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다시 깨달았다.
얼마 전 사표를 냈다. 늦은 나이에 힘겹게 들어간 회사. 독하게 버텼지만 백기를 던졌다.
겉으로 드러낸 퇴사 사유는 만성 요통. 물론 진짜 허리가 아프다.
하지만 견뎌왔고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마음만 먹었다면. 그런데 왜 무너졌을 까.
퇴사가 결정된 순간이 가장 기뻤다. 막상 회사 밖으로 나오니 몸도 마음도 무거웠다.
좀 더 버티지 못한 나를 책망했다.
그런데 이제와 깨달았다.
거기까지였다는 것을.
그게 한계였다는 것을.
전 직장에서 연락이 왔다. 급하게 일을 해달라는 것.
사실 퇴사 직후부터 프리랜서로 일할 것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계약과정에서 마음이 상했고, 흐지부지 일을 거부했다.
시간이 더 흘러 날이 섰던 감정이 무뎌졌고, 다급해 보이는 부탁에 일을 수락했다.
목요일 오전에 스타트. 월요일 아침까진 끝내야 한다고 했다. 급하다는 것이다.
주말에 일을 하면서 분노 게이지가 자꾸 상승했다.
일방적으로 몰아치고, 약속한 피드백은 늦어지고...
과거의 힘들었던 기억들이 한순간에 기억 저편에서 솟구쳐 올라와 온 몸을 휘감았다.
심장이 뜨끔뜨끔 아팠다. 결국 몸져누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 참을성의 한계가 거기까지였다는 것을...
과거의 어떤 선택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되 후회하진 말자.
앞을 바라보자.
경험한 모든 일, 지나간 모든 순간은 바로 지금을 위한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