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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Oct 23. 2022

가을은 파종의 계절

양귀비, 물망초, 수레국화, 코스모스

 동네 하천길에 금계국, 서양 클로버, 달맞이꽃 등 잡초급 혹은 생명력이 엄청난 꽃이 살고 있다. 매년 꽃이 피고 씨가 떨어지고 시기가 되면 또 피는 꽃들. 근데 올해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꽃들이 한가득 피었다. 대부분은 수레국화와 양귀비꽃이고 간간이 니겔라 꽃과 이름을 찾지 못한 꽃들이 한가득이었다. 꽃을 구경하는 건 50~60대 언니들과 할머니 그리고 나. 오지랖 떨며 꽃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그저 예쁘다고만 하신다.

 작년에 도시재생 사업으로 옆동네에 코스모스씨를 마구마구 뿌린 적이 있었다. 그러데이션 된 코스모스부터 다양한 핑크의 코스모스가 군락을 이루었다. 들꽃을 채종해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채종 하면서도 이것들이 다시 자랄까? 하는 마음으로 씨앗을 채집했다. 그리고 올 겨울 친구 밭에 씨를 버리듯이 내던지고 왔다. 코스모스의 생존력을 우습게 봤고 올해 코스모스 밭을 가지게 되었다. 코스모스 씨앗은 추운 겨울 더운 여름을 이기고 나 만큼 키가 자랐고 9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다. 중간에 태풍이 두 번이나 지나가면서 죽겠지? 했는데 누워버린 코스모스는 줄기에서 삽목이 되는지 줄기마다 뿌리가 나서  새 줄기가 생기고 또 꽃이 피고 덩굴을 이루어 친구에게 엄청 혼이 났다. 코스모스 너 대다나다.

  코스모스의 소중한 경험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씨가 맺기를 기다렸다. 어차피 시는 꽃이 시들면 전부 베어버리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채종을 해야 했다. 네이버의 꽃사랑이 가득한 블로거들의 도움을 받아 수레국화와 양귀비 꽃 채종에 성공했다. 말라죽은 3월부터 피어있던 비올라의 씨도 채종 했다. 양귀비는 진액 같은 게 나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미 옷에 묻어서 지워질 생각이 없다. 채종한 씨앗은 종이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뒀고 양귀비 씨는 덩어리들이 마르면 대가리 쪽이 터지면서 가루 같은 씨가 우수수 쏟아진다 하여 상자에 담아 양귀비 씨를 보관했다. 그러고 까먹어서 더워질 때쯤 상자를 봤더니 양귀비가 터져서 상자 바닥에 한가득이었다.  

저만큼이 겨우 이 만큼이라니 - 양귀비 씨

 그렇게 봄과 여름 사이에 얻은 씨는 가을에 파종을 해야 한다. 수레국화, 양귀비는 2년생 꽃인데 가을에 심어 영양생식 시키고 겨울에 노지를 견딘 후 봄에 다시 싹이 나면서 꽃이 피우기 때문에 2년생으로 분류한다고 꽃사랑 네이버 블로거가 알려주었다. 수레국화는 심는 걸 까먹고 작년에 사둔 물망초 씨앗과 하천길에서 얻은 양귀비 씨만 파종했다. 9월 초 막 뿌려두고 (또) 까먹고 있었는데 저번 주에 가보니 초록 것들이 많이도 올라왔다. 이 꽃들이 내년 봄에 필 것을 생각하니 몸이 따스해지는 느낌이다. 겨울은 가드닝 하기에 좋지 않고 식물도 집안에 둬야 하고 나무도 휴면기라 정말 재미없는 시기이다. 게다가 난 추운 날에는 임종 시기라서 겨울잠만 자야 한다. 이렇게 가을에 싹이 나고 겨울을 버티고 봄에 개화하는 꽃들처럼 겨울을 함께 견뎌내야 한다. 겨울을 버틸 것이다!! 내년에 부디 알록달록 따스한 봄과 함께 꽃으로 만나 뵙기를.   

양귀비(마약 아님)
물망초(상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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