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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띠 Feb 26. 2022

[딩딩리포트] 흐지부지

2022년 2월 26일 /  러시아와 우크라 대화 소식에 미국 증시 급등

밤 사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고위급 회담에 나설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까지 진격한 가운데, 이 같은 보도가 나온 겁니다. 사실 이게 말이 대화지. 사실상의 항복 문서 조인식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기는 한데요. 대화는 전쟁이 나기 전에 해야지. 지금 수도 함락 목전에 있으니까요. 실제로, 러시아도 "무기를 버리면 대화하겠다" 이렇게 밝혔거든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1234


구체적인 회담 장소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거론되는 등 실무 차원의 협의까지 진행 중인 걸로 보입니다.


https://view.asiae.co.kr/article/2022022606580475602


항복 문서를 쓴다고 해도 을사조약 처럼 주권을 넘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직접 점령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예측해 왔는데요.


딩딩대학 뉴스연구소에서 그 이유를 몇 가지 살펴보고 갈게요.


우선, 국제법 위반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침략 행위에 의한 영토 취득은 불법으로 간주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UN헌장 2조 4항에 위배되는 무력 사용은 무효입니다.


여기에, 어떤 내용이 규율돼 있는지 살펴볼까요?

UN 헌장 2조 4항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관계에 있어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


즉, "정당한 이유 없이 힘으로 땅 뺏으면 안 돼~"라는 거죠.



한글 번역본을 보면 그냥 '삼간다'라고만 되어 있지만 이 헌장의 영어 원문을 살펴 보면 이게 나름 강력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조동사 shall을 쓰고 있는데요. 영문 법조항에서 바로 이  shall은 강력한 의무를 의미하거든요.  shall we dance랑 완전히 달라요!


UN헌장 2조 4항에서 의무를 부여하는 조동사는 shall로 쓰여 있습니다.



잠깐 딴 얘기지만, 그래서 국제 조약에서 shall을 어지간해서는 잘 쓰지 않습니다.


쓰더라도 조심해서, 혓바닥 길~~ 게 풀어 씁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일례로, 기후변화 협정인 '파리 협정'을 뜯어보면 진짜 중요한 조항에는  'shall endeavor to V....  ' 이런 식으로 써놨거든요. "~ 하기 위해 반드시 노력해라~" 이런 식이에요.


아래 사진을 잘 보세요.

제가 파리협정문 4조 조항을 실제로 가져온 건데요.


4조 9항에는 shall communicate 라고 되어있죠.

"반드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이렇게 "소통하라"처럼 부수적 항목에는 강력한 의무를 부여해 놓고,


실제 파리협정문에서 shall이 쓰인 형태를 가지고 와 봤습니다. 차이를 알 수 있어요.


15항처럼 협정의 이행과 관련한 정작 중요한 실질적 조항은  shall take into consideration .....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식으로 shall 뒤에 혓바닥이 길어요.


"최선을 다할 의무만 규율해 놓으면 나중에 못 지켜도 상관없잖아요."



자, 다시 무력 사용 금지를 규율한 UN헌장 2조 4항으로 돌아와 보면요.


shall refrain~  : 반드시 삼가야 한다!!!!!!!!



이렇게 UN헌장 2조 4항은 shall 뒤에 바로 삼가야 할 의무를 규율해 놨어요.


이례적으로 강력한 거죠. 아무래도 UN이라는 체제 자체가 2차 대전 이후, 승전국들이 새로운 전후 질서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장치로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무력 사용에 대해선 강하게 규율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죠. ( 물론, '평화 모색'이라고 쓰고 '밥그릇 지키기'로 번역도 가능합니다. )


이에 위반하는 정복 전쟁은 국제법상 무효로 간주될 수 있거든요.


실제로, 2004년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한 사건에서 "전쟁에 의한 영토취득이 불가능하다는 건 국제 관습 법규다." 이렇게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살펴볼게요. )


여기서 관습 법규(custom)라는 건 다른 합의 없이도 준수해야 하는 의무다. 뭐 이런 얘기죠.


이 때문에 러시아도 이걸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죠. 나름 러시아도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데..


아무리 급해도 우리가 명색이 로씨야~ 인데... 닉값은 해야 되지 않겠니?


그래서,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동부 지역 주민들을 보호한다. 난민들 지키러 간다. 이런 식으로 명분 만들기에 주력했던 것이고요.


