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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Oct 09. 2019

부안 내소사

맴맴맴맴 뀌-!!!(매미소리)

 불교도 아니면서 절을 좋아한다. 친구들 중 불교가 꽤 있어 절을 따라다닌 덕에 유명한 몇몇 절을 가면서 국내여행 취향이 절 취향이 되었다. 기억나는 절 중 비가 왔던 하동의 쌍계사와 여수의 향일암 그리고 짙은 초록색과 매미소리가 롹수준이던 내소사다.

 군산 온 김에 들른 두 번째 내소사. 휴가철 막바지고 주말이라 첫 번째 방문 때보단 사람이 많았다. 그땐 반야심경이 흘러나왔는데 이 날따라 전나무길에선 내소사 방송반 모모씨 취향인 김광석 노래가 나왔다. 뜨거운 여름날에 초록초록 전나무 길에서 갬성의 김광석 음악이 안 맞는다 생각했는데 어느덧 나는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며 걸었다.

 핫한 전나무길을 지나 사찰 입구, 아쉽게도 가장 좋아하는 사천왕이 공사 중이다. 고통받는 번뇌의 인간을 보고 싶었는데... 사천왕 발 밑에서 고통받는  인간을 보면 흡사 내가 싫어 한 사람들의 모습이 교차되어 너무 즐거웠는데 힝! 아쉽당!

 공사 중인 문을 지나면 녹음 가득한 사찰의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이 풍경만으로도 번뇌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한참이나 입구에서 서성이며 사진을 찍고 풍경을 눈에 머릿속에 담아 가려고 애썼다. 까먹지 말아야지 힘들 때 이 풍경을 생각해야지. 환기해야지.

 눈이 시리게 시퍼렇게 뚫린 파란 하늘과 오래된 절의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이유는 모르겠다. 조용해서 그런가 아님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척 현세에 소원을 비는 사람을 보며 다 비슷하구나 동질감을 느껴서일까.

 나의 진정한 소원은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기왓장이나 등에 쓰인 소원 대부분은 돈이나 사랑이 많았는데 내가 바라는 것도 물론 돈과 사랑이겠지? 하지만 결국 내가 항상 바라는 것은 건강임을 깨닫는다. 원초적 저질체력이라 건강해서 돈도 벌고 사랑도 해야지 라는 식의 합리화를 한다. 그러므로 이번 소원도 건강을 빈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 모두 건강하기를 기원한다. 몸도 정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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