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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Oct 02. 2019

우리가 몰랐던 체코 모라비야 이야기 - 1편

동유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바로 체코다. 우리나라의 모 항공사 CF의 촬영지였던 체코의 모습이 워낙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일까? 그 당시 아직 유럽으로 떠나보지 못했던 나에게 유럽에 대한 동경을 심어 주기엔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동유럽의 보석 같은 곳, 체코는 크게 서쪽의 보헤미아와 동쪽의 모라비아로 나뉜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프라하와 체스키크롬로프는 보헤미아 지역에 속해 있는데, 처음 체코로 떠난다면 이 도시들이 있는 보헤미아 지역으로 떠나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만나볼 지역은 보헤미아가 아니라 체코 동쪽의 모라비아! 모라비아는 보헤미아 만큼이나 매력적이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더욱 신비로운 곳이다.



체코 제 2의 도시로 불리는 브르노(BRNO)는 프라하 못지 않게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유전학 이론을 확립한 멘델의 도시로 전통 있는 야나첵 음학대학교와 700년 역사의 그린마켓 스퀘어 등 프라하에 버금가는 문화적 중심지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을 기점으로 올로모우츠와 미쿨로프 등 모라비아에 위치한 또 다른 도시들을 다녀올 수 있는 교통중심지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어 모라비아 지역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체코 모라비아에서 가장 먼저 만나본 곳은 '레드니체 & 발티체 문화경관'으로 이 곳의 잘 꾸며진 영국식 정원은 유럽에서 가장 넓은 인공 경관 중 하나로 손꼽히며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레드니체란 "냉장고"라는 뜻으로 이곳의 연중 기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서늘하다 하여 지어진 지명으로 이러한 기후적 특성으로 인해 당시 이곳을 지배하였던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된 곳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하늘에서 내려다 봤을 때 좌우대칭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도록 꾸며진 정원은 바로크 양식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어 꼭 한 번 가보면 좋은 곳이다.



레드니체 성의 내부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높이 15M, 무게 600Kg의 샹들리에는 체코에서 가장 높고, 무겁기로 유명하며, 화려한 모양의 계단은 커다란 오크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깎아 만들었다고 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성 뒤편으로 돌아가면 넓은 정원과 호수가 펼쳐져서 마음까지 탁 트이는 기분이 든다. 푸른 하늘과 호수 그리고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은 여유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늘 여행을 가면 무언가 하느라 바빠 이런 풍경을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느낄 겨를도 없었는데 체코 모라비아에서는 진짜 여행을 떠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이 정원에는 높이 60m의 이슬람 양식으로 지어진 미나렛이 우뚝 솟아 있는데 당시 건축물은 바로크 양식이 지배적이던 유럽에서 이렇게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을 세운다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당시 군주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신하들의 기세를 꺾기 위해 신하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양식의 건축물인 미나렛을 지었다고 한다.

이렇듯 왕과 신하 간의 권력 다툼에도 건축양식이 이용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바로크 양식의 멋진 레드니체 성과 정원을 둘러본 다음 발티체 성으로 향하는 길은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져 꽤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그보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3~40분 정도 소요되는데 자전거를 탄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늘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을 내려놓고 여행에서 만큼이라도 느린 풍경을 만끽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체코 모라비아 지역에서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가장 큰 규모의 성인 발티체 성은 18세기 바로크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그 가치가 높다. 조금 전 들렀던 레드니체 성이 서늘한 기후로 여름 별장으로 사용되었던 반면 붉은색 지붕이 인상적인 이 곳 발티체 성은 실내 온도를 17도 이상으로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난방장치 덕분에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주거지로 이용된 곳이다.



또한 이 곳은 와인에 대해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성의 지하에는 국립 와인 협회 "샬롱 빈(Salon Vin)"이 있어 별도 입장료를 내고 와인 저장고로 들어가면 매년 열리는 발티체 와인 페어에서 선정된 체코 최고의 와인 100선을 마음껏 테이스팅 할 수 있어 와인 매니아에게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발티체 성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과 화려한 내부까지 바로크 양식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레드니체-발티체 문화경관은 체코의 건축물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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