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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종이 Jan 07. 2021

휴직, 그리고

쩜쩜쩜

휴직을 했다. 그렇다고 경제적인 생활을 '0' 으로 만들 용기는 없고 하루 몇 시간의 업무는 한다. 그리고 열심히 부수적인 일들도 해보기로 했다. 3주 전에 결정을 내렸고, 3주 후에 일상 복귀를 할 예정이다. 기분이 이상하다.

거실 중앙에 내 잠자리와 글 작업공간. 앞으로 1월 한 달은 이곳에서 11시 이후부터 나의 글 작업이 진행될 듯하다:)

휴직의 궁극적인 목적은 엄마의 치유였다. 지난해(2020년도) 몸이 영 좋지 않으셨고 그로 인해 집에 있는 동생과 아빠가 굉장히 수고스러웠다. 큰 질병은 아니었지만 연말에는 여러모로 증상이 나타나 엄마의 생활 모든 것들이 '땡땡땡 증상 원인/질환' 등을 찾아보는 것으로 지배되었다. 그럴수록 내적 불안감이 커졌고 그러한 스트레스가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에게 전부 전달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첫째로는 아빠와 동생의 고됨을 덜어주고, 둘째는 엄마의 영양과 밝은 에너지 챙기기에 일조하고 싶었다. 여러 망설임 끝에 결단을 내렸는데 휴직하기로 맘먹었던 날이 다가오니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쉬러 온 것만 같은..?'


엄마한테 어떻게 해주고 이건 꼭 같이 해봐야지 계획하면서 왠지 모를 설렘이 있었다. 엄마가 무슨 남자 친구도 아니고 그런 걸로 설레나 하는 반응도 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우리의 관계는 모녀 그 이상이었다고 느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들이 많고, 가장 친한 친구일 때도 있었으며 어쩔 땐 두 눈에 불이 켜진 듯 열렬히 다투기도 했다. 그럴 때면 우리 가족 모두가 일시정지. 


취업하고 서울로 올라가 자리 잡고 나 홀로 독립해 산지 이미 4년 정도가 흘렀다. 그러다 보니 이전의 우리 모습은 꽤 많이 달라졌다. 물론 여전히 사이는 좋지만 살짝의 어색한 기류도 있고 살 부대끼는 추억이 그새 반토막 되어버린 듯한 느낌도 있다. 나 혼자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혼자 생활하면서 너무나도 많은 나의 생활패턴이 달라졌다. 그에 따라 2~3개월에 한 번씩 다시금 가족 구성원으로 본가에 내려올 때면 어쩔 땐 혼자가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그런 순간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지. 


지난 연말에 자주 아파 병원을 계속해서 다니던 엄마 모습을 보고는 '아차' 싶었다. 휴직을 낼까 생각하면서도 망설인 것 중의 하나는 불편함을 이기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이 부분이 가장 컸기도 했고. 그러면서 엄마의 모습을 봤는데 아차.. 지금 아니면 내가 엄마 옆에 언제 또 오래 붙어있어 보겠나. 하는 생각.


이게 웬 과잉 불안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난 항상 기약된 내일은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저 주어진 하루가 감사할 뿐. 흔한 얘기지만 인지가 필요한 팩트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매 순간 소중하게 여기자 했던 내가 엄마는 그 자리 그 모습대로 있을 거라는 착각을 했던 것 같다. 나중에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디지털노마드가 되었을 때는 엄마랑 꼭 붙어살면서 더욱 즐기는 인생을 꾸려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미래일 뿐, 내 상상일 뿐, 기약되지 않은. 이렇게 생각하니 망설일 필요도 없이 답이 나왔고 휴직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와보니 이것이 나를 위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오늘 왔지만 매일같이 똑같았던 일상에서 큰 변화를 주었고 다 끝나고 나서 어떤 것들이 변화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단지 지금은 긍정적인 기대감이 샘솟고 있다. 


휴직 그리고 쩜쩜쩜에 대한 공란이 어떠한 말들과 그림들로 스토리가 짜여질지 모르겠지만 서른 시작과 동시에 변화가 와서 기쁘고 가족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것 같아 뿌듯하고, 엄마와 둘만의 시간도 가질 수 있어 행복하다. 



잘 지내보자, 쩜쩜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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