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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Jun 30. 2018

교토 녹차의 맛 3

녹차 매니아 탈퇴

 녹차매니아인 나는 오전부터 우지에 다녀왔다. 북적이는 JR노선에 98%가 후시미이나리에 내린다. 그리고 몇 정거장 더 가면 우지역이다.

 우지엔 녹차 디저트를 먹으러 왔다. 나는 자칭 녹차 매니아니까. 나카무라 토키치 본점. 본점에서만 파는 디저트를 먹으러 왔고 녹차 매니아는 두근두근 주문을 했다.

 인기 메뉴는 녹차 젤리가 들어간 빙수(?). 하지만 옆자리에서 먹는 걸 슬쩍 보니 선뜻 먹고 싶지가 않았다. 결국 녹차 아이스크림이 가득한 것을 주문. 여행 동지인 수린 언닌 녹차 젤리를 도전했다. 녹차 아이스크림은 어느 곳보다 진하고 맛있었다. 문제는 본점 시그니처 녹차 젤리. 널 피하려고 아이스크림 시켰는데 바닥에 초록 젤리가 가득이다. 물컹물컹 묵 질감에 마차향만 가득하다. 다른 맛은 없다. 오로지 마챠향만난다. 마차에 향과 풍미를 젤리로 구현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이건 아니야 ㅜ.ㅜ 나는 이제 녹차 매니아가 아니다. 녹차 젤리를 먹는 순간 녹차 아이스크림도 싫어졌고 녹차 라테도 싫어졌다.

 한내 녹차 매니아는 충격을 잊지 못하고 거리를 걸었다. 주위 자칭 녹차 매니아에게 녹차 젤리로 매니아임을 판가름해보고 싶다. (흐흐흐) 우지 거리를 살짝 둘러보고 후시미 이나리를 가려고 JR로 발걸음을 돌렸다.

 두 번째 방문인 후시미 이나리. 몇 년 전 방문했을 때 입구만 본 게 서운하여 이번엔 꼭 빨간 도리이 등반 염원과 함께 다시 왔다.

 올라갈수록 사람은 적어지고 여우가 많아진다. 등산보다 산책 느낌이다. 올라가는 길목에 작은 사찰이 나오고 여우가 단체로 있거나 도리가 마구잡이로 있다. 고양이를 10마리쯤 데리고 산책 나온 아저씨도 보았다.

 처음엔 꼭대기가 목표였는데 점점 정신이 멍해지고 숨소리만 들린다. 목표가 애초에 정상으로 가는 게 아니었던 사람처럼 방황하고 길을 잃었다. 아 또 길을 잃었다! 도리이 길이 세갈래로 갈라지면 나는 어디로 가야 정상으로 간단 말인가? 나는 나를 믿지 않고 대다수에 사람이 이끄는 길로 가버렸다. 이 길이 정상으로 가는 길인지도 모른 채 따라갔고 결국 사람들을 따라 하산하게 되었다. 에라이~

 비록 정상은 못 갔지만 귀여운 여우를 많이 봐서 좋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조용하고 햇살이 따뜻했다. 물길도 살살 흐르고 있었다. 커피 한 잔만 손에 쥐어지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근처 카페에 들렀다. 내부는 초등학교 운동장 계단처럼 생겼는데 갬성이 넘치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카페인 충전 갬성 충전을 했다.

 저녁엔 교토 주민인 다이를 만나 밥을 얻어먹었다. 요즘 성공가도를 달리는 샐러리맨 다이님은 비싸고 고급진 오반자이고기조개생선을 다 사주었지. 후식으로 나온 우메보시 계란찜 푸딩도 있었지. 한국과 재료는 비슷한데 맛이 달랐다. 신선하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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