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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Feb 22. 2019

타이베이 가본 사람 푸쳐핸섭! (feat. 핑시선투어)

어느 나라든 가게 되면 필수 코스라고 하는 것들이 있다. 대만-타이베이의 경우는 흔히 일일투어는 예스진지 투어 / 단수이 / 중정기념관 등을 떠올리곤 한다. 특히 이 중에서도 '예스진지 투어'는 타이베이 근교의 유명 관광지인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 4군데를 택시 또는 버스를 이용하여 하루에 돌아보는 코스를 일컫는데, 타이베이까지 가서 안하고 오면 섭섭한 필수 코스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예스진지 투어 대신 추천하고 싶은 일일 투어가 있다.


1. 대만이 두번째 여행이라 이미 예스진지를 다녀왔다

2. 일정에 쫓겨 다니는 것보다 여유롭게 다니고 싶다

3. 현지 분위기를 체험하고 싶다

4. 버스나 택시보다 기차를 좋아한다

5. 혼자 여행을 할 계획이다


위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 '핑시선 투어'!


핑시선 투어는 허우통-스펀-핑시,징통으로 연결되는 핑시선 기차를 타고 둘러보는 여행이며, 각 역마다의 특색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또한 천등날리기로 유명한 '스펀'과 야경이 예쁘기로 유명한 '지우펀'도 핑시선 투어로 갈 수 있어 예스진지 투어의 일부를 체험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지우펀은 오후부터 저녁 시간에 지옥펀이 된다는 얘기를 하도 들어 가지 않았다.




가는 길


일단 핑시선 투어를 위해서는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루이팡 또는 허우통으로 이동하는 기차를 타고간 후 갈아타야한다. 기차표는 가기 전 미리 인터넷에서 구매해도 되고, 당일에 기차역에서 바로 구매도 가능하다. 그리고 제일 편한 방법은 대만 교통카드인 이지카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사실 이 방법을 몰라서 티켓을 구매하였...)


이렇게 생긴 티켓 머신에서 구매할 수 있다


아침 8시반쯤 타이베이 메인역에 도착해서 현 시각에서 가장 빠른 시간대의 기차표를 끊고 탔는데, 우리가 생각한 좌우 2-2열로 된 기차가 아닌 지하철처럼 일자로 된 좌석이어서 별도의 지정 좌석제가 아니었다. 출근 시간대랑 겹쳐서인지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갔는데, 몇정거장 지나니 금방 텅텅 비어서 앉아 갈 수 있었다.

 

루이팡역에서 내려도 되지만 기왕 앉은거 허우통까지


사실 출발할 때 아침에 날씨가 흐리길래 불안불안 했는데 기차를 타고 중간쯤 지나면서부터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더니 허우통역에 내리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차라리 타이베이에서부터 왔으면 핑시선 투어를 오늘 안했을텐데... 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리지 않아 괜찮을 것 같았다 (라는 건 나의 착각... 그때부터였을까?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 되기 시작한게ㅠ)


허우통에 내리면서부터 비맞으며 돌아다닌 핑시선 투어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 허우통 (猴硐)

일명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허우통답게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고양이로 된 입간판과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고양이를 조금 무서워하는 편이라 갈까말까 고민을 했던 곳이기도 한데, 어차피 핑시선 투어를 시작하려면 허우통에 가야하기도 해서 가볍게 돌아보자 라는 마음으로 잠시 들렀다.


(좌) 역무원 모자를 쓰고 있는 고양이 동상 / (우) 개를 데려오지 말라는 고양이 입간판


고양이가 무섭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비가 갑자기 확 쏟아져내리는 바람에 허우통 곳곳을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고양이를 덜 무서워하게 된 지금은 조금 아쉬울 따름) 역 바로 맞은편에 과거 탄광이었던 허우통의 역사를 전시해놓은 탄광 박물관이 있어 잠시 구경하다 왔다.

밖을 못돌아다녀서 고양이를 못 본 채로 돌아가게 되나 하는 찰나에 박물관에서 만난 고양이! 혹시 놀라면 달려들까봐 조심조심 찍었다.


자는 모습 너무 귀여운거 아니니ㅠ




2) 스펀 (十分)

핑시선 투어는 몰라도 스펀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천등 날리기로 유명한 곳. 유명 관광지인만큼 내리는 사람도 많았고 이미 와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역에 도착하니 천등보다 기찻길 바로 양옆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상점들, 그리고 그 사이 기찻길로 실제로 지나가는 기차가 더 신기할 따름이었다. 우리나라는 안전을 위해 지하철역마다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는데 이렇게 대놓고 기차가 지나가다니! 


정말 이렇게 바로 양옆으로 상점이 가득하다


가득 있는 상점은 대부분 천등을 날릴 수 있는 가게이거나 천등 관련 기념품을 파는 곳이다. 한국어로 영어로 중국어로 제마다의 소원을 적어 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풍등이 날라가는 그 모습보다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바라는 모습은 만국 공통이라는 생각에 괜히 찡하기도 했다.


그리고 스펀역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스펀의 또 다른 볼거리, 스펀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사실 입구까지 15분이라고 해서 걸어갔는데, 입구에서부터 폭포까지도 꽤 걸어야한다... 폭우를 뚫고 가자니 순식간에 극기훈련이 되었지만 날씨 좋은 날 천천히 걸어 산책 겸 다녀올만한 곳이다.

