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몰랐던 체코 모라비야 이야기 1편 (https://brunch.co.kr/@ttgo/77)
앞선 이야기에 이어 두번째 체코 모라비아 이야기를 이어갈까 한다. 모라비아 지역은 보헤미아의 프라하와 체스키크롬로프처럼 아직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미쿨로프, 크로메르지시, 올로모우츠와 같은 매력적인 도시들이 많이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서 잘 알려진 곳은 여행하기 편리하다는 점이 있는 반면, 정보가 많이 없는 곳은 또 그 나름대로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설렘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오늘은 모라비아의 낯선 도시들이 가진 매력을 찾아 떠나보자.
모라비아 지역은 체코 와인의 96%가 생산되는 곳으로 그 중에서도 미쿨로프(MIKULOV)를 제외하고선 체코와인을 논할 수가 없다. 미쿨로프는 따뜻한 햇살과 건조한 기후 덕분에 포도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가진 곳으로 마을 주변은 온통 포토밭으로 둘러 쌓여 있다.
포도 재배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마을 자체가 보여주는 경치도 꽤나 멋지기에 체코 여행 중에 꼭 한 번은 들러보길 권하고 싶은 마을이다. 마을 뒷산 언덕까지 오르기에는 가파르고 시간이 걸렸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미쿨로프의 전경은 잊지 못할 풍경을 선물해주었다.
동유럽의 상징과도 같은 주황색 지붕의 마을은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미쿨로프에서는 매년 9월이면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을 생산하는 것을 기념해 '팔라바 와인 축제'가 개최되는데, 70년의 전통 있는 축제인만큼 체코인들 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꽤 규모 있는 축제이다. 전통 복장을 차려 입은 주민들과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지는 흥겨운 음악, 그리고 밤새도록 식지 않는 축제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체코를 여행 중이라면 이 팔라바 와인 페스티벌은 놓치지 않도록 하자.
와인 축제의 현장 미쿨로프를 떠나 다음으로 만날 모라비아의 도시는 크로메르지(Kromeriz).
'체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 불리는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을만큼 아름다움을 간직한 마을로 바로크 양식의 정원이 인상적이다.
크로메르지의 정원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꽃이 만발하는 봄이 최적기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정원은 어쩜 이렇게 잘 꾸며 놓았을까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전통 복장을 입고 안내해주는 주민들 덕분에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온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저렇게 차려 입고 중세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해서 아쉬움에 발길을 돌렸다.
크로메르지의 아름다운 정원을 만나보았다면 이번에는 성 안을 둘러볼 차례!
크로메르지 성 안에는 수많은 방들과 화려한 연회장이 있는데 그 화려함에 놀라게 된다. 이렇게 화려하고 멋진 곳이 아직까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오래 전 이 곳 연회장에서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지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사람들을 떠올리며 나도 잠시 감흥에 젖어들어 본다.
크로메르지 성 안의 서재에는 약 9만여 권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책들이 소장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무거운 책은 한 권의 무게가 자그마치 34kg나 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렇게 많은 책들을 과연 누구를 위해 이 곳에 모아 두었는지 알 수 없지만 여기에서 저 책들만 읽어도 꼬박 몇 년은 걸리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크로메르지 성 역시 체코에서 규모가 큰 성에 속하는데 특히 성 뒤편의 정원의 면적이 상당히 넓어서 걸어서 둘러보기엔 무리가 있다. 별도 요금을 지불하면 성에서 운영하는 전동차를 타고 정원을 돌아볼 수 있는데, 초록으로 물든 아름다운 정원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장면들을 마주하면서 행복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크로메르지는 모라비아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다.
'모라비아의 진주', '중부 유럽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도시' 라는 수식어들이 가리키는 곳이 바로 모라비아의 올로모우츠(Olomouc)다. 아직까지 동양인 관광객들이 많지 않아 진짜 유럽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동양인들로 가득한 프라하와는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교황과 테레사 수녀도 방문했을만큼 가치를 인정받는 올로모우츠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 삼위일체 탑이 있는데 높이 35m, 지름 17m, 탑에 얹힌 조각상만도 42개나 되는, 중부 유럽에서 가장 큰 바로크 양식의 탑이다.
이 탑은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을 이겨낸 후 도시가 부흥함에 감사하며 세워졌는데 그 앞에 서면 웅장함에 압도당한다. 미쿨로프에서 크로메르지, 올로모우츠까지 모라비아에는 프라하의 보헤미아 못지 않은 매력을 가진 곳들이 많이 있다.
다음 유럽 여행은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체코 모라비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