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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Sep 22. 2019

난개발과 갬성 사이의 제주

워크숍으로 가서 놀다 온 제주 여행기

 새로 잡은 직장에서 일한 지 1년쯤 근로계약서에 회계업무 및 그밖에 속아 워크숍을 어마어마하게 다니는 요즘이다. 첫 번째 워크숍으로 4월에 괴산을 다녀오고 두 번째 워크숍으로 5월 제주를 다녀왔다. 일이 많아 가고 싶지 않았는데 센터장님이 월요일 연차 써서 놀다 오라 하여 냉큼 연차를 썼. 금토 워크숍 월요일 일월은 여행으로 보내기로 함. 야호~

 사실 가고 싶지 않았던 이유 중 또 하나. 몸이 많이 안 좋았다. 장탈이 오지게 나서 배가 너무 아팠다. 그래도 제주도를 향한 의지로 김포공항에서 2배나 주고 배탈약을 구매해 약 털어먹으며 날아갔다.

 워크숍에선 모인 사람들끼리 사업을 논의하고 점심 후 탐방을 갔다. 조천읍에 위치하는 제주생태관광지원센터. 그곳에서 갬성을 즐기러 온 내가 부끄럽게 현재의 제주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지하수가 아파트 5층 높이만큼 줄어든 제주, 개발 포화로 오수를 바다로 내보내고 있는 몇몇 지역의 제주, 제2 공항으로 인한 비자림 나무 자른 사건, 제주 주민들이 아는 폭포길을 개발하려다 중도금 문제로 폭포는 없어지고 공사 중단 모습 그대로 오염된 제주 등 인간이 여행으로 혹은 개발로 제주도를 파괴하는 중이었다. 누구의 잘못일까? 땅을 중국에 팔아버린 제주도민의 문제인가. 공항 만든다고 인간보다 오래 살았던 천년 넘은 나무를 자른 정부의 문제인가. 제주가 좋아서 놀러 간 내 잘못일까. 너무 아픈 이야기를 들어서 나라도 제주도에 다시는 안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굉장 이상한 결론이지만 이젠 난개발로 꾸며진 제주 감성을 즐기면 안 될 거 같다.

 그래도 이왕 잡힌 일정은 즐겁게 즐기기로 했다.

 숙소에서 석식을 예약해서 먹었는데 와~ 진짜 맛있음. 약 털어먹는 중인데 회도 안 좋아하는데 돔은 진짜 엄청 맛있다. 제주 흑돼지도 훈남 직원이 계속 구워준다. 밑반찬도 맛나고 배 탈러는 배탈을 무시하고 먹었다고 한다.

 숙소 이야기를 하자면 회사에서 플레이스 캠프 제주가 이벤트 중이라 싸다며 단체로 예약했다. 2인 1실  혼자 써서 일단 좋았고 침구랑 매트도 엄청 폭신하다. 객실마다 한국 신인작가의 그림들이 걸려있고 팔기도 한다. 방마다 도록도 있더라고. 숙소와 연결된 쇼핑공간도 볼만하고 토요일엔 플마켓도 한단다. 밤엔 힙하게 드럼통 위에 서서 술을 먹게 해 놨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유투버들이 초상권을 침해하며 촬영을 하고 있더라고. 여하튼 저 부분만 빼면 엄청 커다랗고 힙하고 저렴한 숙소임은 확실하다.

https://www.playcegroup.com/


 워크숍 마지막 날인 토요일에 모두가 떠나고 나의 여행만이 남았다. 친구가 주말여행으로 제주를 함께 둘러보기로 해 오후 3시 제주공항을 목표로 홀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당연 나는 차를 렌트하지 않아 반나절 혼자 제주를 둘러볼 시간이 생겼다.

 함덕해변 산책이 하고 싶어 져 성산에서 버스를 50분 정도 타고 함덕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책 읽고 싶어 져 근처 독립서점인 만춘 서점에 들러 책도 한 권 샀다.

 그렇게 소소한 계획을 가지고 도착한 함덕 해변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소리가 엉망진창 개 난장@$&*&*^%%$#

 야외 결혼식 한다고 음악 틀어놓고 행사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돈가든인지 먼지 고깃집에서 향우회에선 노래방 소리를 함덕 해변 전체에 들리도록 틀어놓고 노래하고 춤추고 난리가 났다. 쿵짝쿵짝쿵짝쿵짝. 참고 참고 30분 참다가 결국 함덕 파출소에 민원신고. 그리고 함덕을 떠났다.

 공항이 더 조용하다. 이어폰을 꼽은 채 산 책을 마저 읽으며  친구를 기다렸다.

 노을을 보기 위해 서쪽 애월로 향했다. 애월은 어마어마했다. GD카페보다 더 거대한 하이엔드 제주라는 자본력이 넘치는 카페가 생겼다. 어제 들었던 난개발이다! 예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많았고 인스타 감성 사진 찍기 대회를 구경했다. 빈백에 누운 내가 심사위원이다. 자 다들 갬성적이게 찍어보거라!


 다음날 오전부터 또 엄청난 자본력으로 만든 빵이 엄청 맛있는 미쁜제과에 들러 브런치를 한 끼 했다. 바다도 보이고 논도 있고 대감집을 만들 요량인 듯. 오픈하자마자 가서 조용히 한옥을 둘러본 뒤 사람들이 많아지길래 가파도로 바로 이동했다.

나를 그리는 중

 이번 제주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 가파도에서 자전거 타기! 아마 바다 보며 자전거 타는 게 나에겐 큰 스트레스 타파인 듯싶다. 가파도는 섬이 작아 한 바퀴 도는데 30분도 안 걸린다. 자전거 상태가 좋은 건 아니라 오르막길을 전혀 가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4바퀴나 돌았다. 야호!   

수요미식회의 돔베국수 집
당근케익뷰 구좌상화

 이번 여행에선 맛집도 많이 갔다. 입소문 난 곳들만 갔다. 뭔가 계획적 여행이랄까? 다행히도 전부 맛있었다. 당근케이크 먹겠다고 안 가겠다고 결심한 월정리에 가서 케이크도 먹었지.. 그 날 비가 많이 내려 의도치 않게 비 성도 느꼈지.

 엄청 아팠던 배는 약 때문인지 아니면 스트레스가 완화돼서 나은 건진 육지  때쯤 되니 배탈이 나았다. 다시는 번아웃으로 정을 디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나도 모르게 쩔어있었다. 짧은 제주 여행이지만 어가는 감정을 살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머릿속 한구석엔 성과 난개발 그 사이쯤 와있는 제주가 곧 보라카이나 발리 같은 섬처럼 망가지는 건가 싶어 안타깝기도 했다. 게다가 자본력 넘치는 곳만 다녀와서 더 찜찌름. 앞으로도 제주도에 갈 수 있게 잘 보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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