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 여행
이탈리아 로마는 개인적으로 네 번 다녀왔다. 10여 년 전 배낭여행으로 처음, 그리고 휴가와 출장으로 한 차례씩 다녀왔다. 하지만 '로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모로코를 다녀오면서 로마를 경유하면서 들렀던 때다. 당시 모로코 출장을 마치고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 알리탈리아 항공을 카사블랑카-로마 구간을 탔다.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9시가 지나가는 시각이다. 다음 비행기는 다음 날 아침 11시에 있었다. 14시간 정도 남은 셈이다.
일전에 '경유지 여행'을 테마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경유지 여행을 강행했다. 평소와 달랐던 점은 새벽에 로마 시내를 둘러봤다는 것.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를 숱하게 다녀왔지만, 새벽에 혼자 로마를 둘러보자니 쓸데없는 걱정부터 앞선다. 로마의 밤길은 무섭고 여행자를 노린 노상강도가 곧잘 출몰한다는 소문도 들었다. 더구나 긴 모로코 출장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괜한 무리일 수도 있었다. 어차피 큰 짐은 인천까지 부친 상황, 공항에서 호텔을 잡고 몇시간 눈을 붙이느니 오랜만에 로마의 밤을 보는 것이 더 나았다. 여행작가라면 그래야 한다. 공항 버스로 로마 테르미니역에 도착하니 밤 11시 무렵이었다.
2월의 로마, 아직 쌀쌀해서 그런지 거리에는 여행자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테르미니역에서 스마트폰 지도 어플을 작동시키고 동선을 짜본다. 일단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을 거쳐 콜로세움까지 이동한다. 로마의 대부분 명소는 몰려있기 때문에 걸어서 둘러볼 만하다. 성인 남성 걸음으로 빠르게 걸어 서너 시간 정도면 다시 테르미니역까지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서둘러 둘러보고 온 다음, 다시 서너 시간 정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공항버스 첫차를 탈 생각이다.
'로마의 밤거리가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은 기우였다. 대로를 따라 콜로세움에 도착하니 자정을 지나는 시각이다. 세계적인 명소라 그런지 심야에도 콜로세움을 보기 위해 산책 나온 여행자는 상상 그 이상이다. 은은한 조명이 들어온 콜로세움은 출사 명소는 물론 데이트코스로도 손색없다. 근처의 베네치아 광장과 캄피돌리오 광장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명소 주변은 로마 경찰이 밤새 순찰한다. 나처럼 심야에 나온 여행자가 상당히 많이 보였는데, 대부분 출사족이다. 삼각대를 들고 다니며 로마 야경을 부지런히 찍는 여행자들이었다. 그들과 서로 눈이 마주치면, 잠시 눈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후 판테온을 거쳐 나보나 광장을 지나 트레비 분수로 이동했을 때는 새벽 1시 무렵이었다. 심야지만 트레비 분수 주변은 여전히 사람이 많다. 여행자도 있고 현지 연인의 모습도 보인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대낮과 비교하면 매우 쾌적하다는 것. 그리고 매우 낭만적이다. 동전을 던지기도 쉽다. 평소의 트레비 분수 주변은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한다. 게다가 여행자를 노린 소매치기와 날치기가 많아 늘 주의해야 하는 구간, 낭만을 느낄 시간도 없다.
스페인 광장과 산탄젤로 성, 그리고 바티칸 광장 입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미 모로코 출장을 마치고 누적된 피로에 온몸은 천근만근 같았지만, 그날 호텔에서 쉬지 않고 무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또다시 홀로 심야 여행을 즐길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올 때마다 구름 떼같이 몰려드는 여행자 때문에 지친 기억이 앞선다. 로마를 찾는다면, 심야에 나와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보다 안전하고 낭만적이다.
로마 - 이탈리아의 심장. 테베레강 하류에 자리하며 기원전 743년경부터 시작됐다. 한때 서양 문명을 대표하는 로마 제국의 수도였기에 유럽 역사의 중심지로 통한다. 바티칸을 품고 있어 가톨릭교의 본산으로도 유명하다. 세계적인 유적과 낭만적인 명소가 가득해 세계 여행자들이 가고 싶어 하는 도시로 손꼽힌다.
콜로세움 - 고대 로마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물 가운데 하나. 파리의 에펠탑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심벌로 잘 알려져 있다. 70년 무렵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때 건설을 시작해 80년경 완공됐다. 높이가 무려 42.38m, 내부 길이는 873m, 폭 2355m, 무려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당대 건축물 가운데 최고였다. 흔히 검투사들의 아찔한 장면을 연출한 원형경기장으로 잘 알고 있지만, 고전극을 상영하기도 했고, 각종 전시가 펼쳐지기도 했다.
트레비 분수 - 콜로세움과 함께 로마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잘 알려진 분수다. 로마에 분수가 10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통한다. 15세기 니콜라우스 5세 교황의 명을 받아 18세기 클레멘스 13세 때 시작해 18세기에 완공되었다. 바로크 양식으로 만든 해신의 부조도 유명하지만, 격동의 바다와 잔잔한 바다를 상징하는 부조와 사계절을 상징하는 네 명의 여인 부조 또한 눈길을 끈다. 트레비 분수를 등지고 동전을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