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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띠 Feb 08. 2022

[딩딩리포트] 연권력(軟權力) 실종

2022년 2월 8일 / 중국의 쇼트트랙 금메달 사태(?)를 보면서

1980년대 냉전 시기는 이른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

니편 내편 갈라 먹고  샅바 싸움을 벌이는 이른바 '현실주의(Realism)' 국제정치의 씨름판이 벌어지던 시절이죠.


당시에는 서로 힘을 키우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핵무기를 왕창 만들고 미사일도 개발하고

이걸로 경쟁하고 그랬죠.


급기야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이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이란 걸 내놓게 되는데요.


"우주 공간에서 일종의 레이저를 쏴서 미사일을 격추하겠다." 이런 발상까진 나옵니다. 그래서 여기엔 별들의 전쟁, '스타워즈(Star Wars)'라는 별명까지 붙죠.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38779&cid=42143&categoryId=42143


당연히, 이런 프로젝트 수행하려면? 돈이 왕창 깨지겠죠?


더구나 1970년대 1차, 2차 오일쇼크까지 겪으면서 물가가 심각하게 올랐고, 이걸 잡는 과정에서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미국 경제는 실업률 증가 등 어려움을 겪었죠.


이런 상황에서 미국 예일대의 역사학자 폴 케네디 교수가 '강대국의 흥망'이란 책을 출간합니다.


쉽게 말해, "응 이러다 미국 쫄딱 망해~" 이런 경고를 한 거였죠. 미국이 휘청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때,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며 등장한 학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의 '조셉 나이(Joseph Nye)'라는 분이었는데요.


바로, 이분 입니다.  조셉 나이 ( 1937~ )


이 분이 뭐라고 주장을 했냐 하면, 

쉽게 말해  "응 미국 그렇게 쉽게 안 망해~"라고 주장했죠. 


나름의 근거가 있었습니다.


조셉 나이는 1990년 그의 저서와 논문에서

"소프트 파워(Soft Power)"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어요. 직역하면 '부드러운 힘'이라는 뜻이죠.


즉, 국제정치 무대에서 리더가 되려는 나라는 무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이런 군사력이나 경제력 따위를 단단한 힘

'하드 파워(Hard Power)'라고 놓고,


 이에 대조적인 개념으로 국가의 매력을 일컫는 말로 

'소프트 파워(Soft Power)' 개념을 제시한 겁니다.


존경받고 존중받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스타워즈' 무기빨(?)로 승부해선 안 되고, 문화와 제도, 가치 면에서도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거였죠.


그리고, 기승전'국뽕'. 그래서, 미국이 이 소프트파워 때문에 중국 같은 다른 나라들이 아무리 성장해도 우위를 점할 거라고 주장했던 거죠.  이제는 이 바닥에서는 자연스럽게 쓰이는 용어 중 하나가 되었죠.


1990년대 들면서, 이 개념이 중국에도 본격적으로 번역이 됩니다. 1993년 상하이 푸단대학의 왕후닝 교수는 소프트파워를 "연권력(力)'이라고 번역합니다.


연은 말 그대로 연하다. 말랑 말랑하다. '연할 연(軟)'자를 쓰는 것이고요. 권력은 말 그대로 권력(權力)이란 뜻이죠.


즉, 연성(軟性)을 띄는 말랑 말랑한 힘이라는 겁니다.

중국어로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직역한 셈이었죠.


이 논의가 중국에 소개된 1990년대는 당시 장쩌민 주석이 집권하면서 본격적으로 개혁 개방을 하며, 힘을 키우려 하던 시기였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장쩌민 주석과 면담하고, 삼성전자가 중국에 처음 진출한 것도 1993년이었으니까요.


공교롭게도 중국이 본격적으로 외국 자본 투자 유치를 한 시기와 소프트파워 개념이 소개된 해와 어느 정도 일치합니다.


당시 왕 교수는 문화도 전략적 자산이다. 중국도 소프트 파워를 키워야 한다. 주장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당시엔 바로 주목받기는 힘들었죠.


사실, 소프트파워라는 게 한 방에 크는 건 아닙니다.