그래서, 푸틴이 개전 첫날 사방에서 총공세를 펼치면서도 한 말은 "점령 계획은 없다" 였죠.


https://www.yna.co.kr/view/AKR20220224095852009?input=1195m


정리하자면, 1차적으로 국제법 위반 등을 의식해서... 점령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도 있는데요. 두 번째 이유는 우크라이나 땅이 너무 넓다는 거죠.


우리나라 땅 덩이의 6배에 달하고요. 유럽 전체를 통 틀어 러시아 다음으로 가장 큽니다. 프랑스보다 더 커요.


이거 관리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죠.  가뜩이나 러시아도 땅 자체가 큰데...


"집이 필요 이상으로 너무 커도 관리비만 많이 나오죠."


다시 말해, 러시아는 유럽의 공격을 방비해 줄 범퍼 같은 완충지대가 필요한 것이지.

우크라이나 땅이 다 필요한 건 아니라는 거죠.


2차 대전 당시 독일한테 뒤통수를 세게 맞은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유럽과 전선을 직접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인 거죠. 더구나, 독일은 핵 보유국은 아니지만 미국의 핵미사일에 보관돼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러시아의 유럽 트라우마가 궁금하신 분들은 딩딩대학 연구진이 출연한 아래 영상을 참고하세요. ↓↓↓↓↓↓↓↓

https://www.youtube.com/watch?v=gKQXOznE6-I&t=11s



그리고, 끝으로 국제 여론입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반전여론, 반 푸틴 여론이 형성되고 있고요.


어제는 러시아 탱크가, 민간인 차량을 일부러 따라가서 깔고 뭉개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죠.


반 러시아 여론에 불을 지폈더랬습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22520135685406


푸틴 정도 되는 셀럽이 국제 여론 의식 안할수가 없겠죠.


"안녕하세요? 한국인 여러분~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네이버에 푸틴이라고 쳐본 답니다."


결론적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점령하는 건 쉽지 않고요.

다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확실히 저지하고. 유럽 세력과 선을 확실히 긋는 협상에 나설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협상을 앞두고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요.


유럽연합과 영국은 푸틴에 대한 자산 동결에 나섰고요.

https://www.yna.co.kr/view/AKR20220226005553098?input=1195m


미국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 제재까지 발표할 것을 시사했습니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20226_0001773977&cID=10101&pID=10100


그런데, 언듯 보면 "야~ 푸틴까지 잡았구나" 뭐 강해 보이지만 정작 가장 강력한 제재는 나오지 않고 있어요. 바로, 러시아를 '스위프트(SWIFT)'라는 국제 결제망에서 퇴출시키는 조치입니다.


이거 막으면 송금이 불가능해지고요. 국제 결제도 안 되니까 물건도 제대로 못 사 오고, 팔지도 못 하고요.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거죠. 국제 분업 체계에서 아웃되는 겁니다. 그래서, 스위프트 제재는 경제 제재 중에 고강도 조치로 분류가 되고요.


이란이 핵개발을 할 때 적용된 바 있었고, 지금 북한이 이 코드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북한이 그래서 이거 적용받을 때 크게 반발했었고요.


아래 기사가 2017년 당시 기사입니다.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0263


지금은 제대로 송금도 못해요. 그래서, 최근에 유엔 내에서도 어떻게 인도적 목적 송금이라도 북한에 허용하자 논의도 나올 정도니까요.


https://www.yna.co.kr/view/AKR20220225024200504?input=1195m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날 때, 제재부터 풀어달라 했던 것의 핵심도 바로 이 스위프트 제재입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김정은 위원장은 계좌는 풀어줄 줄 알지 않았을까요?



그만큼 강력하고, 효과적(?) 일 수 있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상황이 확전까지 일으키며, 급박하게 돌아가도 이게 쏙 빠진 겁니다.


https://www.news1.kr/articles/?4597996


알맹이가 쏙 빠진 제재,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는 기사가 어제 하나 나왔습니다.

바로, 유럽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거죠.


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면 당연히 러시아도 타격이겠지만 러시아와 거래를 해온 다른 유럽 국가들도 동시에 피해를 받는 거니까요. 특히, 독일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hm&sid1=104&oid=008&aid=0004713329


딩딩리포트가 신기(神氣)가 있는 건지, 말이 씨가 되는 건지 정확히 1주일 전, 지난 2월 19일 딩딩 리포트 <거울 반사> 편에서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제재가 쉽지 않을 거라는 취지로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어젯밤 사이 상황은 그런 흐름대로 흘러갔습니다.


