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와 레비스트로스
작년에 마침내 직장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자유의 시간’을 누리고 있다.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고, 원하는 일을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시간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자유로운가?
사르트르는 말했다.
“인간은 자유를 선고받은 존재다.”
그의 말처럼, 인간은 스스로를 정의하고 만들어가는 존재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우리는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의 결과가 곧 ‘나’라는 존재를 만든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자유를 축복이 아니라 책임의 짐으로 보았다.
자유롭다는 것은 곧, 모든 결과를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레비스트로스는 달랐다.
그는 인간이 그렇게 자유롭다고 믿는 것을 환상이라고 보았다.
인간은 가족, 사회, 국가 등 보이지 않는 구조 속에 묶여 있는 존재다.
우리가 하는 생각과 행동은 이미 그 구조 안에서 정해진 문법을 따른다.
결혼 제도, 언어, 도덕, 법, 심지어 사랑의 방식까지도
‘개인적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구조가 허락한 범위 안의 선택일 뿐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자유롭지 않은가?
레비스트로스의 대답은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비극만은 아니다.”였다.
우리는 구조 속에서 맡겨진 역할과 의무를 다하며 살아간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국가의 시민으로서.
그 안에서 질서가 생기고, 의미가 만들어진다.
자유는 구조의 바깥이 아니라 그 안의 틈새에서만 가능하다.
사르트르는 인간의 자유를 강조했고,
레비스트로스는 그 자유가 제한된 틀 속에서만 작동한다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은 다른 언어로 같은 질문을 던진 셈이다.
“우리는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는가?”
삐딱하게 바라보면,
진짜 자유란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아니라,
‘주어진 구조를 의식하며 그 안에서 나만의 선택을 만들어내는 힘’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