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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띠 Feb 28. 2022

[딩딩리포트] 3면 게임

2022년 2월 28일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협상이 가능할까?

딩딩리포트에서 그제 말씀드렸던 대로  밤사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조금 전 협상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폴란드에서 하자는 우크라이나 측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하자는 러시아 측이 힘 싸움을 벌이다가 제3의 장소인 벨라루스 국경지대에서 만났다고 알려졌는데요.


회담 장소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https://news.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22022806034032024a01bf698f_1/article.html?md=20220228061411_S


회담을 앞두고는 러시아와 유럽 국가들 사이에

장군 멍군이 오갔습니다. 장군 멍군이 무슨 소린지,

천천히 설명을 해드릴게요.


2월 26일 딩딩리포트 <흐지부지>편에서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 중에 '스위프트 퇴출'이 쏙 빠져 있다.

그래서, 제재도 흐지부지인 것 같고 그래서 러시아와 유럽 주식이 떡상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었는데요.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 ㄱㄱㄱ

↓↓↓↓↓↓

https://brunch.co.kr/@tti/106


유럽 연합에서 딩딩리포트를 보기라도 한 걸까요?


"자, 유럽 정상여러분~ 딩딩리포트에 기사가 났으니까.. 어쩔 수 없이 스위프트 제재를 논의해 봅시다."


전격적으로 G7이 스위프트 제재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국민일보 같은 경우에는 '금융 핵폭탄'을 때렸다고 보도하기도 했어요.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33698&code=11141500&cp=nv


자, 스위프트 제재. 그제 말씀드렸던 대로

러시아의 국제 거래를 틀어막는 강력한 조치가 맞습니다.


송금도 안 되는 건 물론이고요. 물건을 사 올 수도, 팔 수도 없습니다.  수출과 수입을 사실상 막아서 고립시키는 조치이죠.


이쯤 되면 '금융 핵폭탄' 맞습니다.


그런데, 어제 나온 기사의 원문을 잘 보면 얘기가 약간 달라집니다. 아래 기사가 CNBC가 보도한 내용인데요.


제재 대상이 나온 목적어 부분에

selected Russian banks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냥 뱅크가 아니고 셀렉티드 뱅크입니다.

즉, 선택된 일부 러시아 은행들입니다.


All of Russian banks가 아니고요.


https://www.cnbc.com/2022/02/26/eu-uk-canada-us-pledge-to-remove-selected-russian-banks-from-swift.html


러시아에서 거래하는 은행들이 엄청 많지 않겠습니까?

그중에 일부만 선택해서 스위프트에서 배제시킨다는 겁니다.


대형마트 금지한다면서, 롯데마트만 규제하면 다들 이마트로 가겠죠?



제재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스위프트 배제가 일부 언론의 표현대로 '핵폭탄'이 되려면  그 범위와 대상이 구체적으로 나오는 걸 봐야 알 수 있고요.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 내부에서 자국 피해를 우려해

러시아 경제 제재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 해드렸었는데... 이를 의식해서 절충적으로 '선택적 제재(selected sanction)'를 내놓은 게 아닌 가 싶습니다.


유럽이 이렇게 반쪽 제재를 내놓았는데도, 러시아는 여기에 발끈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푸틴은 밤 사이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어요.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hm&sid1=104&oid=001&aid=0013016807


물론, 많이 불편해지는 건 사실이겠지만 완전히 막은 건 아닌데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거죠.


푸틴 입장에서도 독일에 천연가스를 끊어버리는 게 가장 손쉬운 타격일 텐데, 그런 선택지는 고려하지 않고 '키보드 싸움'으로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일단, 독일 숄츠한테는 그래도 고맙다고 전해라. 우리도 가스는 안 끊을게"





1988년  미국 하버드 대학의 정치학과 교수인 로버트 D.퍼트남은  <양면 게임의 논리(The logic of two-level games)>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이 논문의 핵심은 한 나라의 대표는 국제 단계(international Level) 국내 단계 (national level) 두 곳에서 게임을 치르고 있다는 겁니다.


