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짱좋아 열라좋아2
전날 과음으로 아침까지 해롱댔다. 그 와중 날이 쨍해 걷겠다고 기어 나와 어슬렁거리다 호스가 좋다는 말에 바로 기차역으로 달렸다.
Howth로 가는 교통편은 두 가지. 버스와 기차. 역무원에게 어떤 교통수단이 나은지 물었더니만 답변이 길다. 아이리쉬 영어는 모르겠어. 뭐라는 걸까. 기차는 동네 입구에 내리고 버스는 가장 높은 곳에 내려준다는데. 알아들은 건 저 말뿐인데 도대체 뭘 타라는 걸까. 뭐가 더 낫다는 거야? 결국 과음 급똥으로 기차역 공용 화장실에서 분신을 두고 본체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호스로 향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도대체 내릴 곳을 몰라 앞자리에 앉은 여행전문가처럼 보이는 유럽인을 따라 내리기로 했다. 그렇게 종점까지 갔다.
산 중턱. 여행전문가처럼 보이는 유럽인, 독일 언니는 나를 따라 이곳에 내렸단다. 서로 여행전문가로 착각했다. 다행히 언덕을 내려오는 주민에게 길을 물어 산책로를 쭉 내려가면 된다는 말을 듣고 걷기로 했다.
독일언니도 나를 뒤따라 걷고 나도 걸었다. 뒤에 걷던 독일 언닌 어느새 사라지고 고요한 바다만 보인다. 파도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람 소리도 없고 새가 나는 소리 벌레 소리도 없다. 그저 조용하고 적막하게 바다와 하늘은 경계 없이 은은하게 퍼져있다. 파란색 자랑하고 자장가 같은 파도 소리 내던 몰타에 바다와 다르다. 이런 무음이 오랜만이라 아니 처음인가? 사람 사는 곳 같지 않아 무섭다가 나만 있는 바다라는 생각이 들어 이 공간이 다 내 것 같았다. (실제로 내 소유물이면 참 좋겠지만) 무음과 구분 안가는 바다가 나를 무존재로 만들었다.
무상무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 지나가던 개와 인사도 하고 호스 주민도 외국인인 나에게 인사를 한다. 은퇴한 부자 노인 동네라 인정이 좋다.
한 할아버지는 내가 길을 잃은 줄 알고 자꾸 길을 알려주셨다. 제대로 가고 있는데 얼굴에 프로길치러 쓰여있나 운전도 안 하시고... 조금은 귀찮았다.
마을 입구까지 내려오니 사람 사는 소리도 들리고 피쉬앤칩스 냄새가 난다. 유명한 가게에 들러 주문을 했고 나온건 생선이 아닌 새우 그리고 감자튀김이다. scampi는 새우다. 멍청아! 스캄피를 몰라 아일랜드에서 피쉬 앤 칩스 못먹은 멍청이가 바로 나다!
그래도 얇은 튀김옷에 갓 튀겨진 새우튀김은 맛있었다. 옆에 갈매기 친구가 따라붙어 한입 만 달라 해 성가셨다. 결국 조나단(갈매기 친구)과 함께 감자튀김을 나눠 먹었다. 던지는 족족 받아먹네. 예사 실력이 아니다.
돌아올 땐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 호스텔에서 몸을 녹이고 저녁 시간 맞춰 기네스 스토어에 갔다. 입장료가 깡패로 느껴지게 내부는 별건 없었다.
볼 건 없지만 기네스 공장 꼭대기에서 비 오는 더블린을 보며 마시는 맥주 맛은 잊지 못한다. 유럽 시골 어디쯤에서 온 단체관광으로 엄청나게 시끄러웠고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비가 내려 야경은 보이지도 않고 유리에 비친 내 모습과 맥주 마시는 꼬락서니라니.
대학 때 혼자 사는 친구가 혼자 밥 먹기 외로우면 거울 보면서 밥을 먹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저 모습이 상상돼서 내 일이 아닌데도 내가 외로운 것처럼 느껴졌다.
유리와 등을 지고 맥주를 마셨다. 많은 사람 속에서 혼자 있어 외로움이 느껴졌나?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장소보다 고요 속에 파묻히는 일이 내겐 행복하다는 걸 깨달은 하루네. 그 와중 기네스는 부드럽고 또 맛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