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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Jul 12. 2019

가장 우아한 핑크빛 하루, 로얄 하와이안 리조트

하와이 여행

하와이에 한 번이라도 왔던 여행자라면, 와이키키 한복판의 핑크색 호텔 '로얄 하와이안 리조트'를 모를 수 없다. 무려 91년의 역사를 가진 역사적인 건축물인데다, 로얄 하와이안 센터와도 연결되어 있어 수많은 관광객의 사진촬영 명소로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숙박은 조금 망설이게 된다. '오래된 호텔은 시설이나 서비스도 오래되었을 것이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리가 많은 호텔이라는 것은, 이곳을 선택함과 동시에 와이키키의 옛 시간에서 머무르는 특별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메리어트 계열 호텔만이 준비한 고 프로/포켓와이파이 무료 대여와 같은 특별한 리조트 피 혜택이 준비되어 있다. 로얄 하와이안의 투숙객만이 들어갈 수 있는 핑크빛 프라이빗 비치의 이용 자격은 덤이다.



로얄 하와이안 리조트는 타워를 신축하고 깨끗하고 세련된 객실을 많이 갖고 있지만, 나는 구건물인 히스토릭 윙(Historic Wing)의 핑크색 품을 받아서 내심 기뻤다. 기왕 여기 머문다면 꼭 이 방에 머물고 싶었다. 예전 구조를 그대로 써서인지 방은 다소 어둡고 창문은 별도의 공간에만 뚫려있는 신기한 구조였지만, 나는 이 객실이 좋았다. 파인애플 패턴의 핑크빛 벽지는, 로얄 하와이안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가든 뷰로 건물 안쪽의 객실이어서 무척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매일 생수 2병이 새롭게 준비되고 웰컴 쿠키와 턴다운같은 기본적인 서비스도 물론 훌륭했지만, 오래된 호텔이라 해서 요즘 호텔이 제공하는 디지털 컨시어지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객실에 비치된 아이패드에서는 매일 열리는 각종 행사와 피트니스 클래스 스케줄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날 요가 클래스를 예약했는데, 여기서 빠르게 스케줄을 확인한 덕분이다.



이번 일정에서 투숙한 하와이의 총 9개 호텔 중 욕실 어메니티와 배스로브(목욕가운) 순위를 꼽으라면, 로얄 하와이안 리조트는 상위 3위권 안에 든다. 옷장을 열면 핑크 스트라이프의 아름다운 가운이 나오는데, 어찌나 가볍고 따뜻한지 마음에 쏙 들었다. 또한 욕실 어메니티의 경우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말리에(malie)' 라는 하와이의 로컬 코스메틱 브랜드를 쓴다. 헤어 제품의 질이 특히 좋아서, 개봉한 제품은 챙겨서 다음 호텔에서도 잘 쓰곤 했다. 턴다운이나 객실청소 시에 어메니티도 넉넉히 세트로 챙겨 주신다. 적은 금액이라도 객실 청소 팁을 잊지 않는다면, 더욱 잘 챙겨주니 참고하자. 또한 로얄 하와이안에서는 커피포트는 물론 커피 메이커와 일회용 컵까지 잘 준비되어 있다. 이후로 이런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호텔을 계속 만날 때마다, 이게 얼마나 기본적이지만 고마운 서비스였는지 새삼 깨달았다.



로얄 하와이안 리조트 체크인을 할 때 객실 키와 함께 이런저런 카드를 받았다. 리조트 피에 포함된 각종 서비스인데, 그 중 하나가 '로얄 하와이안 베이커리' 교환권이다. 2017년 새롭게 문을 연 로얄 하와이안 베이커리는 호텔의 정체성을 담은 베이커리와 음료를 선보이는 캐주얼한 매장이다. 여기서는 커피보다 다른 메뉴를 추천한다. 바로 '핑크 주스'로 알려진 구아바 주스다. 어쩌면 주스 색깔도 로얄 하와이안을 쏙 닮았는지. 다음 날 아침에는 이 주스를 한 잔 주문해서 호텔 비치베드에 누워 한참을 쉬었다. 뭐랄까, 이곳의 '핑크색'은 단순히 호텔을 유명하게 해준 컬러의 역할을 떠나서 투숙객들의 마음을 즐겁고 설레게 만들어 준다.



호텔여행의 시작은 새롭고 감각적인 호텔이었지만, 경험치가 쌓일수록 희소성을 가진 호텔을 더 찾게 된다. 특히나 로얄 하와이안에서는 평소 내 철학이기도 한 '강점을 더 강하게'라는 메시지를 새삼 확신하게 됐다. 로얄 하와이안은 오직 자신만이 가진 '백 년 된 핑크색 건물'이라는 특징을, 강력한 브랜딩으로 승화시켰다. 호텔업계에서 '오래된 호텔'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낡은 시설과 진부한 서비스라는 편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얄 하와이안은 약점을 애써 보완하여 굳이 새로운 호텔과 힘겹게 경쟁하기보다는, '핑크'라는 차별성에 집중했다. 베이커리의 간판 메뉴인 핑크 구아바 주스 한 잔을 입에 물고 핑크빛 전용 비치로 나서는 길, 나도 이들처럼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지 문득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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