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사이에 주말에 일본으로 떠나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엔화 환율의 하락과 함께 TV 프로그램에서 먹방 여행이 자주 등장했기 때문에.
다른 여행지와는 다르게 일본은 비행시간도 짧고 저렴한 항공권 가격 덕분에 쉽게 떠나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일본! 바로 후쿠오카.
인천에서는 1시간 20분. 부산에서 출발하면 1시간 안쪽으로 갈 수 있는 거리에 더욱 부담이 없는 곳.
아주 오래 전, 후쿠오카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5년만에 다시 가는 곳이라 그런지 떠나기 전부터 설렜다. 처음 가는 곳이면 처음이어서, 오랜만에 가면 오랜만이라, 친구와 함께라면 함께 하는 사람 때문에, 여행은 항상 그렇게 설렘 가득한 순간순간이 많다.
이치란 라멘 본점
후쿠오카에 도착하자마자 첫 끼로 먹은 음식은 바로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소문난 돈코츠 라멘.
우연하게 근처를 지나가다가 발견한 곳으로 알고 보니 엄청 유명한 곳이었다. 평일 오전에도 길게 줄이 늘어서 있을만큼 인기가 많은 곳. 주변을 지나가면 절로 시선이 갈 만큼 누가 봐도 맛집 포스가 흐르는 곳으로 근처를 지나가면 마법에 홀린 듯 줄을 서게 된다.
이곳의 넘버 원 메뉴는 돈코츠 라멘과 모듬사리. 진하고 짭조름한 국물에 돼지고기 차슈와 해초사리 그리고 반숙되어 있는 계란을 추가하면 돈코츠 라멘의 최정상의 맛. 쫄깃한 면발의 식감까지 최고의 맛을 느껴 볼 수 있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음식이 나오면 먹기 전에 항상 사진 찍는 것에 집중하게 되는데, 진짜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마음이 초조해져 사진의 초점이 흔들린다. 아, 이런...
하카타 칸베에 본점
후쿠오카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을 꼽으라면 바로 모츠나베.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기막히게 맛있는 음식.
처음 모츠나베를 먹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도쿄였는데 별거 없어 보이는 재료에서 마법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모츠나베의 재료는 소 곱창과 부추 그리고 야채가 전부인데 아마도 비법은 소 곱창에서 나오는 기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소 곱창 전골처럼)
하카타 칸베에 본점에는 코스요리로 다양한 시그니처 요리를 모두 즐겨 볼 수 있는데, 모츠나베 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을 고민 없이 먹을 수 있어서 더욱 편리하다.
아앗! 오징어랑 눈 마주쳤어!!
요즘 인스타그램과 SNS를 통해서 부쩍 인기가 많아진 음식은 바로! 생긴 것도 신기 방기한 오징어 회.
우리나라에서도 물론 오징어 회를 즐겨먹는 관계로 특이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재료의 살아있는 형태 그대로 나오는 그 모습은 더욱 신선해 보이기도 하고 사진 찍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역시 음식을 예쁘게 플레이팅 하는 솜씨는 일본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구마모토산 최고급 말고기 육회
혹시, 말고기 육회를 한번 드셔 보신적이 있는가?!
우리나라 제주도에 가면 생각보다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역시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말고기라고 이야기 해주지 않으면 소고기라고 느껴질 정도의 부드러움과 식감을 갖고 있는 음식으로 강하고 진한 육 향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거미줄처럼 사이사이로 펼쳐져 있는 마블링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 식감을 선사해준다.
간소 하카타 멘타이쥬
20세기 쇼와시대에 상류층이 즐기던 멘타이쥬(명란덮밥)을 먹어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실제로, 이 멘타이쥬의 기원은 우리나라 부산.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보낸 가와하라 도시오라는 일본인이 본인만의 방식으로 명란젓갈을 재해석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일본 사람들뿐만 아니라 후쿠오카를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매우 좋아서 줄을 서지 않고는 먹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오전 10시에 아침 겸 점심으로 찾아갔는데, 이른 시간에도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부에 좌석이 많고 넓어서 생각보다는 빠르게 들어갈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작은 도시락에 하얀 밥을 가득 채우고 그 위에 다시마로 말아서 숙성시킨 커다란 명란 하나가 통째로 올라가있다. 엄청나게 짭짤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짜지 않았고 그 감칠맛이 중독성 있어서 계속 먹게 된다. 한마디로 밥도둑 간장게장 백반과 비슷하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야마하 베이스 커피숍
이 곳은 엄청나게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캐널시티 쇼핑몰을 가다가 우연하게 발견하여 들어가게 되었다.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발길을 붙잡았는데 이곳에서 먹은 음식은 크레페와 명란 바게트.
후쿠오카에 명란이 유명한 건 알고 있었지만 삼시세끼를 명란명란명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할까. 점심으로 먹게 된 명란 바게트는 빵 안에 명란 쨈이 가득 발라져 있어서 짭조름한 명란의 맛과 고소한 빵 맛이 묘하게 어우러져 더욱 매력적이다.
한 켠에 놓여있는 명란 토핑을 아이스크림에 마음껏 뿌려서 먹어볼 수 있는데, 짠단 짠단 그 맛은 정말 예술이다. 이제 후쿠오카에 가면 명란 아이스크림은 꼭 한번 먹어보고 오는 걸로!
모토무라 규가츠
규가츠하면 사실 교토가 진리인데 인생 규가츠를 후쿠오카에서 맛보았다. 올 봄에 다녀왔던 교토 여행에서 처음 맛보았던 규가츠는 정말 약간의 문화충격이었다고 해야될까?
세계적으로 소고기가 가장 저렴하고 맛도 좋다는 아르헨티나에서 맛보았던 소고기 튀김(돈까스 형식)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규가츠는 나의 상상을 뛰어넘은 최고의 음식이었다.
최고급 소고기를 뜨거운 기름에 딱 1분간 튀겨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스테이크 미디움 레어처럼 부드러운 맛. 아르헨티나에서 먹었던 소고기는 완전히 익혔는데도 정말 맛있었는데... 같은 재료라도 얼만큼 익히느냐에 따라서 맛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규가츠 맛집은 일본에도 꽤나 많지만 뜨거운 돌 판을 이용해 각자의 기호에 맞게 굽기를 조절해 먹을 수 있는 모토무라 규가츠는 정말 최고였다. 살짝 느끼할 때는 와사비를 싸악~ 올려서 간장을 조금 찍어 먹으면 그 맛은 정말 이 세상에 있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이다.
후쿠오카 미식여행 매일매일 오이시데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일본은 바로 후쿠오카. 솔직히 말하면 엄청난 관광지나 볼거리가 많지 않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미식의 도시로,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다시 한번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10만원 초반, 후반대의 항공권으로 마음까지 가볍게 떠나기 좋은 장소. 다음에는 또 어떤 음식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맛집 옆에 바로 맛집이 있다는 곳 후쿠오카. 혹시 이곳에 가는 것을 고민한다면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이 떠나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