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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맨의 N행시
퓨처스 리그는 없다
일본 수출규제 '노재팬' 1년 로드맨 취재 후기
by
염띠
Jul 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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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우리 법원의 판결에 반발해
일본 정부가
주요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를 놓은 지 1년이 지났다.
곳곳에서 이른바 '국뽕' 기사들이 쏟아졌다.
처음엔 '잘 버티고 있다. '에서
'잘 싸우고 있다.'가 되더니 이젠 '잘 해냈다'로.
1년 새 일본과의 기술 경쟁은 과거형이 되었다.
우리가 잘 해낸 게 맞는 걸까.
잘 해낸 곳을 찾아가 보고 싶었다.
그들은 희망의 증거가 될 것이고.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것 또한 언론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잘 하고 있다는 수제 맥주 공장과
첨단소재 부품 기업 두 곳을 찾아갔다.
먼저, 맥주공장.
공장 휴게실에 놓인 탁자에는 새로 지을 공장 설계도가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기분 좋은 구상들이 낙서처럼 휘갈겨져 있었다.
손님이 왔는데도 치울 겨를도 없이
, 휴게실에서
쉬면서도
기분 좋게 머리를 맞댔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은 잘 나가고 있었다.
한 때 수입맥주 시장 1위였던 일본 맥주가 사실상 사멸하면서 우리 수제 맥주 공장은 '제1의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일본 맥주는 편의점에서 98% 감소했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일본 맥주는 단 1종 뿐이었다.
지난 7개월간 팔린 맥주캔의 양만 100만 캔, 이 수제 맥주 공장은
이미 2배가량 생산량을
늘려 하루 수만 캔을 토해내고 있었지만,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몸집을 키워 새로운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었다.
'성장하는 조직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에너지란 이런 것이구나.'
휴게실에 놓인 그 낙서를 보면서 얼음 맥주를 마신 것 같은 청량감이 느껴졌다.
공장의 총책임자 분은 신이 나서 설명해주셨다. 매일 맥주 맛을 보셔서 항상 취해있다고는 하셨지만.
첨단 소재 기업도 사정은 비슷했다.
마곡에 있는 국내 한 대기업은 일본이 90% 이상
국내에 수출하던 불화폴리이미드를 자체 개발했다고 했다.
불화폴리이미드
는 쉽게 말해 휘어지는 플라스틱 같은 것이다.
폴더블 폰이나 태블릿에 들어가는 첨단 소재.
대통령까지 격려 방문을 했던 그 기업이었다.
이 곳의 수석연구원 역시,
이 어려운 기술을 자체 개발했으니
목에 힘이 들어갈 법도 한데, 목이 아니라 배에 힘이 들어간
듯 느껴졌다.
'이걸 내 손으로 내가 해냈어'
그것은 거만함이 아니라 포만감이었기에 그랬으리라.
그 뱃심은 어찌 보면 노력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
말 그대로 '커피 한 잔의 여유'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 두 기업을 곰곰이 살펴보니
'직원들의 기운이 살아있다.'
'
단순히 일본이 주도하던 제품을 훌륭하게 대체했다
'
는 것 외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었다.
맥주와 불화폴리이미드를 만든 곳의 공통점이 뭘까.
바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유에서 유를 창조한 곳들이었다.
불화폴리이미드는 무려 14년 동안 개발을 이어 오다 지난해부터 양산을 시작했고,
수제 맥주 업체 역시, 자그마치 17년간 기술 개발에 전념해왔다.
두 기업 모두 10년 이상 공 들여
몸을 만들어온 '선수'들이었다.
기술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는 말은 14년간 준비해 왔다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이들은 퓨처스리그의 선발 투수들 같은 것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1군 무대 등판의 꿈을 키워왔던 것이다.
1군에 자신보다 잘하는 투수가 있으니 그간 아무리 열심히 해도 2군 신세를 면할 수 없었는데. 그것이 수출규제가 됐건, 불매운동이 됐건 1군을 차지하고 있던 그 일본 투수가 사라지니
비로소 이들이 등판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리고, 잘 던진 것이다.
이들은 일반인이 아니라 '준비된 프로 선수'였다.
그들은 (그간 꾸준히 잘 준비해왔고, 그래서 기회를 얻어) 결과를 낸 것이다.
그런데, 괄호 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결과만 부각된다.
이런 '선수'들이 많으면 좋으련만. 직접 취재해보니 이렇게 갖춰진 선수가 있는 분야, 드물다.
미리 준비된 분야보다 준비되지 않은 분야가 아직 훨씬 더 많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공정의 주요 핵심 기술은 여전히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심지어 수입량도 크게 줄지 않았다고 한다.
EUV 같은 기술은 단기간 대체도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1군 투수를 내리면 경기를 중단해야 하는 것이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시간이 걸리면 대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투수를 키울 수는 없는걸까?
전경련에서 주최한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반도체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봤다.
그래서 손을 들고 질문했다.
"EUV 국산화 얼마나 걸릴까요?
질문을 받은 교수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수입선을 다변화해야죠"라고 답했다.
일본 투수 대신 유럽 투수를 데려와야 된다는 소리였다.
하긴 내 질문이 따지고 보면 프로 무시 발언이기도 했다.
내가 갑자기 지금부터 야구를 시작한다고 내년에
당장
프로무대에 설 수 없듯이
수십 년 간 축적된 노하우와 신뢰를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다. 그것은
우문현답이었다.
우리 정부가 자체 선별한 100대 핵심기술 중에
우리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61% 정도라고 한다.
갈 길이 멀다.
퓨처스 리그는커녕 사회인 야구 리그 조차 없는
첨단 기술 분야도 허다하다.
글러브도 끼워본 적 없으면서 이런 분야를 두고 어찌 국산화를 논하고, 대체 기술을 논할 것인가.
불매운동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분야도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일부 국민의 의식 부족 등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시장의 수요를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문자 그대로 '기술적인 문제'가 더 컸다.
이제 우리 국민들이 '코끼리 밥솥'은 사지 않지만
여전히 일본 기술이 건재한 시장들은 적지 않다.
첨단장비 뿐 아니라 골프용품, 닌텐도 게임기까지.
기술이 부족한 분야. 기술 수준이 완전히 대체되지 않은 분야일수록
불매운동의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에게 문제의식을 심어주었다.
그건 바로 불안이다.
일본은 핵심 부품의 수출은 막았지만 불안이 수출되는 것 까지는 막지 못했다.
설령
이번 일이 잘 봉합된다고 하더라도 언제 또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뼛속까지 심어주었다. 우리 정부, 우리 기업,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정부의 외교적 노력만큼이나 우리 기술, 우리 제품을
키우고 지켜내는 데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가 축구장을 짓는 마음으로,
우리가 처한 상황을 냉정히 돌아보고 준비해야 한다.
아직까지, 상당
수의 첨단 기술 분야에
'
퓨처스리그
'
는 없기
때문이다
.
-tti-
"불.매.운.동 4행시
(불)리한 조건이라 생각했는데,
(매)력있는 우리 제품들이 눈에 띈다.
(운)이 좋았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동)물의 숲은 아직 이기지 못했다."
굿모닝FM장성규입니다.
<로드맨이 간다>
7월6일
'노재팬 1년 특집편'
방송 中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b8QOQfjJWzM&t=19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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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일본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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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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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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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자 겸 < 딩딩대학 > 총장입니다! 반갑습니딩~! <로봇시대 살아남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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