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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Dec 15. 2019

가을 경주 2

무덤 뷰가 예뻐요!

 강제휴가 둘째 날, 대릉 간다! 어제저녁 대릉원  돌담길을 걷는데 기묘한 불교음악이 나오더라. 그리고 벽에 적힌 시를 몇 개 읽으면서 걷는데 뇌는 멍해지고 마음이 춱춱해지고 코끝은 시리고 갬성인이 되는 기분이었다. 돌담 밖으로 보이는 나무와 무덤의 세월도 궁금하고 불국사 일정도 생각했지만 나는 당장 갬성인 유지를 위해 대릉원으로 향했다.

대존예

 가을의 햇살과 파란 하늘 적당한 기온과 습도로 산책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날이다. 대릉원에 세월이 보이는 나무들도 광합성 중이고 나도 함께 광합성을 했다. 그러다 뜬금 긴 줄을 보았다.

 아 인스타그램 사진 성지인 듯. 지나가던 외국인도 여기가 히스토리 스팟이냐며 물어보길래 인스타그램 핫스팟 이라고 대답해줬다. 괜스레 동요되어 줄 서있다가 어떤 뷰인가 궁금해 이탈해서 어떤지 훔쳐만 보고 나왔다.

 아직 단풍은 없지만 우거진 나무에 그늘이 시원해서 좋았다. 담 너머로 보이는 인공적 한옥이 조선시대 양반이 된 기분도 나게 한다. 신라와 조선시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대릉원 너무 좋구나. 하늘과 햇살이 주는 asmr을 느끼기 중.

 대릉원 안의 정원. 포토존. 물에 비치는 나무와 무덤. 우리 집 정원이었으면 좋겠다.

 이곳에선 삼각대 깔고 인생 샷 찍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대릉원 안내소 분들이 포토존이라고 광고하시기도 했다. 또 동요되어 따라 셀카를 찍었지만 장소의 분위기와 얼굴의 대비가 심해서 실패.

 신 천마총 앞에서 시니어 직원분이 화랑 옷 입기 체험을 무료로 진행하는데 화랑 옷 입고 천마총 앞 인증으로 나의 경주 인증을 남겼다. 조금 웃긴 사진이 될 것 같아 브런치엔 올리지 않겠다.

 점심을 챙겨 카페에서 쉬다 지도를 안 보고 돌아다니기에 도전했다. 그렇게 길이 어렵진 않아 모조리 한옥카페를 만들어버리려는 황리단길을 거쳐 계림, 월정교, 교촌마을을 한 바퀴  수 있었다.

 황리단길에선 한국에서 유행하는 인테리어를 전부 본 것 같아 팬시해진 기분을 얻었다. 또 난개발도 우려되었다. 나중에 전주처럼 혹은 북촌처럼 프랜차이즈만 가득해 가고 싶지 않게 변할까 우려스럽지만 아직까진 골목과 골목이 걷기 좋고 예쁜 것들이 넘쳤다.

 명한 책방도 가고 소품 샾에 가서 기념품도 사고 커피도 맛있고 혼자 다니기 좋았다.

 첨성대를 지나 계림에서 보는 풍경도 또 비슷하면서도 달랐고 교촌마을에 좁고 반듯하지 않은 옛날 길도 좋았다. 자꾸 막 다른 길 나와서 홀로 길탈 출 게임도 했다... 하... 

 본성이 물가를 좋아하는걸가? 월정교가 보이는 벤치에 햇살을 등지고 앉아 물 마시며 한참 앉아 있었다. 좋은 날 좋은 곳을 걷는 것만으로 살아갈 힘이 생기는데 그러다가도 왜 금세 깝깝함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다른 곳으로 떠나라는 신호인지 마음 깊이 우울한 건지 알 수가 없다. 여하튼 이 스팟은 신안정으로 최고다. 찜찜찜.

 이 날 걸어 다닌 걸음수는 사부작사부작 산책이 아닌 파워워킹 수준.

 다음날 집에 올라가는 날이라 숙소로 돌아가기 아쉬워 노을 풍경을 찾아 들어간 카페. 나중에 알았지만 이 카페에서 공유님이 화보를 찍었다고 한다(TMI).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쌀쌀해졌다. 따뜻한 민트 티를 마시며 어두워지는 경주의 한옥동네를 바라보았다. 서쪽 나라 사람에게 딱히 만족스러운 석양은 아니지만 건물이 한옥이라 나름 감성적인 석양이었다.

 기차로 오기에 교통이 거지(?) 같은 경주지만 충분히 걷고 감성 채우고 간다. 다음엔 봄 + 평일에 방문해야겠다. 꼭! 차 타고. 안녕 경주! 다음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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