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뜨고 TTGO Feb 21. 2019

하늘 아래 몽골로 떠난 휴가 #3

벌써 나흘째다... 몽골에서 비가 내리는 날이. 분명 몽골의 5월은 강우량이 적어 비가 많이 오지 않는다고 알고 왔는데 어떻게 된 노릇인지 내가 몽골에 도착한 이후 계속해서 비가 내리거나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몽골 밤하늘의 별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휴가 내기 쉽지 않은 직장인에게 4박 5일이라는 일정은 결코 흔한 기회가 아닌데 이렇게 별을 보러 온 여행에서 나흘째 별 구경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슬슬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오늘 밤이 지나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렇게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이상 그토록 바라왔던 몽골의 밤하늘은 물 건너가게 되는 상황이다보니 그럴 수 밖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게르 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정녕 마지막까지 몽골의 날씨는 나에게 미소 지어 주지 않을 작정인가 보다 싶어 포기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게르 안에 누워 천장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문 밖으로 초록의 몽골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평안해진다. 비록 여기까지 온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런 게 여행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늘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야지만 직성이 풀리던 나에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다는 걸 여행은 알려주는 것 같다.



우리가 묵었던 노마딕 캠프의 몽골인들이 아침부터 분주하다. 뭘 하는가 했더니 아침식사 상을 푸짐하게 차리느라 바빴던 모양이다. 아침식사를 하러 가니 특별한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건 바로 몽골의 전통 요리 중 하나인 '허르헉'이었다. 허르헉은 양 한 마리를 통째로 잡아 감자, 당근 그리고 뜨겁게 달군 돌들을 넣고 함께 익힌 요리로 몽골에서는 귀한 손님이 방문했을 때 특별히 내놓는 요리라고 한다.

우리가 몽골에 오고 나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나흘째 계속해서 비가 내린 덕분에 가뭄이 해소되었다며 우리가 비를 데리고 와주어 고맙다는 의미로 양 한 마리를 잡아서 대접해준 것! 계속해서 내리는 비 때문에 타들어 가는 내 속마음은 모른 채 이렇게 양까지 잡아 주는 그들의 정성에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ㅎㅎㅎ



그들이 정성스레 차려준 허르헉 덕분인지 오후가 되면서 서서히 비가 개고, 파란 하늘이 조금씩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몽골에 와서 얼마 만에 보는 파란 하늘인지! 반갑기 그지 없었다.

이 날 오후에는 몽골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인 칭기즈칸 마동상을 구경하고, 수흐바토르 광장을 방문하는 것. 칭기즈칸 마동상을 실제로 보게 되면 높이 40m, 무게 250톤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압도 당하게 된다. 이 칭기즈칸 마동상을 받치고 있는 건물의 기둥은 36개인데 이는 36명의 몽골 왕들을 상징한다고 한다.



몽골의 국회의사당이 있는 수흐바토르 광장 역시 몽골에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는 거대한 칭기즈칸과 그를 호위하고 있는 장군들의 동상을 만날 수 있는데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넘치는 생동감에 수 천년 전 수십만의 기마병과 함께 대륙을 호령하던 칸의 기개가 아직까지 전해지는 듯하다.



다행히도 몽골에서의 마지막 날 드디어 비가 개고, 하늘을 가리고 있던 구름들이 물러가 그토록 원하던 몽골의 밤하늘을 원없이 볼 수 있었다! 수없이 반짝이는 몽골 밤하늘의 별들을 보고자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온 보람이 있는 순간이었다. 몽골에서의 4박 5일 중 별들과 은하수를 제대로 볼 수 있었던 날은 단 하루였지만 그 하루면 몽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고지대라는 지리적 특성과 밤이 되면 아무런 불빛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광공해로부터 자유러운 덕분에 밤하늘의 별을 더욱 생생하게 눈에 담을 수가 있었다. 다행히 우려와는 달리 "별 볼 일" 있었던 여행이 되어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금도 몽골의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초원,

그리고 손 뻗으면 닿을 것만 같았던 밤하늘의 별들과 은하수가

몽골을 다녀온 지 수 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눈 앞에 생생하다.

몽골에서 이 모든 것이 내게 허락된 건 단 하루였지만

여행이 나에게 주는 추억은 그보다 훨씬 오래가는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 번 몽골을 찾고 싶다.

물론 그 때는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라며...





페이스북 http://facebook.com/way2airport

블로그 http://blog.naver.com/toairport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2theairport/

작가의 이전글 하늘 아래 몽골로 떠난 휴가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