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톢이 Apr 07. 2019

삼월의 얼리 휴가, 끄라비 1

라일레이 비치, 프라낭 비치

 금요일 아침에 준비된 캐리어와 농부 밀짚모자와 크록스를 신고 3월에 유난히도 찬바람을 무시하고 끄라비로 향했다.

 닭장 속 불쌍하고 비윤리적 닭처럼 구겨진 몸을 싣고 방콕의 돈므앙 공항까지 5시간. 태국 국내선 비행기로 한 시간 반쯤 날아가 끄라비로. 택시를 타고 40여분 들어가 아오낭 비치 항구로. 롱테일 보트를 타고 라일레이 비치로. 아 바다 가기 복잡하다.

 여러 이동수단을 거처 도착한 나에게 보상받은 라일레의 어느 리조트. 이유 없이 방이 업그레이드가 되어 더 좋았다. 뚫린 베란다로 나가면 바로 수영장. 크지 않은 수영장은 물도 깨끗하고 주로 나만 나가 놀았다. 대부분 투숙객이 서양인인 데다 담배만 피운다던지 선탠만 하더라고.

 꽃샘추위로 거센 바람맞다가 따가운 햇빛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변태인가? 난 정말 양서류인가? 습식 사우나의 동남아 날들이 내게 더 잘 맞는다.

 어김없이 해변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바닷가에 커피는 항상 맛때가리 없지만 맛난 맹고주스와 수박주스와 모히또가 대체 가능으로 배탈이 나기 직전까지만 마시면 된다. 이틀 정도는 번아웃으로 일생각과 인간관계, 앞으로 삶에 고민이 뒤섞여 두통이 가득이었지만 점점 바다가 그 모든 것들을 먹어버렸다. 아마도 끄라비 햇살에 타버렸을 수도 하하하하하하하

 고급 리조트는 동라일레비치에! 바다가 예쁘기 때문이지. 조금 저렴한 건 서쪽에! 저렇게 너무가 둥둥 떠 있는 서해안 풍경이기 때문. 하지만 동에서 서를 가로지르는 지름길이 십 분 정도라 첫날 땀을 뻘뻘 쏟아내며 길을 헤맨 탓에 동서남북을 네비 없이 자유롭게 오다녔다. 동라일레해변이 매우 감동적이지만 보트 소리가 시끄러워 주로 프라낭 비치에서 멍 때렸다. 가는 길엔 끄라비 상징인 암벽을 가까이서 볼 수도 있고 클라이밍 하는 멋진 서양 언니나 블루라군을 찾아 암벽을 오르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나 같은 저질은 바다 가는 길도 험난하지만.

프라낭 비치 매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일레이 해변도 그렇고 프라낭도 그렇고 동양인이 거의 없다. 불어를 쓰는 유럽 커플이나 가족이 대다수. 작정하고 몸을 태우러 온 사람들이라 노출도 상당하다. 여행에서 본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나는 나체랑 엉덩이라고 말한다. 다들 똥꼬 티팬티만 입고 다녀서 엉덩이가 머릿속에 확 박혔거든. 몸매도 다들 좋아서 나란 사람 그저 동양인 초딩일뿐. 부럽다. 자괴감 느껴.....

 힐링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엉덩이가 남은 라일레이에 노을도 무척 감동적이고 쓸쓸했다. 또 올 수 있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