즉, 국제 협상은 단순히 국가 간의 이익으로만 조율되는 게 아니라 국내 여론까지 종합적으로 봐야한다는 거죠. 어지간해서 국내 여론에 거스르는 협상을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두 곳 어딘가에서 절충하는 지점에서 협상이 이뤄진다는 거죠. 다른 나라와 협상할 때 강력한 국내 여론은 좋은 타협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대표적으로 농산물 수입 협상의 경우, 국내 농민들의 강력한 시위는 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죠. ( 사진은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당시 모습 )




전쟁 초기,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는 쉽게 무너질 걸로 예상했는데, 국민들이 결사 항전 의지를 보이면서 전쟁은 푸틴의 예상보단 장기화하고 있는 것 같고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이른바 '쌍그램 정치'를 통해서 국내 레벨에서 국민들을 단결시키고 있습니다.


국내 레벨의 판을 키워서 우월한 협상 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2/02/28/45SYXLA6LZEH7OMV5TWWZIYMEM/?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친 러시아 세력에 맞서 70%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젤렌스키 입장에서는 명분 없는 러시아와의 타협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겠죠


( 물론, 우크라이나는 결선 투표제가 있어 득표율이 우리보다 훨씬 높을 수 있습니다. 젤렌스키도 1차 투표 때는 30%대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400&key=20220227.99099006539


그러면서 나라 밖으로는 푸틴을 전범자로 몰면서 드리블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 레벨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227067400108?input=1195m


반면, 생각보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푸틴 입장에서는 속으로는 후회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국내 레벨에서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을지 모르고요.


전쟁할 때마다 지지율이 오른다는 푸틴의 지지율은 현재 70%에 육박한다고 하거든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0502


이런 상황에서 이미 전쟁을 시작한 이상 얻은 것 없이 돌아서기엔 자신의 지지자들을 볼 면목이 없겠죠.


"자.. 그럼!  슬슬~ 출구를 찾아볼까?"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는 나토의 위협에 대한 정당방위적 성격임을 강조하면서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토만 물러서면 푸틴이 명분을 얻고 전쟁을 멈출 수 있을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22806173783560


이렇게 두 나라가 양면(Two-level)에 둘러싸인 가운데, 미처 생각 못했던 제3의 레벨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바로 비등한 국제 여론인데요.


초기에 군사 파병도 하지 않고, 경제 제재도 다소 약하게 했던 미국과 유럽도 러시아에 대한 미온적 제재로 대응하다가 국제 여론에 따라  강력한 (그러나 선택적인) 스위프트 제재를 추가했고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관련 논의를 시작하면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228006300072?input=1195m


전 세계 각지에서 반전, 반푸틴 시위가 일어나는 건 물론이고,  러시아 내부에서 조차 대규모 시위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https://view.asiae.co.kr/article/2022022806032694346


즉, 이제 푸틴은 양면이 아니라 국제여론까지 고려해야 하는 삼면에 둘러싸인 형국인데요.


국제 여론을 의식해 유럽과 러시아가 하나씩 액션을 주고받은 상황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오늘 협상 테이블에서 줄다리기를 시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에 큰 기대를 안 한다고 밝혔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적절한 출구를 찾고 싶어 할 겁니다.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아무리 선택적 제재라 해도 장기화하면 러시아도 경제적 타격이 클 수 있기 때문이죠.


https://www.etoday.co.kr/news/view/2109033


그래서, 오늘 협상 결과가 어떻게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우크라이나 뉴스에 달린 댓글 중에  우크라이나에게 힘을 보태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는 분이 계셨었는데.. 그럴 땐 푸틴 뉴스 기사에 악플을 다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푸틴은 이미 삼면게임 중이기 때문에.


출처 : 유튜브 딩딩대학 염규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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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딩대학 뉴스연구소에서 알려드립니다.]

똑똑하고 싶은데 어려운 건 싫어?

< 초 중도 이해할 수 있는 교양수업, 딩딩대학>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역사와 쟁점들을 집중적으로 짚어보고 있습니다. 1강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개념을 살펴봤고요.

2강에서는 물가와 금리, 주가의 관계를 살펴봤습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설정 부탁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qRggPD6Arc&t=36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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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을 못 보셨다면? 1강부터 다시보기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jjOHK4a3xPY&t=20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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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너스 영상 >

어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후보들이 양당제 구도를 깨자는 논의가 나왔었는데요. 다당제와 양당제 어떻게 구분하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3분 안에 짚어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13_un4J8qY&t=2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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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딩딩대학이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광고없는 팟캐스트 플랫폼 팟티와 함께

<팟티(PODTY)x 딩딩대학> 콜라보를 시작했습니다.



 팟캐스트 주소 링크!


https://www.podty.me/cast/227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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