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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종이 Oct 25. 2020

성찰만 하는 사람

박승희 가방 디자이너를 보며(feat. 유퀴즈)

#2 성찰만 하는 사람
박승희 가방 디자이너를 보며(feat. 유퀴즈)

 패션에 관심이 많은 늦깎이 창업 준비자로서 요즘 관련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절로 시선이 향한다. 처음 내 네이버 블로그에 '패션 디렉터'에 대한 글을 쓰면서 해당 직종에 있는 분들을 찾아보다가 前 금메달리스트(스케이트)인 박승희 선수가 가방 디자이너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운동을 거의 반평생 하던 사람이 의류계로 완전히 방향을 틀 수가 있었을까. 솔직한 맘으론 돈을 벌 대로 벌었으니 새로운 시작도 빨랐겠지 싶었다. 아무래도 1992년생이라는 나와의 공통점이 하필이면 '나이' 이기도 해서 시샘이 있었던 것 같다. 


새벽에 마주친 박승희 스토리, 타이밍 좋은 현타

 어제 새벽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다가 결국 유튜브를 틀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영상이 '유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승희 선수였다. 아니, 이젠 가방 디자이너라고 해야겠지? 독특한 이력서 특집으로 진행하고 있는 방송 타이틀에 걸맞게 운동선수에서 패션 디렉터로 전향한 박승희 님이 등장한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그녀의 스토리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승희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디자이너라는 꿈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계획에 없었던 운동을 하게 되고 난 후에도 그 꿈을 버린 적은 없었고, 이왕 스케이트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금메달은 한 번 따 보고 이후에 바로 은퇴한 뒤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마음이 확고했다는 말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금메달을 땄고, 그다음 올림픽이 평창이었어서 그것까지만 마치고 은퇴를 한 것이다. 운동하면서도 꾸준히 의류 디자인 공부를 해왔어서 은퇴 후 패션 분야를 선택하는 과정이 어찌 보면 자연스러웠을 듯하다. 잠시 휴식 기간에 너무 달려온 탓인지 번 아웃된 박승희는 영국으로 가서 약 반 년간의 시간을 보냈고, 그때의 시간들이 가방 디자이너가 되는 과정에 큰 자양분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와 여러 스타일의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냈고, 그중에서 본인이 그려낸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은 디자인들만 꼽아 런칭을 한 것이다. 


성찰만 해도 괜찮은 삶인 것 마냥 (합리화라는 위험한 덫)


 이러한 그녀의 스토리를 들어보니 이전에 현실적으로 돈을 많이 벌어놨으니 금방 시작할 수 있었겠지 생각한 내가 너무 창피했다. 그녀와 내 성향이 전혀 달라서 라는 변명으로 또 나를 감싸고 싶지 않다. 목표지향을 하는 것은 누구나 같고, 난 좋아하는 일을 하루 빨리 하고 싶다면서도 노력이 적었다. 뿐만 아니라 하고싶은 일로 성공할꺼라며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는 불만만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해야하는 일, 하고 싶은 일 둘 다 안일하게 대하고 있던 것이다.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 많은 나는 주변에도, 가족들에게도 그것들을 떠벌리고 내가 마치 바로 해낼 수 있는 것처럼 굴면서도 막상 하고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았다. 어쩌면 '0'이었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런데도 내 말에 속아 우리 엄마는 나를 굉장히 멋진 사람이라고 한다. 지인들도 나를 멋지게 얘기하고, 어떤 때는 나 조차도 헷갈릴 때가 있다. 엄청 열심히 하고 있다고. 난 환경만 괜찮다면 뭐든 더 해냈을 거라고. 


 합리화처럼 위험하고 무서운 덫은 없다는 걸 이제는 깨닫는다. 그리고 성찰만 한다고 나아지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채고 있다. 그만큼 내가 실수를 반복해왔고, 성찰만을 했다는 것이다. 난 내가 성찰을 할 때면 꼭 조건부를 붙인다. '근데 요즘 몸이 안 좋았어.', '근데 요즘은 너무 정신이 없었어.', '이건 어쩔 수 없었으니 다음에 잘해봐야지..!' 등등. 


이런 내가 창피했단 거지, 박승희 디자이너를 보면서.


 누군가와 비교해서 좌절하거나 자존감을 떨어트릴 필요는 없다고 한다. 세상에 난 하나고, 성장해 나가는 방법도 당연히 각자 다른 거니까. 박승희 디자이너와 비교해보니 내가 하찮았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생각해보니 변명이 참 많았다는 거다. 최근 들어서 '양심껏 살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기서 양심은 도덕적인 부분에서 챙기자는 게 아니라 말만 뭘 해야지, 나는 할 수 있어, 나름 열심히 하고 있어 이렇게 거짓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하는 말이다. 관대는 남들에게나 베푸는 거라고 머리로는 되내이고 있어도, 순간 귀찮고 지치는 내 몸과 마음을 핑계 삼아 계속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역으로 난 항상 아파야 했고, 지쳐야만 했던 게 아닐까? 


 이제는 보다 남들이 날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마음에 거짓으로 나를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모습을 갖추어 가고, 만들어야겠다. 힘든 이유를 만들기보다는 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야겠다. 성찰을 하기보다는 실천을 해야겠다. 난 실수를 하더라도 각성하고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니 뭐든 잘 될 거야 라는 주문을 버려야겠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진척은 없고, 똑같은 자리에서 핑계 무덤으로 나만 괴롭게 할 뿐이다. 


    성찰보단 실천하는 사람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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