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린종이 Oct 27. 2020

왜 난 새벽과 씨름을 할까

잠이 오질 않네요

왜 난 새벽과 씨름을 할까

역시 잠이 오질 않는다. 오늘 처음으로 장범준 노래 '잠이 오질 않네요'를 들었다. 감미로운 목소리에 멜로디, 참 내 맘에 들긴 하지만 가사에서는 짝사랑하는 마음으로 밤을 보내지 못하는 거니까 억울하지라도 않지. 난 어떤 이유로 새벽을 붙들고 있을까.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씨름을 하다가 결국엔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불면증이 시작된지는 꽤 되었다. 점점 푸석푸석해지는 피부, 간혹 충혈까지 되는 눈과 몸이 지치는 때가 잦아지기도 한다. 여러 증상들이 잠을 보충하라고 말해주는데 도통 눈이 감기지 않는다. 유별나게 생각이 많아져서일까, 누군가의 말을 빌어 정말 하루가 만족스럽지 못해서일까. 이유를 찾자면 백 번 이해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긍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예술은 술과 새벽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캄캄한 이 시간을 멋들어지게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건 나와는 별개다. 예술과는 전혀 먼 사람이거니와 잡생각만 많아져 결론적으로 걱정에 지친 잠에 들뿐이다.


그럼에도 왜.


하루는 일기를 써보았다. 또 하루는 바깥을 바라보았다. (물론 혼자 사는 집에서 밖을, 그것도 맞은편에 아파트가 있는 곳을 바라보기란 등골이 오싹해 바로 닫아버렸지만.) 또 하루는 이렇게 글을 써보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으며, 운동을 하기도 했다. 단 한순간도 생각의 끈을 놓지 못했고, 집중했던 일들이 없었다. 그러니 해결 방안들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서 정리를 해야 풀릴 것 같아 새벽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꼴딱 새며 생각을 해보았다. 정말 나의 하루가 마감하기엔 아쉬움이 남아 잠들지 않았을 수 있지만 내가 내린 결론. 스트레스받는다고는 하지만 하루 중 그나마 숨을 돌려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틈이 지금 이 시간뿐이라서. 이게 정답에 가까운 것 같다. 나는 조금 유난스러울 정도로 개인적인 시간을 원한다. 하루 종일 이리저리 치이는 일상과 다투고 저녁이 되자마자 식사하고 배부른 상태로 무언가를 하다가 마냥 잠들려니까 무의식적으로 잠드는 것에 아쉬움을 갖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거나, 내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내 존재를 일과 중 확인받지 못했다거나, 갑자기 글감이 생각나 미치도록 쓰고 싶다거나, 괜한 다짐할 것들로 나의 위축된 안부를 위로한다거나.


사실 새벽과 씨름한 게 아니라 밤도 지나고, 새벽도 곧 갈까 봐 내가 붙잡은 건 아닐까. 내 생각대로 채우지 못한 하루가 그냥 지나간 것처럼 새벽도 진정되지 못한 나를 두고 떠날까 봐.


 잠이 오질 않네요, 그대도 그런가요?

작가의 이전글 성찰만 하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