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타이베이
김포공항 - 송산공항 - 샹산 - 용산사 - 중정기념관 - 부티 시티 캡슐인
여행의 목표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즉흥적으로 타이베이에 다녀왔다. 아마도 센과 치히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생각하며 대만을 향했던 것 같다.
대만은 한참 한겨울이었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바람이 어찌나 세차던지 경량 패딩으로 견딜 수 없는 날씨였다. 호스텔 가던 길 스타벅스 직원의 환영 문구로 나의 타이베이는 조금 따스해졌다.
호스텔에서 짐을 풀자마자 뛰어나왔다. 샹산에서 야경을 보기 위해서다. 지하철을 타고 근처에 내리니 해가 지고 있다. 안돼! 노을 지는 야경을 봐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뛰어서 산을 타다 심장이 터질 뻔했다. 저질스러운 몸을 이끌고 입으론 샹산을 썅산이라 웅얼거리며 산을 올랐다. 그러다 보니 타이베이101이 보였다. 해는 지지 않았지만 구름이 가득한 날씨로 노을은 보지 못했다. 그래도 시야는 시원하게 트였다. 정상에 다다르니 나의 숨도 트였다. 칼로리와 맞바꾼 야경이다. 야호! 근육통도 득템했다.
숨을 가다듬고 용산사로 향했다. 작은 절임에도 불구하고 도교의 영향인지 엄청 화려했다. 도교를 잘 모르지만 도교 문화가 화려하다는 기억만 난다. 어디서 주워 들었을까. 여하튼 화려함에 문부터 지붕 끝까지 울긋불긋 채색된 작은 조형물을 감상하며 향을 피우러 들어갔다.
친절한 할아버지 안내원이 향 피우는 법과 점보는 법을 중국어로 알려주셨다. 타이베이 곳곳엔 노인 직원분들이 많았다. 인포메이션, 용산사, 지하철 등등 노인들이 두어 분쯤 계셨다. 저렴하고 짧은 영어를 얼마나 신박하게 알아들으시는지 질문엔 그림으로 설명해주신다.
용산사에서 같은 한국인 때문에 빈정 상하는 일도 있었다. 인사도 없이 '사진 좀 찍어주세요' 라길래 조용히 찍어주었더니 말없이 카메라만 가지고 가서는 친구들끼리 '잘 찍었어?' 이런다. 야 인마!
버스를 타고 중정기념관으로 이동했다. 여기서도 친절한 대만인을 만났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중국어로 내리는 곳을 친절히 알려준 덕분. 나중에 알았지만 버스를 잘못된 방법으로 탔더라. 한국처럼 앞문으로 타서 카드를 찍고 뒷문으로 내렸는데 대만은 반대란다. 뒷문으로 타서 내릴 때 카드를 찍고 앞으로 내린단다. 하지만 타이베이 버스기사 아저씨는 나무라지 않으셨어. 왕친절 기사 아저씨 감사합니다.
배산임수가 좋고 조금은 휑했던 중정기념관. 곳곳에 개가 보였다. 근처 주민들은 이곳을 개 산책로로 이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