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온 관리가 러시아에서 현물 세금을 받는 모습이라고 하네요. ( 출처: 조선일보 )
자, 그런데 이처럼 지독한 몽골 트라우마를 겪은 러시아인들을 드디어 '타타르의 멍에'에서 벗어나게 해 준 시발점이 된 전투가 있습니다.
바로 '쿨리코보 전투(Battle of Kulikovo)'입니다.
1380년, 돈 강변에서 몽골군과 러시아 연합군이 맞붙은 이 전투는 러시아군의 승리로 끝나는데요. 승리의 비결은 뒤통수 치기였습니다. 러시아가 일부 군사를 숲 속에 매복시켜 놓은 뒤, 몽골군과 전면전을 벌여 소모전을 치르다가 양쪽 모두 지쳐 떨어질 때쯤 "서프라이즈!" 하면서 기습 공격을 퍼부어 몽골군을 격퇴했던 겁니다.
이 전쟁 이후, 100년이 지나서야 러시아는 몽골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이 전투를 몽골의 세력이 약화된 계기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나온 전략이래봐야 군사를 매복했다가 기습하는 거.
이거, 뭐 한국인들 같은 경우에는 삼국지 소설에서 평범한 책사들도 많이 쓰는 전략이라 이게 뭐 별건가 싶기는 한데, 이 전쟁에서 러시아에는 그걸 실전에 사용했고, 그 무서운 몽골을 격퇴했다 보니까 러시아 입장에선 쿨리코보 전투가 의미 있는 승전 기록으로 남게 된 거죠.
쿨리코보 전투, 숲 속에 매복해 있던 러시아 군이 몽골군을 덮치는 전술을 펼치며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여하튼, 쿨리코보 전투에서 러시아가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속임수에 있었습니다. 일종의 '기만 전술(Military deception)'인데요.
중국에서는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의 싸움에서 유래된 '성동격서(聲東擊西)'랑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성동격서'도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싸운다는 뜻이니까 이것 또한 일종의 훼이크라고 할 수 있겠죠.
이처럼, 상대방을 속여 먹는 러시아의 전술을 러시아에선 '마스키로브카(маскиро́вка)'라고 부르는데요. 영어 마스크(Mask)랑 어원이 같다고 합니다. 가면을 쓰고 속임수를 쓴다는 의미인 거죠. 지금도 러시아사관학교에서는 쿨리코보 전투를 가르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쿠바 미사일 사태는 기회가 되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릴 텐데요. 이것도 역시 마스키로브카로 간주됩니다.
미국 코앞인 쿠바에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배치되면 미국 전역에 사정권 안에 들어오게 됐겠죠?
좀 더 가깝게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려 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는 의문의 군인들이 등장해서 크림반도 지역 의회 건물을 점령하고, 국제공항도 폐쇄시키는 등 치밀하게 작전을 전개했었는데요. 초기에는 이 의문의 군인들이 초록색 옷만 입었지 어느 나라 군복인지 표시가 안 되어 혼란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리틀 그린맨'이라는 별칭까지 붙었었는데요. 결국, 크림반도 점령 후 1달도 넘게 지난 뒤에야 러시아는 자신들이 파견한 군대임을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리틀그린맨'들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때도 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관련 영상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 참고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