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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띠 Mar 31. 2022

[딩딩리포트] 마스키로브카

2022년 3월 31일(목) / 러시아는 이번에도 뻥카를 날렸나?

잠시 가라앉는 듯 했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긴장 상태가

밤사이 다시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평화협정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던 러시아였죠. 이를 두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며, 실제 행동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었는데요.


이 내용 잘 모르시는 분들은 어제자 <딩딩리포트> 참고하시고요.

↓↓↓↓↓↓↓

https://brunch.co.kr/@tti/126


자, 그런데 밤사이 미국의 주장에 힘을 싣는 듯한  러시아 군의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러시아는 어제 5차 평화협정 이행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수도 키이우 공세를 중단하고, 병력을 일부 철수하겠다고 밝혔었는데요.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밤 사이 키이우 지역을 포위하고 있던 러시아군의 20% 정도가 완전히 철수한 게 아니라 벨라루스로 이동했다"라고 밝혔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331008400071?input=1195m


즉, 철수가 아니라 사실상 재배치에 가깝다고 꼬집은 겁니다. 러시아는 이른바 '뻥카'를 날렸던 걸까요?


미국이 러시아의 말을 의심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뻥카'의 역사가 깊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말 나온 김에 러시아 뻥카의 역사 잠시 살펴볼까요?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1910년부터 1945년은 일본에 의해 식민 지배를 당한 일제강점기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이 기간이 너무나도 깊은 상처로 각인돼 있듯이, 러시아 역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절이 있는데요.


바로, 1240년부터 1480년까지의 기간입니다.


1240년이면 고려가 건국된 지 대략 300년이 넘은 시점이고요.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게 1392년이니까...


이 기간은 우리로 치면 고려 중기에서 조선 기 성종 때까지를 아우르는 긴 기간이죠. 이 기간이 러시아에겐 역사의 암흑기였습니다.


바로, 몽골의 지배 때문인데요.


1230년대. 칭키스칸의 손자인 바투의 유럽 원정이 시작되면서 러시아가 몽골에 함락되고, 러시아는 대학살을 경험하게 되고 몽골의 잔혹한 지배를 받게 됩니다.


당시 몽골의 만행은 기회가 되면 '유튜브 딩딩대학' 콘텐츠를 통해 차차 소개하기로 하고요.


아무튼 당시 몽골의 기세에 지금의 러시아 모태가 되는 키이우 공국의 수도 키이우( 러시아 발음으로는 키예프 )가 함락됩니다. 우리도 고려 말에 원 간섭기라고 해서 몽골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었죠.


아무튼 몽골의 가혹한 지배를 받은 이 기간을 러시아에선 '타타르의 멍에'라고 부릅니다.


http://naver.me/xqviuf9P


우리로 치면 '일본 제국주의의 멍에' 같은 표현이겠죠?

몽골에서 온 관리가 러시아에서 현물 세금을 받는 모습이라고 하네요.  ( 출처: 조선일보 )


자, 그런데 이처럼 지독한 몽골 트라우마를 겪은 러시아인들을 드디어 '타타르의 멍에'에서 벗어나게 해 준 시발점이 된 전투가 있습니다.


바로 '쿨리코보 전투(Battle of Kulikovo)'입니다.


1380년, 돈 강변에서 몽골군과 러시아 연합군이 맞붙은 이 전투는 러시아군의 승리로 끝나는데요. 승리의 비결은 뒤통수 치기였습니다. 러시아가 일부 군사를 숲 속에 매복시켜 놓은 뒤, 몽골군과 전면전을 벌여 소모전을 치르다가 양쪽 모두 지쳐 떨어질 때쯤 "서프라이즈!" 하면서 기습 공격을 퍼부어 몽골군을 격퇴했던 겁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50890&cid=40942&categoryId=31658


이 전쟁 이후, 100년이 지나서야 러시아는 몽골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이 전투를 몽골의 세력이 약화된 계기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나온 전략이래봐야 군사를 매복했다가 기습하는 거.


이거, 뭐 한국인들 같은 경우에는 삼국지 소설에서 평범한 책사들도 많이 쓰는 전략이라 이게 뭐 별건가 싶기는 한데, 이 전쟁에서 러시아에는 그걸 실전에 사용했고, 그 무서운 몽골을 격퇴했다 보니까 러시아 입장에선 쿨리코보 전투가 의미 있는 승전 기록으로 남게 된 거죠.


쿨리코보 전투, 숲 속에 매복해 있던 러시아 군이 몽골군을 덮치는 전술을 펼치며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여하튼, 쿨리코보 전투에서 러시아가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속임수에 있었습니다. 일종의 '기만 전술(Military deception)'인데요.


 중국에서는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의 싸움에서 유래된 '성동격서(聲東擊西)'랑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성동격서'도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싸운다는 뜻이니까 이것 또한 일종의 훼이크라고 할 수 있겠죠.


