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티칸에 가자

작은 나라의 커다란 성당

by 성포동알감자

유럽 회의의 날이라 관광지를 통제한단다. 로마 시내는 갈 곳이 없었다. 가장 가까운 선택권은 바티칸이었다. 오픈 시간에 맞춰갔음에도 불구하고 줄이 엄~~~~~~~~~~~~~~~청 길었다. 다른 관광객들도 가까운 선택을 했나 보다.

바티칸으로 향하는 길에 입장권 개사기를 당할 뻔했다. 이런 멍청이. 정장 입은 흑인이 바티칸 나라에 들어오려면 입장권을 50유로를 주고 사야 한다며 개수작을..... 혼자 있어 그런가 끈질기게 줄 서는 곳까지 쫓아오더라. '마담 바티칸에 함부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불법입니다' 발로 차줄껄!! 열 받네!!

두 시간쯤 기다린 끝에 나랑 사이즈가 비슷 한 프랑스 중학생 수학여행객들과 베드로 성당에 입장했다. 성당을 지나쳐 후다닥 쿠폴라에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른 뒤 다시 계단을 오른다. 길이 꽤 좁아서 올라갈때 애먹었다. 앞만 보고 올라야 한다. 나는 과거 성직자였고 누군가 날 죽이러 온다. 나는 횃불을 들고 도망치는 중이다.라는 상상을 해야 금방 올라갈 수 있다....ㅋㅋㅋ

사실 바티칸 투어를 받으려 했다. 하지만 투어 스케줄을 보니 저질체력은 못 받을 스파르타 일정이었다. 그냥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로 바티칸 성당만 구경하기로 했다. 나의 느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고, 홀로 성당 안을 어슬렁거렸다.

커다랗고 웅장했다. 어느 하나 안 꾸며놓은 곳이 없다. 미친놈 같은 온갖 천재들이 천장부터 바삭 구석까지 조각과 그림을 넣었다. 딱딱한 돌멩이의 조각상은 마치 움직이는 것 같다. 종교의 믿음의 열정과 화려함이 내 눈을 어지렵혔다. 멀미가 나는 높은 천장을 바라보며 경건함과 믿음으로 내 영혼이 정화되길 1초 정도 기도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