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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Apr 17. 2019

싱가포르 칠리크랩, 가심비 VS 가성비

여행 일정을 결정할 때 중요도가 거의 8할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무방한 '맛집 선택'. 얼마나 내 입맛에 맞는 맛집을 선택했느냐가 여행 하루의 일정, 심지어 여행 전체의 기억까지도 좌우한다. 잔뜩 기대한 채 긴 웨이팅을 감수하고 들어갔더니 엄청나게 실망스러웠던 경험, 길거리를 지나가다 우연히 방문했던 곳이 인생 맛집이 된 경험 등까지. 


그동안의 경험들에 비추어볼 때 나만의 맛집은 단순히 맛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내 기대치를 얼마나 충족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맛집도 평이 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각해보면 사람의 입맛은 제각각인데 하나의 음식으로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키기란 애초에 불가능했을지도...


싱가포르 여행 당시, 싱가포르=칠리크랩 이라고 할 정도로 가면 꼭 먹어봐야하는 음식이라고 해서 가기 전에 칠리크랩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있었다.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크게 두 곳 - 점보씨푸드를 비롯한 고급 레스토랑과 호커센터라 불리는 푸드코트 형식의 가게. 둘 중 고민하다가 둘 다 가보기로 했다.





분위기 갑, 가격도 갑 - 점보 씨푸드 레스토랑


점보 레스토랑의 위엄은 가기 전부터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한 전문 레스토랑이라는 점! 워낙 인기가 높다보니 웨이팅이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가려던 일정은 심지어 주말 저녁. 운이 좋으면 바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기다림에 시간을 쏟기 싫어 미리 예약했다.


한국어까지 친절하게 지원한다


이렇게 홈페이지에서 바로 예약이 가능하고, 심지어 예약 화면에서는 한국어도 지원이 되서 어렵지 않게 예약할 수 있다. (홈페이지 자체는 영어/중국어(간체, 번체)로만 된다) 하지만 인기 시간대는 빨리 마감되니 내가 원하는 시간대로 예약하려면 미리 예약은 필수!


리버워크점도 사람이 가득


싱가포르에서 가장 화려한 곳이자 가장 많이 찾게 되는 곳인 클락키. 분위기 있는 고급 레스토랑인 점보에서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거나 칵테일 한잔하기에 딱인 곳이라 보통 이 지역에 있는 점보를 많이 찾는다. 클락키에는 리버사이드와 리버워크점이 있는데, 경치로는 단연 리버사이드점이 우세지만 그만큼 경쟁률이 너무 쎄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이미 예약이 차있다면 차선책으로 리버워크점도 갈만하다. 일정을 바꾸면서 리버사이드점을 가는것보다 리버워크점에서 식사한 후 경치를 즐기기에도 충분하기 때문.


앞치마 매고 인증샷


예약한 시간에 맞춰 가면 미리 테이블이 셋팅되어 있고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면 된다. 보통 칠리크랩 또는 페퍼크랩을 메인으로 시키고 칠리크랩에 찍어먹을 프라이드번 or 볶음밥, 사이드 메뉴로 씨리얼 새우 정도를 주문한다. 크랩은 가격이 정해진 건 아니고 그날그날 싯가에 따라 다르다.

 

주문을 하면 이렇게 깜찍한(?) 게 모양이 그려진 일회용 앞치마를 준다. 점보에 갔으면 앞치마 인증샷은 필수! 평소에 셀카를 잘 안찍는 성격이지만 인증샷은 남기려고 하나 찍어두었다. 

인증샷은 안찍어도 앞치마는 꼭 할 것! 설령 어두운색 옷을 입었다고 해도 말이다. 딱딱한 크랩 껍데기를 잘라가며 먹어야해서 소스가 사방군데 튀기 때문에 옷을 버리지 않으려면 꼭 해야한다.  



겉으로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칠리크랩이 먼저 나왔다. 고수로 추정되는 데코는 살포시 옆에 치워두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 생각보다 안에 게살이 꽉 차 있어서 점점 서로 말이 없어지고 먹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크랩만 먹다보면 간이 좀 쎌 수도 있는데, 그럴 땐 프라이드번을 소스에 찍어먹으면 된다. 너무 많을거 같아서 볶음밥까지는 안시켰는데 먹다보니 조금 아쉬운 맘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대망의 씨리얼 새우. 칠리크랩이 메인이고 이건 그냥 사이드 개념으로 시켰는데, 정말 이것만 먹으러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인생 메뉴였다. 사진으로 보기에 튀김가루처럼 보이는 저것의 정체는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살짝 달면서 고소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새우와 잘 어우러져서 계속 끌리는 맛이었다. 일행 중 한명은 칠리크랩보다 이게 더 생각나서 다시 가고 싶다고 할 정도.


싱가포르의 대표 메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마성의 메뉴, 칠리크랩. 점보는 정말 맛있었으나 계산서를 보고 흠칫 놀랬다. 각오는 하고 갔지만 한화로 계산하니 인당 약 5만원 정도가 나왔다. 도착한 첫날에 가서 아직 돈 단위에 대한 개념이 잡히기 전이라 망정이지 마지막날 갔으면 손떨릴뻔.


