 맛있을지 한껏 기대되었다.


중국 사극에 들어온 것 같은 고급진 인테리어


중샤오푸싱 SOGO 백화점 11층에 있는 푸싱점을 방문했다. 어느 나라나 백화점 꼭대기층에 고급진 식당이 있는건가. 마치 청나라로 타임슬립한 것 같은 고급진 인테리어로 그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메뉴판은 한국어 메뉴판이 따로 없는 대신 일반 메뉴판에 한국어도 같이 병기되어 있어 중국어를 몰라도 주문이 가능하다. 다만, 직원들은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 편이라 뭘 물어보거나 주문하기에 다소 불편한 편. 딘타이펑은 외국인이 하도 많이 와서 그런가 주문 시스템 조차 셀프로 종이에 체크하면 되서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주문하는 데 어렵지 않지만 디엔수이러우는 중국어를 하지 않으면 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딤섬 3판을 모두 먹어보겠습니다.


메뉴는 5pcs 딤섬 3가지를 주문했다. 원래 디엔수이러우는 무지개색 딤섬으로 유명한데, 아무런 정보 없이 가서 유명한 메뉴가 그것인지를 다녀와서 알았다는 사실... 가장 익숙한 샤오롱빠오, 새우 샤오마이, 게살 교자를 시켰다. 


개인적으로는 딘타이펑도 괜찮았지만 디엔수이러우가 더 맛있었다. 딘타이펑이 조금 더 한국인들에게 대중적인 맛이라면 디엔수이러우는 현지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할까. 


3판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샤오롱빠오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거나, 딤섬을 처음 먹는 초심자라면 딘타이펑을 추천하고 싶다. 위에서 얘기한대로 메뉴 주문할 때 주문지에 직접 체크하면 되고, 메뉴판에 사진이 함께 있어 딤섬을 잘 몰라도 주문하기 어렵지 않다. 그리고 대표 관광지인 타이베이 101타워, 동먼역 용캉제에 지점이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도 좋다.


하지만 딘타이펑은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으니 다른 걸 먹어보고 싶다거나 조금이라도 현지화된 식당을 원한다면 과감하게 디엔수이러우를 추천하고 싶다. 마치 중국 사극 속에 들어온 것 같이 분위기도 그렇고 맛도 대만 전통의 느낌이 가득하다.





가장 트렌디한 '팀호완'


팀호완은 홍콩에서 시작한 맛집이어서 원조는 아니지만 홍콩 음식 중 제일 괜찮았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찾다보니 타이베이에도 팀호완 지점이 있다하여 딤섬 투어 중 세번째로 방문하였다. 


겉모습만 보고 누가 딤섬집인 줄 짐작이나 할까


딘타이펑이나 디엔수이러우는 겉으로 보기만 해도 딱 딤섬집 느낌이 났는데, 팀호완은 겉으로만 보면 딤섬집인지 햄버거집인지 모를 정도로 꽤 현대적인 느낌이었다. 팀호완은 타이베이에만 3군데 (타이베이메인역, 송산, 신의) 있는데 이 중 신의점을 방문했다. 오전 11시쯤 방문하여 대기가 없었는데 먹고 나올때쯤 되니 어느새 길게 줄 서 있는 것을 보고 인기를 실감.


 팀호완도 딘타이펑과 마찬가지로 메뉴판에 그림과 함께 한국어 병기, 주문표에 체크하는 방식이어서 어렵지 않게 주문할 수 있다. 점원도 외국인인걸 눈치채고 알아서 센스있게 주문을 받아갔다. 팀호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하가우, BBQ번, 볶음면 하나 이렇게 주문했다.


팀호완의 에이스, 하가우


하가우는 쫀득한 만두피에 새우를 다진 속을 넣어 만든 딤섬인데, 새우의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 있고 쫀득한 만두피도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자랑한다. 나중에 볶음면 대신 이거나 하나 더 먹을껄 하고 후회했을 정도.

사실 팀호완 가기 전에 다른 딤섬집에서 이 메뉴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 때 생각하며 일부러 방문한 것도 있었다.


생각보다 쏘쏘했던 (좌) 볶음면 (우) BBQ번


그리고 BBQ번은 겉은 소보루 같은 바삭한 식감의 빵 안에 양념한 고기를 넣어 만들었는데 팀호완 베스트 메뉴라고 해서 시켜보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안에 고기 양념이 너무 달고 짜서 맛이 너무 강해 다른 메뉴와 함께 먹기에 어울리지 않았다. 볶음면은 그냥 쏘쏘.


>결론 : 하가우 외 다른 메뉴는 별로였으나 하가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다.  




EDITOR. JISUN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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