이처럼, 상대방을 속여 먹는 러시아의 전술을 러시아에선 '마스키로브카(маскиро́вка)'라고 부르는데요. 영어 마스크(Mask)랑 어원이 같다고 합니다. 가면을 쓰고 속임수를 쓴다는 의미인 거죠. 지금도 러시아 사관학교에서는 쿨리코보 전투를 가르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https://www.nationalreview.com/magazine/2022/03/21/mr-putins-maskirovka/#slide-1


길게는 13세기 몽골군과의 전투에서부터 시작된 마스키로브카는 이후, 러시아 군의 주요 전술이 되는데요.


2차 대전이 벌어지던 1942년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에도 소련군은 가짜 방어선을 구축하고, 가짜 다리를 놓으면서 독일군을 속여 반격에 성공한 바 있고요.


이른바 '몰래 멀티'를 하다가 미국에 들킨 적도 있습니다.


미국과 소련 간의 핵전쟁 문턱까지 갔었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당시에도 러시아는 미국의 코앞인 쿠바에 핵미사일을 몰래 가져다 놓으면서도 러시아는 끝끝내 미사일을 보내는 게 아니라고 뻥카를 날렸더랬습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800232&cid=43082&categoryId=43082


쿠바 미사일 사태는 기회가 되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릴 텐데요. 이것도 역시 마스키로브카로 간주됩니다.


미국 코앞인 쿠바에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배치되면 미국 전역에 사정권 안에 들어오게 됐겠죠?


좀 더 가깝게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려 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는 의문의 군인들이 등장해서 크림반도 지역 의회 건물을 점령하고, 국제공항도 폐쇄시키는 등 치밀하게 작전을 전개했었는데요. 초기에는 이 의문의 군인들이 초록색 옷만 입었지 어느 나라 군복인지 표시가 안 되어 혼란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리틀 그린맨'이라는 별칭까지 붙었었는데요. 결국, 크림반도 점령 후 1달도 넘게 지난 뒤에야 러시아는 자신들이 파견한 군대임을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리틀그린맨'들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때도 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관련 영상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 참고하시고요.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44295_35744.html




이처럼 시간을 끌기 위해, 때로는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혹은 몰래 멀티를 까기 위해 마스키로브카를 했다가 때로는 성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실패하기도 했던 러시아인데요.


특히, 미국 같은 경우에는 쿠바 미사일 사태 당시 '러시아의 구라'에 당해 본 경험도 있거든요. 1962년 당시 대학생활을 했던 바이든이 그걸 기억해서 일까요?


바이든은 사사건건 러시아의 말은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해 왔습니다. 그런데, 바이든이 말이 대부분 맞았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의사가 없다" "우린 훈련하는 중이다" 라고 했다가, 바로 침공했고요.


https://www.yna.co.kr/view/AKR20220225004100111?input=1195m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삼킬 의사가 없다" 고 했다가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서부 지역까지 전방위로 치고 있고요.


그리고는 슬그머니 서방과 안보 협상이 잘 안 되면 쿠바에다 무기 배치 또 하겠다고 1962년을 상기시키는 협박 같은 압박을 하기도 했거든요.


https://www.ge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8454


이런 상황에서 어제 우크라이나와 평화협상이 얘기가 잘 됐으니 "우리 이제 일부 철수할게"하니까.. 여기서 바이든이 더는 믿지 못하겠으니 행동으로 보이라고 어제 응수했던 거죠.

"80년 넘게 살아본 내가 뭐라고 했냐? 러시아는 뼛속까지 구라라고 이야기했지?"


일단, 미국 국방부는 어제 키이우 지역에서 철수한 병력의 일부가 벨라루스로 이동했다고 밝혔는데요.


벨라루스는 친 러시아 국가로 사실상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한 배를 탄 나라이죠. 우크라이나로 침공하는 루트를 빌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1주일 전 쯤에는 벨라루스도 전투병을 참전시킬 수 있다는 관측까진 나오는 상황이었거든요.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203231451001


이런 와중에, 키이우에서 철수한다는 병력이 벨라루스로 가니까 이게 철수하는 건지 아니면 잠시 쉬면서 몸만들러 가는 건지 구분이 안 된다고 서방 국가들이 삐딱한 시선으로 러시아를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20330_0001813980&cID=10101&pID=10100




밤 사이 이처럼 러시아의 립서비스가 '위장 평화술'일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어제 잠시 반등했던 미국 증시는 다시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고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유럽의 물가는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불안을 키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20331_0001814648&cID=10101&pID=10100


러시아의 마스키로브카는 그 자체로 유럽 안보에 대한 불안 요인이기도 하지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그만큼 키우면서 변동성 장세를 만들어가는 모습입니다.


출처 : 유튜브 딩딩대학 총장 염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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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딩대학 뉴스연구소에서 알려드립니다.]

똑똑하고 싶은데 어려운 건 싫어?

< 초 중도 이해할 수 있는 교양수업, 딩딩대학>에서

딩딩3분 경제키워드 <빅맥지수>가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v0hJZqaZs&t=1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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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경제 흐름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지표들이 많이 녹아 있는 채권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 딩딩경제 5강 - 채권 편 > 관심 있으시다면 터치 터치!


https://www.youtube.com/watch?v=ApE9RMURaaU&t=79s


내일은 딩딩경제 6강 <스태그플레이션> 편이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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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에서 딩딩대학을 비중 있게 다뤄주셔서 보너스 기사 첨부!!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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