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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Sep 01. 2020

뉴트로 남해

남해 할머니네서 방콕

 6월 중순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쉼과 힐링으로 조용히 남해에 다녀왔다. 코로나 시국이라 여기저기 다니기도 불편하고 남해는 관광지는 많진 않지만 워낙 자연경관이 좋아서 논뷰보며 커피 마시고 바다 보면서 장어 먹고 그것이 남해의 핵심 아니겠는가. 단지 비가 와서 2번이나 못 본 보리암만 보면 매우 행복할 것 같다. 4시간 반 차로 달려 가장 먼저 번화한 읍에 도착했다.

 읍에서 옛날 모습의 버스승강장을 보고 놀랬다. 저것도 리뉴얼 된 거란다. 안에 티브이가 있고 주위로 할머니들이 수다 떨며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 간격이 1~2시간이라던데 지겹지 않으신가 생각이 들었지만 읍의 버스정류장은 마을 거점공간이겠구나 싶었다. 버스 기다리면서 친구를 만나고 도란도란 쌓인 에피소드도 풀고 남해 할모니 및 주민들이 (나름)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였다.

 그리고 할머니들이 읍까지 나오는 이유가 목욕탕과 미용실이라고 한다. 꼭 때를 밀고 염색을 하고 파마를 한단다. 장까지 봐서 바리바리 물건 들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나온 김에 모든 일을 처리하는 거지! 이것이 남해 라이프.

사용하지 않는 목욕탕

 남해에서 만난 내 기준 옛날 감성들을 찍어보았다. 오꼬시, 박산은 처음 들어보는 말이고 신세대라는 표현 20세기 이후 처음 본다. 20년이 넘은 코카콜라와 진로 소주컵도 발견! 레트로라기엔 그냥 예전부터 버리지 않고 가져온 거겠지?

 세월을 유지한 읍 거리 사이마다 이곳도 감성카페 유행인지 눈에 띄는 카페가 간간히 보였다. 카페인 충전을 위해 들어간 감성 카페도 주인은 타지에서 살다 고향인 남해에 돌아와 카페를 차리셨다고 한다. 뒷자리에선 청년 유입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나가는 길엔 축구복을 입은 초등학생이 엄마가 선결제한 게 있다며 겁나게 비싸고 휘핑을 잔뜩 얹은 아이스초코를 들고 가는 쿨한 모습도 보았다. 초딩플렉스~ 근처엔 고급 프랑스 빵집도 있고 그 옆엔 안어울리는 음란해보이는 오래된 다방도 있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오렌지맛, 포도맛 슬러시와 떡볶이가 파는 가게가 건너편에 있다. 초등학교 때 본 풍경과 요즘 풍경이 뒤섞여서 이게 요즘 유행인 레트로 감성인가 다시 생각해보았지만 그냥 혼란인듯.

 읍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낀 나와 다르게 남해 친구들은 추억팔이에 빠져 한참 수다를 떨었다. 나는 옛날 기억을 잘 못하는데 친구들은 끝없이 떠올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추억팔이를 하며 친구의 남해 할머니 댁으로 귀가했다. 뒤는 산이고 앞은 바다로다. 집은 시골집이고 동네에 벌레랑 개구리가 아주 시끄럽다. 이런 소리가 힐링이라는데 나에겐 낯선 소리다. 게다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시끄러워! 닭(새끼)는 4시부터 쳐 울어 가지고! 잠을 설쳤다. 저 닭ㅅㄲ를 꼭 잡아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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