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인가 여행인가
이제 제주에 오면 항상 성산읍으로 간다. 사람이 많지 않고 번화하지 않기 때문. 구 번화가라 편의시설 있지만 사람이 적고 걷기 좋다. 함께 간 친구도 같은 연유로 성산을 좋아했다. 하지만 코로나 거리두기가 풀린 직후에 5월 황금연휴가 겹쳐 성산에도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애월이나 월정리처럼 만큼은 아니지만 숙소가 가득 찰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비도 내렸다. 아메온나인 나를 반기는 듯 비가 뚝.. 뚝.... 기온도 떨어져 몸은 서늘하기까지 했다.
대정읍과 마찬가지로 성산에서도 아무것도 안 했다. 그저 맛있는 걸 먹고 산책하고 쉬기만을 반복했다. 광치기 해변을 산책하면서 플로깅도 하고 쓸쓸해 보이는 바다를 보며 걸었다. 이 날 광치기 해변 지형이 눈에 콱 들어왔다. 해변의 돌과 제주만의 바람이 흐린 날과 어울렸다. 떨어진 기온으로 싸늘해진 몸과 정신을 더 쓸쓸하게 만들었지만 이런 기분 나쁘지 않았다. 감성형 인간이 된 것 같아 뭔가 느낌 있어 보였다.
세화쪽으로 기념품을 사러 갔다. 바로 성산포소주! 시장이나 다른 슈퍼도 팔지만 이곳이 소주가 가장 싸다는 특급정보를 얻었다. 성산포소주 이미 친구 집에서 2병을 마셔 본 술인데 너무나 내서타일임. 제주에만 팔아서 일부러 꼭 사러 가야 했다. (지금은 어째서 온라인에서도 판다) 세화의 제주 한잔(@jeju.hanjan) 이곳은 다양한 제주 전통주를 판매하는 곳이다. 그중 내 입을 혹하게 한 성산포소주는 우리소주조합에서 만든 지역 소주로 가평, 강릉, 당진, 성산포(제주)가 지역 쌀을 이용해서 만든 소주이다. 제주 한잔의 가장 좋은 점은 3가지까지 술 시식 가능하다는 점이다. 드라이한 술이 취향인지라 맛본 술 중 미상도 함께 구매했다. 내가 너무 신나게 시음을 해서 시음이 끝나고 사장님이 서비스도 주셨다. 키위라는 술. 샷으로 주셨는데 40도짜리 증류주이다. 서비스는 감사했으나...... 식도가 탈 뻔. 역시 아직 술찌라 40도는 무리인가 보다.
친구가 나를 위해 맛나 식당을 예약해주었다. 새벽 5시쯤 일어나 오픈런 예약을 해서 먹게 된 것. 슈퍼 인기 식당이라 평일 월요일인데도 예약자가 많았다. 우리는 고등어와 갈치가 섞인 조림을 주문했다. 엄청 맛있다는 아닌데 가격에 비하면 진짜 맛있는 갈치조림이었다. 하지만 난 첫끼고 아침밥도 잘 안 먹어서 먹히지가 않았다. 하지만 옆 테이블에서 갈치조림 사진에 진심인 어머니들을 보고 나도 갈치조림에 좀 더 진지함을 담아 먹어야겠다며 반성했다. 덕분에 제주 요양 마지막 끼니인 아침까지 든든히 먹고 요양을 끝냈다.
먹는 걸 좋아하는 친구 덕에 맛있고 유명한 제주 음식을 많이 먹었다. 보말죽, 갈치조림, 고기국수, 소금빵(?????), 생선구이, 고등어회 등 그리고 여행 말미에 먹방러스러운 신박한 질문을 받았다.
제주에 와서 한 가지만 먹어야 한다면 무엇을 먹을 거냐
진심으로 진지하게 맘속 깊은 곳부터 고민하여 전복죽 vs 보말죽으로 좁혀졌다. 의외로 회가 기억에 남지 않고 죽이라니... 하지만 두 가지가 좁혀지지 않는다. 다음에 제주에 가게 된다면 그리고 한 가지만 먹어야 한다면 무엇을 먹을까? 원픽을 향해 다시 심사숙고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