이 내용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 참고하시고요.

↓↓↓↓↓↓↓↓

https://brunch.co.kr/@tti/100


더구나, 미국 입장에서도 러시아를 스위프트 망에서 퇴출시키는 건 고민일 겁니다. 북한을 스위프트 망에서 퇴출시켰더니 북한은 중국 무역 의존도를 극단적으로 높였거든요. 북한은 중국 무역 의존도가 90%가 넘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319070500003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건 당장은 러시아를 말려 죽일 수도 있겠지만 이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해 블록을 형성한다면,  그건 미국 입장에서도 부담이 가는 대목이죠. 사실, 중국과 러시아는 사이가 좋아 보여도 나름 둘이 쌓인 과거도 있고요. 아직,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 동맹 관계가 아닙니다.


( 중국과 러시아의 과거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해드리고요. )


미국은 1970년대 핑퐁외교를 통해 중국과 대화를 하면서, 중국과 소련을 이간질(?)시키면서 재미를 보는 전략적 선택을 했던 과거도 있거든요.


푸틴도 이걸 의식했는지, 어제 슬그머니 중국에 전화를 걸어서 다리를 하나 착 걸쳤어요.


https://news.imaeil.com/page/view/2022022520395808853


이에 올림픽 이후 잠수 타고 있던 시진핑 주석도 화답을 했습니다. 대화로 잘 풀어라~ 중국과 러시아가 자~ 우리 이제 그만 할게 대화하자 이러면서 약간의 물타기 국면으로 가는 것도 같죠.



지금, 미중 갈등으로 불거진 공급망 위기, 또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물가 상승 부담 등 '글로벌 대전환'으로 불리는 격변기에 놓인 각국 입장에서는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거든요.


지금 중국에 대한 제재도 서로 피해볼까봐 조심스러운 마당에 러시아까지 건드려서 둘이 더 붙어 먹게 한다? 이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겠죠.


결론적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때렸고 유럽과 미국은 군사 개입은 흐지부지, 경제 제재도 흐지부지 가는 모양새가 아닌가 싶습니다.


원래 말 보다 돈이 더 빨리 움직이는 거 아시죠?


이런 흐지부지 제재, 또 이른바 '항복 협상'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밤 사이 세계 증시는 일제히 반등했습니다.


특히, 러시아 증시는 26%나 떡상했습니다.


유럽 증시가 일제히 반등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얼마나 먹었을까요? 궁금궁금!!


그리고, 밤사이 미국 증시도 대화 기대감에 일제히 반등했습니다. 어제는 나스닥이 떡상하더니 오늘은 다우도 떡상했습니다.


전쟁 리스크가 반영됐던 게 서서히 풀리는 느낌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미래가 밝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러시아 경제 제재가 흐지부지라고 해도 없던 제재는 많이 생겼고요.


전략물자 수출 규제 같은 건 여전히 유효하고요. 이런 건 공급망 부담으로 향후 물가 인상 요인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어제 딩딩리포트에서 언급했던대로 이주열 총재가 반영하지 못한 러시아 악재가 우리 금통위에도 반영되면 향후 우리 금리 인상 속도나 폭도 커질 수 있겠죠?


그래서 단기 등락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지금이 금리 대세 상승기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방어적인 투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마침 <딩딩대학>에서는 앞으로 2주에 걸쳐서  액티브 투자와 패시브 투자에 대한  새로운 강의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딱 지금 같은 시기에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딩딩~♡


오늘도 기.승.전.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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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유튜브 딩딩대학 염규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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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딩대학 뉴스연구소에서 알려드립니다.]

똑똑하고 싶은데 어려운 건 싫어?

< 초 중도 이해할 수 있는 교양수업, 딩딩대학>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역사와 쟁점들을 집중적으로 짚어보고 있습니다. 1강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개념을 살펴봤고요.

2강에서는 물가와 금리, 주가의 관계를 살펴봤습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설정 부탁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qRggPD6Arc&t=36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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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을 못 보셨다면? 1강부터 다시보기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jjOHK4a3xPY&t=20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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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너스 영상 >

어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후보들이 양당제 구도를 깨자는 논의가 나왔었는데요. 다당제와 양당제 어떻게 구분하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3분 안에 짚어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13_un4J8qY&t=2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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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딩딩대학이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광고없는 팟캐스트 플랫폼 팟티와 함께

<팟티(PODTY)x 딩딩대학> 콜라보를 시작했습니다.



 팟캐스트 주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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