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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Mar 21. 2019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용기

베트남 다낭 여행기

떠나고 싶었다.

떠나야 하는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깨알 같은 글자들이 빼곡하게 적힌 서류 대신 눈이 시릴 만큼 파아란 바다가 보고 싶었고,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 대신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싶었을 뿐...


하지만 직장인인 나에게 허락된 휴가는 제한적이었다.

유독 보수적인 직장 분위기에서 휴가를 다녀오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연휴를 이용해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은 직장인에게 눈치 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워낙 성수기인지라 항공권, 숙소 등 모든 것이 비쌀때이긴 하지만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돈 많은 재벌 2세쯤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돈보다 시간이 더욱 귀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용기를 내어 베트남 다낭으로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결제했다. 이렇게 비행기 티켓부터 무작정 사버리고 나면 그 여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것을 다년간 경험에서 터득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일단 결제 버튼을 클릭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저지르듯 떠나온 이번 휴가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워낙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고 늘 시간에 쫓기며 여행을 했었기에 이번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느끼고 싶었다.

누군가 말했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면 떠나지 마라! 그건 여행이 아니다


나도 언젠가 한 번쯤 준비되지 않은 여행을 해보고 싶었고 이번 여행이 그러하길 바랬다. 

그래서 떠나기 전 다낭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호텔만 달랑 예약하고 떠나온 것이다. 다낭의 미케 비치가 세계 8대 비치 중 하나라는 것도 다낭에 오고 나서야 알았을 정도니... 하지만 막상 다낭에 도착하고 나선 무엇부터 해야할지 막막했다. 늘 바쁘게 움직였다보니 이런 여유로움도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일단은 다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한 시장 (Han Market)에 들렀다. 어딜 가나 현지 시장을 꼭 들리려고 노력하는데 그 이유는 시장만큼 그곳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기 좋은 곳도 없기 때문이다. 다낭의 한 시장 역시 수많은 관광객들과 물건값을 흥정하는 상인들로 시끌벅적해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시장 구석구석 둘러보면서 구경도 하고, 돌아가서 지인들에게 선물할 기념품도 골라 본다. 이곳에서 베트남 전통 모자인 농과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길래 나도 모자를 한 번 써보았다. '의외로 잘 어울리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서 구입하고선 여행 내내 알차게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베트남에 오면 꼭 마셔봐야 한다는 코코넛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한 시장에서 가까운 다낭 대성당을 찾았다. 이 성당은 여느 성당들과는 달리 분홍 분홍한 외관 덕분에 인생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시원달달한 코코넛 커피 한 모금 마시며 여행자만이 부릴 수 있는 여유라는 사치도 마음껏 누려 본다.



조금 걸었다고 금세 배가 고파진다. 다낭도 식후경이라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찾아간 곳은 다낭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한 '마담 한'. 시내에서는 거리가 있어서 걸어서 가긴 힘들 것 같아 그랩을 이용해서 택시를 호출했다.

바다가 보이는 멋진 뷰에서 맛있는 베트남 전통 음식들을 맛보니 더할 나위 없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차고 나니 내 몸 속 가득한 여행 세포들이 하나 둘 깨어나기 시작한다.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는 처음 결심과는 달리 어느새 다낭에서 가볼만한 곳들을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바나힐, 미손 유적지, 린응사, 용다리 등 휴양지로만 알고 있었던 다낭에 왜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 건지...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우선 마담 한에서 거리상 가장 가까운 린응사부터 가기로 했다. 이 사찰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거대한 해수관음상 때문인데 높이가 무려 70m에 달해 동남아에서 가장 큰 크기의 해수관음상이라고 한다. 이런 어마어마한 동상을 만들어내다니 인간도 참 대단하다 싶다.



다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바나 힐이다. 바나 산 정상에 조성된 테마파크인 바나 힐로 가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케이블카를 타고 약 25분 정도 올라가야 하는데 바나 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거대한 손 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된 골드 브릿지이다. 두 손이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듯한 재미있는 풍경을 배경으로 너나할 것 없이 기념사진을 찍기 바쁘다. 덥고 습한 다낭의 날씨와는 달리 산 정상에 위치한 바나 힐은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어서 활동하기에도 좋은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정원과 유럽풍의 건물들, 놀이기구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 최근 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후로 더욱 많아진 관광객들로 대기 줄이 만만치 않으니 아침 일찍 다녀오는 일정으로 계획하는 것이 좋다.



밤이 되어도 다낭은 어두워질 줄 모른다. 특히 주말 동안 다낭에 머무를 계획이라면 시내 한복판에 있는 용 다리를 꼭 가보자. 매주 주말 밤 9시가 되면 용이 휘감고 있는 듯한 모양의 용다리에서는 화려한 쇼가 펼쳐지는데 용의 입에서 불을 뿜는 순간이 하이라이트!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용 다리 주변을 가득 메운다. 용의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면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마치 축제 분위기와도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기에 꼭 한번 다녀와보길 추천한다.



그 외에도 미케 비치 곳곳에선 밤늦도록 다양한 축제들을 선보여 여행자가 잠잘 틈을 주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쉬기만 하겠다던 휴가 계획은 이번에도 실패했지만 다양한 다낭의 매력을 만나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던 여행이었다.

이번에도 떠나 오길 참 잘했다...




Tip) 베트남 다낭 이동 수단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다낭에서는 택시가 유일한 이동 수단이다. 다낭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나라의 카카오 택시와 같은 "그랩" 어플리케이션을 미리 설치해 놓는다면 바가지 요금 걱정 없이 현지에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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