사실 가기 전 친구한테 갑작스레 정보를 듣고 충동적으로 결정한 곳이라 기대가 크진 않았는데 생각보다 크고 웅장한 폭포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한참을 멍때리며 폭포만 감상해도 속이 다 시원해질 정도.


비가 와서인지 더 대차게 쏟아졌던 스펀 폭포


물론 스펀에서 꼭 먹어야할 닭날개 볶음밥도 잊지 않았다 (찡긋)





3) 핑시 (平溪)

핑시는 사실 앞서 갔던 허우통이나 스펀에 비해 유명하지 않고 정보도 많은 편이 아니라 큰 기대 없이 갔는데 의외로 아기자기한 모습에 꽤 맘에 들었던 곳이었다. 뒤늦게 알아보니 원래는 핑시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핑시가 핑시선의 중심이었다고 하는데 스펀이 천등으로 급부상하면서 핑시가 덜 유명해진 것. 사실 스펀은 상점은 많으나 대부분 천등을 파는 곳이어서 구경할 건 많이 없었는데, 핑시는 다양한 소품을 판매하고 있어 볼거리가 많았다. 대만이 일본과 참 닮았다는 평이 많은데 이 곳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 초등학교 앞 문방구 모습과 닮은 상점


아침부터 비맞으며 돌아다니다보니 허기져서 핑시에서 유명하다는 소세지를 사먹으며 돌아다녔다. 칼집을 내어 직화에서 굽는데, 칼집에 마늘을 끼워 넣은 소세지가 더 유명한 것 같았지만 너무 생마늘이어서 그냥 일반 소세지를 먹었다. 배고플 때 먹으니 더 맛있는 느낌!





4) 징통 (菁桐)

핑시선 투어의 종점, 징통. 징통은 대나무에 소원을 적어 걸면 이루어진다는 설이 있어 역 입구에서부터 주루룩 걸린 대나무가 있는데,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징통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촬영지이기도 해서 영화 속 모습을 재현하여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핑시선 모든 역에서 철길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어서 기차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데, 영화 효과인지 많은 역 중에서 징통의 철길이 가장 멋있었다.

소원 죽통은 역 근처 가게에서 많이 팔고 있어서 하나 사서 소원을 적어서 걸어보았다.



징통역 철길 너머로 징통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 2군데가 있다. 옛날 창고를 개조해서 카페로 만든 곳이라고 하는데, 2군데 중 탄창카페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한산한 카페 창가에 앉아 산에 둘러싸인 징통역 풍경을 한참 감상하였다. 비가 오고 난 뒤라 산에 안개가 진 모습이 어우러져 멋진 장관을 이루었다. 핑시선 투어 내내 잠시도 그치지 않고 지겹게 내린 비 때문에 제대로 구경을 못한 느낌이 들어 많이 아쉬웠었는데, 투어 중 처음으로 비가 온 것에 감사하는 순간이었다.   



징통에서 지우펀을 가려면 핑시선을 타고 다시 루이팡역으로 간 다음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되는데, 비맞으며 돌아다녀서인지 지우펀을 갈 힘도 없었을 뿐더러 지금 시간에 가면 지옥펀이 된다는 해질 무렵이 되어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마치 기차를 타고 아날로그 여행을 하는듯한 핑시선 투어. 조금은 여유롭고 느린 여행을 추구하는 여행자라면 꼭 가보길 추천한다!





핑시선 투어 꿀팁 


1. 시간표를 찍는 것부터 핑시선 투어의 시작!

핑시선 열차는 1시간에 1대씩 운행한다. 따라서 내 계획에 따라 빡세게 여행할수도, 여유롭게 여행할 수도 있는 것! 한 역당 한시간을 다니든 두시간을 다니든 자유지만 기차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역 도착 후 미리 다음 열차 시간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에도 시간표 정보가 많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역에 도착 후 시간표를 미리 핸드폰으로 촬영해둘 것.



2. 징통에서 타이베이까지 오는 편하지만 험난한 방법

핑시선의 종점인 징통역에서 다시 타이베이로 오려면 온 것과 반대로 징통에서 허우통 또는 루이팡역까지 온 후 다시 타이베이까지 오는 기차를 타야한다. 징통은 종점이라 핑시선에서는 앉아갈 수 있지만 문제는 환승할 때! 시간대를 잘못 만나면 만차를 타게 되서 오는 길이 굉장히 멀게 느껴질 수 있다.


핑시선 역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느라 지친 상태라 조금이라고 편하게 오고 싶다면 '795번 버스'를 타자!

징통역에서 한 5분 정도 걸으면 정류장이 나오는데, 그 곳에서 795번 버스를 타면 MRT 무자역에 갈 수 있다. 다만, 징통에서 타이베이로 가려면 산길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롤러코스터의 그것과 같은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걱정말라! 핑시선 코스를 모두 거쳤다면 육체의 피로가 거친 승차감을 이겨 당신을 잠들게 하리니! 상황에 따라 약 1시간 안되게 스릴을 느끼고 나면 타이베이에 도착할 수 있다.

*795번 버스가 자주 있는 편은 아니어서 시간표 확인은 필수!



EDITOR. JISUN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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