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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띠 Apr 01. 2022

[딩딩리포트] 후달리는 바이든

2022년 4월1일(금) /  밤 사이 국제유가가 급락한 이유

치솟던 국제유가가 밤 사이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바로 미국이 밤사이 사상 최대 규모로 전략 비축유(Strategy Petroleum Reserve, SPR)를 풀었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말 나온 김에 전략적 비축유에 대해 잠깐만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전략 비축유>란 쉽게 말해 비상 상황에 대비해 모아둔 기름을 말합니다. 지난 1970년대 중동 전쟁 여파로 산유국들이 기름 수출을 전격 중단하면서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었는데요. 이걸 흔히 '오일 쇼크'라고 부르죠. 우리나라에서는 석유 파동이라고도 불었더랬습니다. 바로 이 오일 쇼크 당시, 기름 공급이 갑작스럽게 막힐 것에 대비해 각국이 석유 비축기지를 만들기 시작했고요.


미국이 처음 비축을 시작한 게 1977년이었는데요.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도 석유 저장탱크를 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79년 한국석유공사를 설립하고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석유 비축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석유비축기지 현황, 9개의 기지에서 9750만 배럴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가면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상암 월드컵 경기장 앞에 있는 '문화 비축기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과거 석유저장고가 지금은 문화시설로 탈바꿈되었습니다.


이곳 역시, 오일쇼크 당시에 건설한 석유비축기지였는데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경기장이 상암동에 들어서면서 안전 문제로 2000년부터 폐쇄가 결정되었고요. 리모델링 공모와 대대적인 공사를 거쳐 지금은 각종 문화공간, 카페 등이 들어선 문화시설로 탈바꿈되었습니다.


비축기지안에 조성된 카페, 카페 이름이 탱크6네요. 6번 탱크!!


9년 전, 이 시설이 리모델링을 앞두고 일반에 처음 공개되던 날 당시 서울시에 출입하던 제가 직접 취재를 다녀왔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엔 제가 탱크 안에도 사다리타고 들어갔었는데.. 탱크 주변에서 기름 냄새가 엄청 심하게 났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영상을 확인해보시고요.

↓↓↓↓↓↓↓↓

https://imnews.imbc.com/replay/2013/nw1800/article/3296706_30737.html




잠깐 딴 데로 이야기가 샜는데, 아무튼 이렇게 전략적 중요성이 큰 응급 상황에서만 풀도록 한 기름이 전략적 비축유(SPR)이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 전략적 비축유를 풀려면 대통령의 긴급명령이 있어야 합니다. 그걸 바이든 대통령이 밤 사이 한 것이고요.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6개월 동안 매일 100만 배럴씩 기름을 풀겠다고 밝혔습니다. 총 1억 8천만 배럴입니다.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06524


미국에서도 전략적 비축유는 지금까지 풀었던 적이 너댓번 밖에 없습니다. 과거 걸프전, 허리케인 카트리나 같은 전쟁이나 특수한 재난 상황에서만 풀던 것이었는데요. 이걸 재차 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지금 유가 상황이 전시 수준으로 심각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선 전쟁 중이긴 하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상승 등의 여파로 지금 유럽 물가는 심각한 상황이거든요. 어제도 잠깐 언급한 바 있지만 유럽의 물가 또한 40년 만의 대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40년 전이면 1982년, 2차 오일쇼크 이후 시기와 일치합니다. 그러니까, 오일쇼크 이후 40년 만에 맞이한 또 다른 오일쇼크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스페인은 지금 거의 10% 가까이 물가가 올랐습니다. 현금 가치가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401012005&wlog_tag3=naver


미국 또한 매번 물가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기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요. 밤 사이 뉴욕타임즈에서는 심지어, 대출 금리가 더 올라도 미국 집값이 안 잡힐 거란 전망까지 보도하고 있는 상황이네요.


https://www.yna.co.kr/view/AKR20220401010100072?input=1195m


이렇다 보니,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비축유라도 풀지 않으면 안 되는 긴급 상황이라고 본 거겠죠. 그러면서 밤사이 바이든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런 기름값 인상의 책임은 푸틴에게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697535&plink=ORI&cooper=NAVER


푸틴의 행동 때문에 가격이 올랐고, 공급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 낮은 기름값을 원한다면 더 많은 석유를 공급해야 합니다.  - 바이든 대국민 연설 中 -




바이든이 이렇게 대국민 연설까지 해가며, 대대적으로 기름값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그 책임을 러시아로 돌리며 푸틴을 까는 데는 미국 국내 정치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바이든의 최근 지지율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인데요. 밤 사이 CNN이 최근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보도했거든요. 아래 기사인데요.


https://edition.cnn.com/2022/03/31/health/health-care-concerns-kff-poll/index.html


