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가 필요해
회사생활할 때, 난 잔잔한 호수 같았다. 목소리를 높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어떤 분이 물었다. 어떻게 한 번도 화를 내지 않냐고.
감쪽같이 속인 것이다. 사실 난 수없이 화를 냈다. 속으로. 또 속으로.
덕분에 내 안엔 고구마가 한 상자다.
그걸 하나씩 꺼내 먹으면서 또 목이 멘다.
누구를 위한 착한 척이었나?
상대를 위한 배려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
화내면 손해라는 생각에. 좋은 사람이란 소리를 듣기 위해.
‘욱’ 치밀 때마다 ‘꾹’ 짓누른 것이다.
어느 정도는 잘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뭐든 지 과하면 탈 나더라.
바보처럼 난 내 속에 쌓인 고구마를 뒤늦게 혼자 끄집어내서 꾸역꾸역 먹어대고 있다.
안 되겠다. 그 고구마를 만들어준 사람에게 말해야겠다.
“사이다 한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