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을 먹고사는 줄 알았는데, 꿈이 나를 먹고 있었어.”
KBS 단막극 "달팽이 고시원"에 나온 이 대사는 긴 세월 동안 고시원, 독서실, 혹은 작은 방에서 꿈 하나로 버텨온 수많은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우리는 늘 꿈이 삶의 양식이라고 배워왔다. 꿈이 있어야 산다고, 꿈이 있어야 버틴다고. 그렇게 믿으며 자신을 다그치고 위로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꿈이 나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처음의 꿈은 분명 아름다웠다. 나를 앞으로 끌어주는 등불이었고, 세상을 향해 내딛는 용기의 이유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실패가 쌓이면서 그 등불은 점차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다. 이루지 못한 날들이 켜켜이 쌓이며, 나는 꿈을 좇는 사람이 아니라 꿈에 쫓기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꿈이 빛이 아니라 족쇄처럼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묻는다. “정말 이게 나를 위한 길일까?”
꿈은 칼날과 같다. 날카롭고 반짝이지만 잡는 이의 손을 쉽게 베어버린다. 꿈은 거울과 같다. 내가 바라는 미래를 비추지만 동시에 지금의 초라한 현실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꿈은 달팽이의 껍질과도 같다. 나를 지켜주는 집이지만, 그 안에 나를 가두어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꿈이 무의미한 걸까. 아니다. 꿈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꿈을 절대적인 것으로 놓지 않으려 한다. 꿈을 품되, 그것이 나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거리를 두려 한다. 이루지 못한 꿈 앞에서도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고, 그 길에서 잠시 멈추더라도 삶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꿈을 꾼다. 하지만 이제는 꿈이 내 주인이 아니라, 내가 꿈의 주인이 되고 싶다. 그럴 때 비로소 꿈은 나를 삼키는 괴물이 아니라, 내 곁을 함께 걷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