Kaiser Family Foundation(KFF)이란 곳에서 시행한 조사인데요. 아래표 왼쪽에 있는 남색 막대를 보면, 국민의 절반 이상(55%)이 현재 미국에서 물가 상승이 가장 문제라고 답변했고요.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층의 46%, 공화당 지지층은 70%가 인플레이션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요한 문제라고 답변한 비중은 정치 성향에 따라 약간 다르긴 해도 대체로 20% 남짓이었습니다. 즉,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보다 당장 기름값을 잡지 못해 살기 힘든 게 더 크다는 여론이 더 많은 걸로 보입니다. 눈 앞의 물가 문제가 워낙 시급하다 보니 기후변화 문제 같은 건 6%, 뒷전으로 밀렸고요. 코로나 문제 또한 민주당 지지층은 9%가 문제로 인식했지만 공화당 지지층은 아예 0% 였습니다. 쉽게 말해, 물가 문제가 미국 내 다른 의제들을 집어 삼키고 있는 형국이죠.


기름값과 교통비에 대해 매우 걱정( very worried) 비율이 가장 높은 걸 알 수 있습니다.


즉, 현재 미국 국내 여론은 물가 잡는 걸 최우선으로 하라고 다그치고 있는 건데요.  아래 표에 나타난 대로  소득별로 살펴봐도 저소득층일수록 높긴 하지만 소득과 관계없이 대다수의 개인들이 기름값과 교통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가장 많이 우려하는 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KFF가 시행한 관련 여론조사 원문은 아래 링크를 살펴보시고요.

↓↓↓↓↓↓↓

https://www.kff.org/health-costs/poll-finding/kff-health-tracking-poll-march-2022/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며 막 몰아 부칠때는 잠시 오름세를 보이다가, 다시 40%대로 주저앉으면서 정체를 보이고 있는데요. 그 원인으로 폭등한 물가와 기름값 문제가 크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401004300071?input=1195m


그러니, 당장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은 억울할 만도 하겠죠. 아니, 기름값 내가 올린 것도 아니고, 푸틴 때문에 올라간 것도 큰데...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328500216&wlog_tag3=naver

"오! 주여~ 저는 기름값을 올리지 않았나이다~"


그래서, 일단 급한 대로 비축유도 사상 최대로 풀고 했는데요. 일단, 시장에서는 이 효과가 오래갈 거라고 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하루 원유 수출 물량이 대략 500만 배럴 남짓이라고 하는데, 미국이 이번에 풀기로 한건 이 양의 20% 정도이고요. 대치 상태가 장기화하게 되면 단기적인 효과밖에 없을 거라는 거죠.


https://www.nocutnews.co.kr/news/5716345


그래도, 어쨌든 단기적으로는 미국 기름이 더 많이 풀린다고 하니까 국제 유가 가격은 하락 마감했는데요. 서부택사스산 원유가 7% 하락하면서 배럴당 100달러선에 턱걸이 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401005100072?input=1195m


여전히, 보통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물가 부담이 완화됐다는 시그널로 작용하면서 증시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데요. 밤 사이 바이든의 긴급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세의 부담 때문에 미국 증시는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습니다.  


"기름값 낮아져서 좋다!"라기 보다는, "오죽하면 저랬겠냐?" 이런 심리가 시장을 지배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이런 불확실성 속에 기관 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서면서 낙폭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https://www.news1.kr/articles/?4634347


이런 기름값 인상은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세계 4위의 원유 순수입국이자, 세계 8위의 석유 소비국가라고 하는데요. 공교롭게도, 오늘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일제히 오르는데요. 국제 원자재값 상승 압력이 워낙 강해 이런 흐름은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죠.


https://www.ytn.co.kr/_ln/0102_202204010000176446


일단, 급한대로 새 정부 인수위에서는 일단 유류세 추가 인하를 현 정부에 요청한 상황이거든요.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33148007


하지만, 유류세를 낮춰서 버티는 것도 정부가 돈을 풀어 지탱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물가 인상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어서 앞으로 우리도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밤 사이 상황을 정리해 보자면,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려 후달리는 바이든이 비축유 방출 규모를 최대로 높였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이런 가운데, 이런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오늘 유튜브 <딩딩대학>에서는 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오늘 저녁 6시쯤 업로드 되는 딩딩경제 6강 '스태그플레이션' 편에 많. 관. 부~ !!!



출처 : 유튜브 딩딩대학 총장 염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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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딩대학 뉴스연구소에서 알려드립니다.]

똑똑하고 싶은데 어려운 건 싫어?

< 초 중도 이해할 수 있는 교양수업, 딩딩대학>에서

딩딩3분 경제키워드 <빅맥지수>가 업로드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v0hJZqaZs&t=1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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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경제 흐름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지표들이 많이 녹아 있는 채권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 딩딩경제 5강 - 채권 편 > 관심 있으시다면 터치 터치!


https://www.youtube.com/watch?v=ApE9RMURaaU&t=79s


내일은 딩딩경제 6강 <스태그플레이션> 편이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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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에서 딩딩대학을 비중 있게 다뤄주셔서 보너스 기사 첨부!!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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