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톢이 Sep 03. 2020

정동진 썬크루즈, 양양 낙산사

평화로운 일상인 줄 알았다.

 올 2월쯤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미스터 트롯에 빠져 정동진 크루즈 호텔에 가겠다며 예약한 강원도 여행. 분명 예약할 땐 코로나가 없었는데 출발할 때 코로나가 엄청난 기세로 확진 중이었다. 음식 포장해서 먹고 숙소에만 있겠다며 2박 3일 조심스럽게 다녀왔습니다.

속초 청수초 물회 - 양양 쏠비치 - 정동진 썬크루즈 - 양양 낙산사

오랜만에 간 물회 집은 카페인 줄. 자리가 꽉 차다 못해 줄 서서 먹는 곳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매장이 텅텅 비었다. 사람 없는 물회 집 풍경이 감성 카페 뺨치게 좋다. 숭어(송어?)가 가득한 물회를 포장해서 바로 숙소로 이동했다.

 도착한 숙소에서 겨울바람맞으며 살짝 산책을 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사온 물회와 과자를 먹으며 미스터 트롯을 보며 숙소에만 있었다. 방콕. 코로나에 엄청난 확산세로 미스터 트롯 촬영도 밀려 1회짜리 2개로 쪼갰어서 노잼 노감동. 이라고 욕하면서 재밌게 보며 하루를 보냈다.

 썬크루즈 가는 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일출 봐야 하는데 또 비라니. 이것 참 난감하다. 가기 전 점심을 챙겨 먹으려 곰치국을 챙겨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데 유명한 음식이란다. 겨울에 먹을 수 있고 잘 안 잡혀서 비싸단다. 흐물흐물하고 물컹한 생선에 하얀 국물이 진짜 시원하고 속이 편안한 음식이었다. .

 도착한 썬크루즈 신관. 비는 그칠 기세가 아니다. 일몰은 빠르게 포기다. 이곳도 급 방역이 시작되어 마스크를 끼고 명부를 적기 시작했다. 예약 취소가 많다며 방도 업그레이드해주어 원래 예약한 방보다 넓은 곳에 묵게 되었다. 하...

 속초에서 사 온 만석 닭강정과 숙소에 비치된 네스카페를 내려먹었다. 닭강정과 블랙커피의 조합이 심상치 않다. 너무 맛있다. 바다 냄새와 바다 풍경이 어우러져 닭강정 폭식을 불러온다.

 호텔의 소리가 짱짱한 JBL 블루투스 스피커로 새로 나온 방탄 on 100번쯤 들었다. 미스터 트롯 노래도 백번쯤 들었다. 캬캬 숙소 안에 넓은 욕조가 있어 반신욕도 하고 밀리다 못해 구석에 처박힌 책도 읽었다.

 아다니지 못했지만 나름의 소확행을 느꼈다. 집에서도 하는 짓 똑같이 하는데 장소 하나 바뀌었다고 이것 참 힐링이다.

 집에선 음악 크게 못 들으니까.

 집에는 욕조가 없고 집 근처는 바다가 아니니까.

 집을 치워도 되지 않으니까.

 내 방보다 매트랑 침구가 좋으니까.

 사치스러운 느낌도 들기도 한다. 이것이 호캉스의 이유인가 보다.

 2박의 호콕을 마치고 낙산사에 들렀다. 낙산사는 4대 관음성지이며 봄이 오려는지 곳곳에 새싹이 보였다. 굽이굽이 길을 지나 부처님께 초를 올렸다. 코로나가 얼른 종식되고 여행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원했다. 관음상 아래 두꺼비도 만지고 왔는데 공덕이 부족건지 과한 소원을 빈건지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언제쯤 이루어질까......

 강원도 여행 마지막 날 한 식당에서 가게 사장님이 장미허브분양해주셨다. 향이 좋다 했는데 갑자기 장미허브 대가리 댕강 잘라주셨다. 작은 대가리 두 개 받은 것을 현재까지 열심히 키워 2명에게 분양까지 했다. 식물의 생명력을 보며 열심히 삶을 버텨나가고 있다.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할 때 떠났던 강원도 여행. 지금도 코로나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행 글을 쓰며 추억팔이 하며 다시 돌아다닐 꿈을 꾸며 스스로에게 위안받고 있는 요즘이다.

 코로나로 모두가 예민해졌고 스스로를 가두며 지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가 얼른 끝나 모두가 편히 돌아다니는 평범한 일상이 돌아오길 다시 한번 초 없이 기도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경주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