★점보에서 한푼이라도 아끼려면?

- 테이블에 앉으면 마치 기본 반찬처럼 땅콩을 주는데, 무료가 아닌 유료다. (1.2 싱딸)

- 가기 전에 물티슈&비닐장갑을 챙겨가자. 이것도 다 돈이다.

- 차(tea)도 무료가 아닌 유료! 따뜻한 차를 먹을 거면 상관없지만 기왕 돈내고 먹는거 원하는 걸로 마시자.




 맛은 갑, 가격은 반값 - 뉴튼 호커센터


칠리크랩은 꼭 먹어야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점보 레스토랑 정도의 가격은 너무 비싼거 같아서 고민하는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뉴튼 호커센터. 뉴튼 호커센터는 야외 푸드코트 같은 곳으로 소규모 점포가 줄지어 있고 그 앞으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공용 테이블이 있다.


뉴튼 호커센터의 낮과 밤


싱가포르는 1년 내내 더운 날씨라서 그런지 뉴튼 호커센터도 낮보다는 밤에 훨씬 사람이 많은 편이다. 더위를 감수하더라도 한적하고 여유로움이 좋다면 낮에, 조금 시끄럽지만 더위를 피하고 싶다면 밤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뉴튼 호커센터는 야외에 있기 때문에 낮이든 밤이든 사실 쾌적한 환경은 아니다. 벌레가 조금 있을수도 있고, 어떤 후기를 보면 비둘기떼의 습격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에디터가 방문했을 때는 벌레도 비둘기도 없어서 괜찮았다. 다만, 점보를 갔다가 이곳을 가니 약간의 괴리감이 들었을 뿐ㅎㅎ 차라리 반대로 갔으면 이런 괴리감이 덜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보 씨푸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1. 세트 메뉴로 구성 (칠리크랩or페퍼크랩 + 프라이드번 + 볶음밥 + 씨리얼 새우)

*단품으로도 주문 가능

2. 음료는 따로 사야한다 (음료만 파는 가게 or 돌아다니면서 음료를 파는 상인에게 구매)


뉴튼 호커센터에서는 페퍼크랩을 먹어보고 싶었으나, 점보와의 동등 비교 & 일행의 취향에 따라 칠리크랩 세트로 주문하였다. 이번에는 씨리얼 새우가 먼저 나왔는데, 이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것 같다.

씨리얼 새우만 먼저 점보와 비교하자면, 점보가 좀 더 새우가 컸고 싱싱했다. 물론 점보에서는 이 요리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기대감이 없는 상태에서 먹었지만, 뉴튼에서는 이미 점보에서의 경험으로 기대치가 한껏 올라가있어서 그 만족도가 달랐을테지만.



이어서 칠리크랩이 나왔는데 크기는 점보와 비슷했다. 소스 색깔이 점보는 조금 주황색이었던 반면, 뉴튼은 좀 더 빨간색에 가까웠는데 실제 맛도 이와 비슷했다. 점보가 부드러운 칠리였다면 뉴튼이 좀 쎈 칠리였다고나 할까. 씨리얼 새우는 만장일치로 점보가 맛있다고 했는데, 칠리크랩은 의견이 갈린거보면 절대적인 맛의 차이라기보다 개인 취향에 따라 갈리는 맛이었다.



★뉴튼 호커센터 TMI

- MRT 뉴튼역 B번 출구에서 가까우나, 육교를 건너야함

- 푸드코트처럼 가게가 쭉 줄지어있는데 '한국인에게' 유명한 집은 27번, 31번, 70번.

*꼭 위 가게를 추천하는 건 아니며, 개인의 선택이 중요

 (장점 : 한국인이 많이 가서 한국어로 주문이 가능. 도전을 싫어한다면 추천 / 단점 : 한국인이 많이 가서 호객행위가 있는 편)

- 세트 하나는 2.5인분 정도 (양이 많은 2명 또는 보통의 3명이 먹을 양)

- 세트 하나에 65싱딸 (약 54,000원)



[가심비 VS 가성비, 취향에 따른 양자택일]

둘 다 가 본 경험자로서, 둘 중 택하자면 점보쪽이었으나 다시 간다면 뉴튼을 갈 것 같다.

맛으로만 따지자면 점보가 좀 더 부드러워서 맛있었고 더운 날씨를 피해 쾌적한 환경에서 먹을 수 있어서 좋았으나, 거의 2배 이상의 가격을 주고 갈만큼의 만족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가성비냐 가심비냐의 기로에서, 취향을 배제하고 상황에 따른 선택이라면 아래와 같이 추천한다.


- 점보 레스토랑 :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자, 처음 싱가포르에 가는 여행자 (2명 이상일 경우)

- 뉴튼 호커센터 : 혼자 여행하는 사람, 현지의 분위기를 체험하고 싶은 여행자   



하지만 선택도 평가도 책임도 개인의 몫이다.



EDITOR. JISUN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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