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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Jun 30. 2018

교토 걷기 좋은 동네 4

헤이안 신궁, 금각사, 난젠지

 교토에 마지막 날. 교토 친구 다이 추천 코스로 둘러봤다. 헤이안 신궁과 금각사 그리고 닌젠지. 이곳은 매번 교토 올 때마다 다이가 추천했는데 취향이 달라 별로일 거란 편견으로 괜스레 안 갔었다. 다이 오지짱 고멘네.

 커다란 주황 도리가 헤이안 신궁에 왔음을 알려준다. 대비되는 파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주위엔 교토 공공건물이 많아서 그런지 길이 넓고 쾌적했다.

 한국 궁에 비해 화려함이 덜하지만 모든 것이 일본답게 정갈하다. 특히 소원을 적어 만든 소원 벚나무가 진짜 벚꽃 같았다. 나무를 자꾸 쳐다보고 있으니 한 교토 중학생이 방법을 알려준다. 비싸서 안 한다고 나는... 그만 설명해도 돼! 여하튼 무료 개방한 부분만 둘러보고 버스를 타러 걸어나가는 길이 경복궁 뒷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가는 동안 정신이 산뜻해졌다.

 산뜻한 기분으로 교토 구석탱이에 있는 금각사 도차쿠. 어마어마한 인파에 금세 찌들어갔고 금색 건물이 기대만큼 비싸 보이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내가 중국에 온 건가 회의감 들어....... 그나마 기념품 가게는 금각사 주위가 가장 질이 좋아 위안이 되었다. 종류도 많고 시식도 많았다. 모르고 초 매운 와사비 과자를 먹기도 했다...... 아! 사 올걸. 싫어하는 사람 줄 걸.

 아까 종이 벚나무(500엔)에 비하면 금각사에 촛불은 10배나 싸길래 두 개나 빌었다. 무병장수를 기원합니다.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닌젠지로 향했다. 이곳에 오니 와봤던 곳임이 기억났다. 첫날에 온 철학의 길. 재작년에 온 에이칸도가 다 이 근방이라는걸. 커다랗고 투박한 절 주위를 보며 따스한 날을 만끽했다. 그리고 조금만 걸어 수로각으로 이동했다.

  커다란 수로각을 보니 가보지도 않은 로마에 수로각이 생각났고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니 놀랍고 신기했다. 산책로로 만들어진 수로각 위를 올라가니 물이 진짜 흐르고 있었다. 한 바퀴 빙 돌면 멀리 절도 보이고 밑에는 무덤과 돈 주고 보는 정원도 살짝 보인다. 언니가 다이가 여자 친구가 끊이질 않았던 이유로 지리적 요건을 뽑았는데 맞는 말이다. 걷는 것만으로 기분이 맑아지는 좋은 동네다. 부럽다. 교토 주민.

 최근에 새로 생긴 블루보틀 교토점. 라테가 유명해서 들어갔더니 외관만 교토 스타일이고 내부는 아라비카커피와 비슷했다.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는데 온 동네 사람이 이 커피숍만 온듯 붐볐다. 트렌디하게 라테 한 잔 먹으려다 SNS 인증하는 사람들을 보고 갑자기 싫어져서 나와버렸다. 뭔가 블루보틀 마케팅에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뭔 병신 생각이 든 건지 맛있는지 마시고나 올걸.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철길도 보고 동물원도 봤다. 누군가 교토에 어디 좋냐고 물으면 하루 날 잡고 은각사 주위를 보라고 할꺼다. 이리저리 보다 보면 생각도 정리듯.

 교토를 온전이 본건 아니지만 유명한 관광지랑 음식은 다 먹어본 기분이라 7년 정도는 교토에 오지 않을 것 같다. 아쉽지 않게 둘러 본 듯. 그때에 나는 여전히 건강했으면 좋겠고 교토도 변하지 않고 계속 브라운 브라운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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