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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Oct 21. 2019

강물 위의 호텔에서 보내는 하룻밤

방콕 찬(Chaan) 호텔

방콕을 여행하는 방법은 셀 수 없이 많지만, 호텔의 위치를 도심에서 리버사이드로 바꾸자 새로운 방콕이 보였다. 올드 방콕과 신도시의 경계인 리버사이드는, 지금 방콕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이다. 그래서 강을 따라 새로운 소형 호텔들이 요 몇 년 새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17년 문을 연 찬 방콕은 태국 현지인의 블로그와 커뮤니티에서 아름다운 호텔 사진을 보고, 방콕 여행을 준비할 때부터 주의깊게 봤던 호텔이다. 도심의 호텔은 관광과 쇼핑에는 너무나 편리했지만, 태국 고유의 예술 감각과 이국적인 풍광을 한번에 즐길 수는 없었다. 리버사이드의 새로운 호텔들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면서도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찬 방콕은 그 중에서도 절제된 디자인에 동양적인 감각이 반영된 호텔이었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본 찬 방콕의 위치는 다소 미묘했다. 카오산로드 방면에서 강 건너에 위치하기 때문에, 어쨌든 왕궁 및 주요 관광지로 가려면 강을 건너야만 한다. 또한 큰 길에서 호텔 입구로 들어가는 골목도 상당히 길고 복잡해서, 늦은 밤에는 다니기 어려울 수 있다. 한 마디로 이 호텔의 위치는 초심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최소 두 세번 이상 방콕을 자유여행으로 다녀본 이들, 또는 시내보다 올드 방콕(차이나타운, 리버사이드)를 주력으로 다닐 여행자에게 추천한다.

사실 사진만 보고는 아주 작은 규모의 호텔로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로비가 꽤나 넓고 사방이 트여있어 마치 휴양지 리조트에 온 느낌을 준다. 체크인 또한 이 야외 로비의 한 켠에서 이루어지며, 체크인을 마쳤다고 해서 바로 객실로 올라갈 필요도 없다. 소파에 기대어 강가의 풍경을 바라보며 한숨 돌리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계단을 통해 객실로 올라가야 하니, 짐은 직원에게 부탁해서 올리면 된다.



로비에서 이어지는 원목 재질의 느긋한 분위기는, 객실에도 그대로 흐른다. 천정부터 벽면, 바닥까지 목조 소재로 꾸며진 편안한 객실에는, 딱 보기에도 탄탄해 보이는 멋진 침대가 테라스를 향하고 있다. 새로 오픈한 호텔이라 그런지 베딩 상태가 매우 좋았다. 키가 작은 편인 내게는 살짝 높다고 느껴질 정도의 침대인데, 붙어 있지만 트윈이라 매우 편안하고 이불도 도톰하고 퀄리티가 좋았다. 벽에 놓인, 방콕의 풍경을 담은 사진 액자도 참 감각적이다. 아무래도 오너의 취향이 곳곳에 세심하게 들어있는게 예사롭지 않아 나중에 물어보니, 찬 호텔은 가족경영 호텔이라고 한다. 스몰 비즈니스인 만큼 오너가 하나하나 인테리어부터 브랜딩까지 기존 호텔과 차별화하기 위한 흔적이 잘 담겨 있다.



나는 디럭스 룸에서 머물렀다.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수페리어와 디럭스의 차이점이, 디럭스 등급부터 야외 리버 테라스가 있단다. 리버 테라스는 아침에 잠에서 깨면 눈 앞에 차오프라야 강이 흐르는, 그런 방콕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문을 열면, 차오프라야 강이 한 눈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펼쳐지는 정도가 아니라 바로 코 앞에 흐르는 강물이 당황스러울 만큼 가까워서, 마치 물 위에 서 있는 듯 했다. 이 놀라운 시간을 더 느긋하게 즐기고 싶지만, 오늘 저녁 크루즈에 오르면 수변 풍경은 원없이 볼 수 있으니 얼마 없는 시간은 다시 예쁜 객실 하나라도 더 구경해 본다.



침대 머리맡 뒤로는 욕실이 이어진다. 젠(Zen) 스타일의 미닫이 문을 스스르 닫으면, 침실과 욕실이 완벽히 분리된다. 미니멀한 샤워 공간과 넉넉한 양의 어메니티, 쌀로 만든 은은한 향의 비누까지 내 맘에 쏙 드는 것들만 있는 욕실 시설도 만족스러웠다. 수도관이 고장나는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다행히 체크아웃 즈음이라 수리를 맡겨두고 이른 아침에 서둘러 채비를 했다. 1박 밖에 머무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데, 다음에도 리버 테라스가 있는 객실에서 차오프라야의 강바람을 맡는 호텔 스테이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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