사람이 다 그렇잖아요. 먹고살만해야 뭐든 여유가 생겨 삶도 돌아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중국도 90년대부터 세계의 공장 노릇을 자처하며, 고도성장을 이어가게 되고요.


이제 좀 먹고 살만 해진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당시 후진타오 주석이 '연성권력',  즉, 잠시 잊고 있던 소프트파워를 키우자고 주장했습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2007년, 중국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이젠 중국이 소프트파워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후진타오의 '소프트파워 발언' 바로 그 이듬해에 열린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은 아마도 중국 입장에선

이런 소프트파워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기회였을 겁니다.


당시 올림픽에 참석한 외국 정상들만 100여 명,

티베트 사태를 계기로 불참을 검토했던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며, 중국은 성대한 잔치를 벌이게 돼요.


중국이 점차 힘을 키우며 소프트파워를 과시하려고 하던 시기, 공교롭게도 미국은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하드파워마 흔들리게 되죠.


당시, 중국 지도부는 미국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고 전해집니다.


https://www.khan.co.kr/world/china/article/200808061852515

<  2008년 올림픽 개막 이틀 전에 나온 기사 : 중국이 먹고 살만해졌고, 그리고 이어서 올림픽이란 행사를 통해 전 세계에 문화도 알리자는 취지가 있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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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14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중국은 어느 순간 경제 지표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서면서 군사력과 경제력 면에서 이제는 G2로 대접받는 지위까지 올라섰고요.


시진핑 주석 체제에 접어들면서는 미국과 대등한 대국 관계를 논하자는 상태까지 가버렸죠.


오히려 미국보다 더 빠른 미사일을 먼저 시험 발사하고 위협하는 사례도 보여주고 있어요.

즉, 그사이 하드파워는 더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맞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교롭게도 시진핑 주석의 세 번째 연임을 앞둔 해에 열리는 올림픽에 중국은 말 그대로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시진핑 주석 또한, 수년 전부터 소프트파워를 강조했기 때문에 역시 이번 올림픽을 통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자 패권국가로 인정받고자 했을 겁니다.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14010123541


더구나, 올해는 시진핑 주석의 세 번째 연임을 앞두고 있다 보니까 어떻게든 올림픽 성공을 위해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심하게 하는 방역 조치 등이 그 단적인 예겠죠.


https://www.ytn.co.kr/_ln/0104_202202072118511161


그런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올림픽인데, 어째 대회를 거듭할수록 소프트파워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모습입니다. 개막 전에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갈등을 빚으며 시작 전부터 올림픽 보이콧 논란이 빚어졌고요.


시작한 뒤에는 개막식부터 한복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화 공정' 비판이 이는 가 하면, 어제는 쇼트트랙 경기에 최악의 편파 판정을 보여주면서 세계인들이 올림픽을 외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쇼트트랙 남자 1000미터 경기는 황당 판정으로 시작해서,

황당 판정으로 끝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기 운영 면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확진자가 발생한 도시를 쥐어 잡듯이,

심판들을 휘어잡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today/article/6339474_35752.html


이쯤 되면, 중국이 소프트 파워를 키우기는커녕

오히려 근손실을 가져오는 건 아닌 가 싶기도 합니다.


네티즌들은 심지어 '푸틴 재평가론'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푸틴은 그래도 은메달은 줬는데, 중국은 아예 실격시키고 있다면서요. 엉뚱하게 러시아의 소프트파워가 올라가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지는 건가 싶습니다.


중국은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중 관계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미중 사이에 낀 우리 정부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요.


가뜩이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강하다는 조사가 나오는 와중에 이런 일이 속출하면 과연 한중 관계 개선이 될 수 있을까요?


이대로 가면 근손실도 모자라,

아예 소프트파워가 실종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리포트 제목은 '연권력 실종' 입니다.


그리고, 조셉 나이 교수님!


어제 쇼트트랙 경기를 혹시 보셨다면,

경기 보면서 '거봐! 내 말이 맞았지?" 하고,

껄껄 웃으며 좋아하셨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적어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선

너무 좋아하시면 안 됩니다.


정확히 20년 전 미국에서 올림픽이 열렸을 때,

미국의 '오노' 선수도 금메달을 어제 중국처럼 가져갔었어요!!





출처 : 유튜브 딩딩대학 총장 염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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