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타이베이
핑시 - 징통 - 지우펀 - 리오허제야시장
천등을 날리기 위해 한시간에 한대꼴로 있는 핑시 기차를 타야했다. 일찍 일어났어야 했는데 썅산의 결과로 느즈막이 일어나 출발했다. 핑시기차엔 한국인 여성들과 중국인 가족들과 대만 커플들로 가득했다. 느리고 낡은 열차에 2호선처럼 몸을 구겨 넣으며 핑시역에 도착했다.
핑시역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데이트하던 장소가 아닌가! 기차가 지나가니 사진 찍어달라 재촉하던 샨차이. 동그란 아이스크림도 먹었어야 했는데! 커징턴 커징턴맞나? 어디있니! 내남친 커징턴!
핑시역 동네는 낡고 작았다. 관광지로만 남은 건지 아직 사람이 살고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공간은 아기자기하게 그림이 있다가도 어떤 공간은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동네를 돌아보고 철로로 돌아와 천등을 날렸다. 영화에 나왔던 장면을 따라하며 하며 사진도 찍었다. 천등을 파는 아저씨와는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서비스 마인드가 투철하셨다. 천등 날리는 사진과 동영상을 얼마나 잘 찍어 주셨던지! 사실 나에게 반한 대만 소녀가 아저씨와의 소통을 친절히 도와주었다. 그리고 소녀는 나와 함께 사진도 찍었다. 나의 인기란.
핑시역에서 징통역으로 이동해 대나무에도 소원을 빌었다. 위장이 건강하게 해 달라고. 사랑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탈 안 나게 해 달라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덕후는 지우펀을 향했다. 그곳에 내리면 부산의 감천문화마을과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시야는 좀 더 넓은 더 트인 하지만 추운.
도착한 지우펀은 아직 등이 켜지지 않았다. 취두부 냄새가 심하다는 후기가 떠올랐지만 견딜만했다. 취두부 스멜을 맡으며 저녁도 따스히 먹었다. 그리고 골목 꼭대기에 도착한 순간 빨간 등불이 켜졌다. 유바 온천 영업 시작이다!
카메라로 사람이 없는 지우펀을 찍고 나니 3분 만에 지옥펀이 되었다. 함부로 골목을 내려갈 수 없을 정도. 사람에게 밀리고 밀리고 떠밀리다 아메이차주관까지 갔다. 그리고 계획에 없던 다도체험을 하게 되었다. 직원은 스피드 하게 우롱차를 내려주었고 고급진 우롱차를 먹으며 지옥펀을 구경했다.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센과 치히로의 감성은 느끼지 못했지만 여유 있게 차를 마시니 몸이 따스해지면서 정신이 맑아졌다.
지옥펀에서 탈출하여 리오허제 야시장에 내렸다. 현지인이 많이 오는 시장이라 진짜 대만 음식을 먹자! 하며 찾아온 곳이다. 하지만 비위가 약한지 아무 음식도 먹지 못했다. 지우펀보다 훠어어얼씬 강한 취두부 냄새. 아직도 생각난다. 그 향기. 익숙해 지려하면 강하게 코를 찌르고 코끝에 머물다 코를 찌르고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간단하게 기념품만 구입한 채 취두부 향기의 추억을 남기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근처인 타이베이 메인 역 도착해서야 취두부 냄새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 고생한 코구녕과 비위.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