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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about florence

siena, san-gimignano, pisa

by 성포동알감자

영어 듣기도 못하면서 당당하게 영어로 된 투어를 신청했다. 일명 베스트 오브 토스카나. 짬뽕적 투어로 토스카나 소도시 3곳과 약식 와이너리를 하는 이태리 현지 투어이다.

시에나 - 점심과 와인 시음 - 산지미냐노 - 피사 일정

시에나 전문 가이드님은 패션피플이었고 이태리식 영어 발음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어차피 모르는 거 쿨하게 이어폰을 빼고 시에나의 분위기만 느꼈다. 1. 피렌체랑 비슷하지만 피렌체보다 낡았구나 2. 배고프니 얼른 점심이나 먹었으면 이란 생각만 했다.

끔찍한 영어 듣기 평가가 끝난 뒤 점심을 먹기 위해 한적한 이태리식 가든으로 향했다. 샐러드와 펜네 볼로네제가 제공됐고 안주로 2가지 치즈 덩어리와 햄이 제공됐다. 물론 안주와 와인은 무제한 리필이다. 와인은 화이트 와인, 2가지의 키안티 와인, 후식용 화이트 와인이 나온다. 한국적인 느낌으로 비유하자면 경복궁 안에 비원을 전문 가이드가 설명해준 뒤 근처 풍경 좋은 곳에서 산채 비빔밥과 다양한 막걸리를 시음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파스타는 짜지 않아 맛있었고 와인 중에선 후식으로 먹는 스위트 와인과 아몬드 과자가 최고였다.

다음 장소는 작은 중세마을인 산지미냐노. 도착하자마 젤라토 챔피언에서 1등을 2번이나 한 돈도리에서 아이스크림 후식을 먹었다. 1등이라고 특별한 맛은 없었다. 어느 가게던 맛이 다 비슷하고 중요한 건 막 사 먹어도 다 맛있다!

동네를 찬찬히 돌았다. 중세를 대표하는 높은 탑들과 노란색의 도시(누리끼리), 따스한 햇살이 시간이 멈춘 중세 동네와 어울렸다. 성곽 쪽 언덕에 올랐더니 토스카나 지역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잊지 못할 풍경이다. 그냥 좋다. 이 말밖겐. 프랑스 수학여행객이 오기 전까지 따뜻함 + 조용함 + 평온함이란 삼박자를 만끽했다. 아 그저 좋았다.

목소리는 자체제거해서 듣기

투어의 마지막인 피사로 향했다. 이 동네엔 피사의 탑 말고 딱히 관광지는 없었다. 하지만 피사의 매력은 아무래도 열정적인 사람들의 사진 찍는 모습이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국적은 다르지만 피사 인증 열정은 한마음이다.

오늘의 투어는 와인 전과 와인 후로 나뉜다. 와인 전인 오전의 시에나 영어 투어는 슬펐다. 와인 후의 산지미냐노는 행복했다. 이동하던 버스에선 토스카나 풍경의 한적함을 만끽했다. 머리숱 없는 올리브 나무, 민머리 포토밭, 복슬복슬한 노란 꽃, 붉게 타는 석양까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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