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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Jul 18. 2019

여러가지 색이 모여 푸르게 물든 도시, 인도 조드푸르.


#1

인도여행을 하기 전 인도는 흰색과 황색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래와 황토, 대리석이 내가 생각하는 인도의 색이었다. 하지만 인도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그 생각은 금세 수정되었고 결국은 생각을 멈추게 만들었다. 내가 상상하고 예측한 범위를 너무나 초월해서 그냥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벅찬 곳이 인도였다.


조드푸르의 속살을 보러 시장에 들어섰을 때 느낌은 첫 시각적 무질서. 여행자의 정신을 일순간 빼버리는 어지러움의 유발이었다. 마침 일행과 함께 들어선 포목집에서 털썩 주저앉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인간의 눈은 일정한 규칙과 조화를 찾아 안정감을 얻으려 하는데 인도에서는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차츰 그 혼돈이 주는 묘한 매력에 빠져 어지러움을 감수하고서라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2

블루시티라고 불리는 조드푸르였지만 왕이 살았던 성에는 푸른 기운이 없었다. 붉은색과 황금빛으로 가득한 성은 화려함 이상의 매력을 품고 있지는 않았다. 생활의 터전이 아닌 유적지는 어찌보면 죽은 과거일 뿐이다. 닿지 않는 수백년, 수천년 전의 이야기는 공허한 감탄사 외에는 나눌 것이 없었다.


성 밖으로 보이는 서민들의 삶의 도시, 바다처럼 보이는 푸른 도시에 계속 시선이 머물고 있었었다.





#3

브라만 마을이라고 불리는 푸른색 마을은 특유의 냉정함과 규범을 골목과 집에서도 내뿜고 있엇다.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골목을 돌면서 서늘함을 느꼈다. 푸른집 앞에 놓인 빈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고 내 등 뒤를 쫓는 서늘함을 떠올리다 2층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사진으로 담고 싶은 순간이었지만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대상에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었다. 예의를 떠나 그렇게 할 수 없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다. 가볍게 목례를 했다. 호기심만으로 발을 깊이 들일 수 없는 장막이 골목에 드리워 있었다. 가만히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물을 마시고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섰다.





#4

좁은 골목을 지나 약간 넓은 길이 시작되었다.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골목과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었는데 눈물을 훔치며 내 앞을 지나가는 아기 엄마와 결혼을 앞둔 신부의 집에 모인 활기차고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모습, 여기저기 사진을 찍느라 바쁜 여행자 무리, 축제처럼 행진하는 장례행렬이 동시에 나를 통과하고 있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여행하고, 누군가는 결혼하고,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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