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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Feb 19. 2019

하늘 아래 몽골로 떠난 휴가 #2

몽골에서의 이틀째 날이 밝았다. 몽골의 푸른 초원을 보고 싶은 마음에 해가 뜨자마자 게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더니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린다. 5월의 몽골은 강우량이 13mm 정도 밖에 안될 정도로 비가 내리는 일이 매우 드문데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으니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한다.


사실 나는 여행을 갈 때면 날씨 운이 따르지 않는 편이다. 그 좋은 호주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12 사도상을 보러 갔을 때도 비가 내렸고, 스위스 융프라우에 올랐을 때도 눈보라가 몰아쳐 밖으로는 나가보지도 못했다.

몽골의 별과 은하수를 보기 위해 떠나온 이번 여행마저 그렇게 된다면 말 그대로 '별 볼일 없는 여행'이 되어버리고 말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직장인으로서 쉽지 않은 휴가를 내고 떠나온 여행인데 여기까지 와서 별도 못보고 돌아간다면 정말 억울할 것 같았지만 일단은 날씨가 좋아지기만을 바랄 수 밖에.



다행히도 둘째날 오전 일정으로 계획되어 있었던 몽골 전통 문화 체험은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이상 큰 지장이 없다고 하여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몽골인들의 전통 주거 방식을 비롯한 다양한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농경생활을 하며 한 곳에 정착했던 우리 민족과는 달리 몽골은 가축들에게 먹일 풀을 찾아 계속해서 이동해야만 하는 유목민족이라는 특성상 이사가 잦을 수밖에 없었기에 이사하기 용이한 조립과 해체가 간단한 방식의 주거문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바로 게르(Ger)인 것이다.


삼십분도 되지 않아 집 한 채가 뚝딱 해체되는 장면은 놀라웠다. 그렇게 해체한 게르는 소들이 끄는 수레에 실려 다음 정착지까지 운반된다.



이렇듯 이사부터 양식까지 제공해주는 가축은 몽골인들에게는 전 재산과 다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가축과 친숙해질 수밖에 없는데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걷기도 전에 말 타는 법부터 배운다고.


그 말이 과연 사실일지 알 수 없지만 실제로 이제 갓 걷기 시작한 어린 아이들도 말과 소를 타는 것을 겁내지 않았다. 거리낌 없이 말과 소 등에 올라타 자유자재로 타고 다니는데 지금의 우리 아이들이 핸드폰과 친숙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부럽기도 했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몽골에서 아이들이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양과 말의 뼈로 공기놀이를 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옛모습을 떠올렸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즐겨하는 이 공기놀이가 몽골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공기놀이 뿐만 아니라 전통혼례를 올릴 때 신부의 얼굴에 찍었던 연지 곤지 역시 몽골로부터 전해진 풍습이라는 사실! 다른 민족이지만 많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가죽을 길들이는 과정도 보여줬는데 무거운 돌을 달아 지렛대를 이용해서 눌렀다 올렸다 반복할수록 뻣뻣하던 가죽이 부드러워지는게 신기할 따름. 21세기에 누가 이렇게 힘들게 수작업으로 일을 할까 싶지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는 그들의 모습에 쉽고, 편한 것만 찾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잠시 후 말을 타고 멋지게 등장한 족장! 저 멀리 푸른 초원 위를 거칠 것 없이 말을 달려 오는 모습에서 그 옛날 대륙을 호령하던 칭기즈칸의 기개가 느껴졌다.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들로 가득한 아스팔트 도로 뿐인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렸다기 보다는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미세먼지 없는 그들의 터전이 부러웠다.



어디로 여행을 가든 현지인들과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그들의 전통 복장을 입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몽골인들이 즐겨 입는 털 옷과 털 모자를 입고 소 위에 올라탔는데 위화감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을만큼 잘 어울렸던 건 기분 탓일까; 칸이라고 불러주는 그들의 너스레에 나도 따라 웃게 된다.



그들의 문화를 체험해봤으니 나도 그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어 꺼내든 망원경이 신기했던지 너도나도 몰려들었다. 사실 몽골인들은 끝없이 펼쳐진 몽골의 대초원에서 살면서 멀리 보는 생활 습관 덕분에 시력이 아주 좋다. 여행기간 동안 우리를 가이드 해준 몽골인 가이드도 자신의 시력이 원래는 5.0이었는데 최근 휴대폰을 많이 쓰면서 나빠져서 3.0 정도 밖에 안된다는 말을 했다. 3.0 밖에라니... 나는 태어나서 2.0을 넘겨 본 적이 없었는데... 새삼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먼 곳까지 찾아온 손님들을 대접하겠다며 그들의 게르 안으로 초대했다. 게르 안에는 몽골 전통방식으로 만든 술과 과자들을 맛 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몽골의 전통주인 '마유주'는 발효된 술을 뜨거운 불로 가열해 증류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그 향이 좋고, 맛이 깨끗했다.

유목 민족답게 염소나 양의 젖으로 만든 음식이 주를 이루는데 특히 유제품으로 만든 몽골의 전통과자는 꽤 먹을만해서 자꾸만 손이 간다. 그리고 손 등에 얹어준 가루는 코담배! 몽골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이 코담배를 내어 함께 향을 공유하며 신뢰를 쌓았다고 한다. 처음 맡아보는 코담배였는데 향이 좋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가축들의 배설물을 건조시켜 불을 때우는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처음 보는 광경에  당황스러웠지만 버릴 것 없이 자연 친화적으로 살아가는 몽골인들의 생활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이어서 '마두금'이라는 몽골의 전통악기로 손님들을 환영하는 작은 연주회가 열렸는데 이 악기의 소리는 상당히 경쾌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 그 모습이 말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마두금이라 불리는데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마치 말을 타고 초원 위를 달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나도 몰래 들썩여진다.

짧게나마 그 연주를 감상해 보길 바란다.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몽골의 문화는 많이 다른 듯하지만 또 닮은 곳이 많은 나라였다. 유럽이나 미주 같은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곳으로 떠나는 것도 좋지만 비슷한 점을 찾는 재미가 있는 몽골로 떠나는 휴가도 추천하고 싶다.



-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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