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올 수 있을까
피렌체에서 가장 먼저 만난 건 티본스테이크다. 고기고기 소고기 소고기~ 육회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티본을 안 먹을 수 없지. 사실 현지인의 티본을 도전하고 싶었으나 완전 쌩고기라 하여 적당한 날고기(관광객st) 티본을 먹었다. 일행을 만나 고기와 와인으로 배를 채우고 조토의 종탑으로. 식후 계단 운동이 제격이지! 호우!
피렌체는 오기 전부터 기대가 많았다. 이탈리아를 다녀온 지인들이 피렌체를 강☆추★극☆찬★을 했기 때문. 냉정과 열정사이도 한몫했고. 강한 기대는 기시감을 불러왔고 기대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영화처럼 아름답고 아련한 감성은 드론 때문이라 의심했다. 그래도 확실한 건 이 도시는 감각적이고 붉은 지붕은 넘실넘실거린다.
계단운동 후 저질체력 충전을 위해 피티 궁전 앞에서 노숙을 하였다. 행복한 노숙 그리고 낮잠.
마음속 1등 피렌체의 모습은 석양이다. 카메라로 절대 담기지 않는 도시의 모습. 강가에 아른거리는 집과 피렌체의 분위기가 해지는 시간과 잘 어울렸다. 볼트모트마냥 영혼의 조각을 액세서리 상가 까르띠에 시계태엽에 놓고 간다.
이튿날, 천재들이 공부했던 기운을 느끼기 위해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에 들렀다. 별거 아닐 수 있는 도서관이지만 그냥 도서관을 좋아해서 좋았다. 사람들이 무언갈 이루기 위해 집중하는 분위기, 혹은 조용한데서 쉬어가는 쉼(주로 나의 모습)의 도서관이 나는 좋다. 계단의 상징적 의미도 좋고. 어두침침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다 보면 넓고 트인 세상이 보일 거라는데......열심히 공부하는 척이라도 했다.
오후엔 이태리 시티투어에서 우피치 미술관 투어를 받았다. 미술관 내부에서 보이는 피렌체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좋은 공간은 좋은 뷰가 함께하는구나 다시 한번 깨닫기.
투어는 분명 유익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어제 돌바닥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엉덩이랑 허리가 쑤셔가지고. 그래도 보티첼리의 봄은 해석이 다양했고 그림도 크고 잡초 하나 대충 그린 것이 없어 마음에 드는 그림이었다.
우피치 투어 후 약식 시티 투어도 받았다. 헤매며 걸었던 길을 가이드가 지름길만 찾아 요리조리 다닌다. 길을 잃으며 골목을 걷던 게 억울하기도 했지만 그만큼의 많은 것을 보았다 위로해본다. 두오모가 빼곰이 보이는 사진 포인트와 조각상의 의미들, 숨겨진 이야기가 피렌체의 분위기와 합쳐져 기시감을 떨치게 해주었다. 그리고 매혹적인 피렌체가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또... 자산이 많아야 한다는 깨달음... 메디치 가문이고 싶어요.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에 앉았다. 티라미수를 먹으며 마지막 피렌체의 밤을 음미했다. 마침 카페 앞에선 노상 공연이 한창이다. 무언가 뜬금없어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보며 나도 돌아올게 안녕 피렌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