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톢이 Oct 29. 2022

바야흐로 김장의 계절1

생활 텃밭 클럽 김장 편

 나는 가드닝도 3년 차지만 옥상텃밭도 3년 차이다. 가드닝은 집에서 하기 때문에 홀로 해내지만 옥상텃밭은 규모도 집에 5배 정도 규모라 행복마을관리소 송선생님과 함께 꾸렸었다. 흙을 고르고 거름을 주는 건 송선생님 담당, 모종을 심고 솎고 수확은 내가 담당했다. 고추와 토마토를 따먹고 상추를 잡초 키워먹고 도라지도 키웠다. 하지만 작년에 송선생님이 그만두면서 올해는 홀로 옥상텃밭을 돌봐야 했다. 흙과 햇볕이 아까워서 몇 번이나 흙을 고르고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꽃을 심었지만 너무 힘들었다. 결국 잡초밭이 되었고 반은 동네 할머니들에게 주었다. 그렇게 텃밭 욕심을 내려놓았는데 자주 가는 책방에서 옥상텃밭 모임을 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http://www.insidethevillage.com/togather/?idx=343

 그렇게 다시 다른 곳에서 옥상텃밭을 시작했다. 텃밭 모임은 총 7명이 신청했다. 2명이 텃밭 모임을 주도하는 호스트이다. 호스트들은 밭 모임 시작 전 땅을 고르게 만들고 거름을 주고 큰 잡초를 뽑아놓았다. 우리는 모종 심는 것부터 모임을 시작했다. 그렇게 텃밭 모임 첫날엔 잡초를 2차 뽑고 배추 모종과 무 씨앗을 심는 작업을 했다.

 그렇게 2주마다 모임을 가지며 밭을 함께 가꾸었다. 평일에는 돌아가면서 물을 주기로 했다. 다행히 책방 옥상엔 호수가 있어 물 주기도 수월했다. 9월엔 비가 적당히 와서 물 주기가 훨씬 수훨했다. 작물은 농약 없이 키우기로 해서 벌레 테러 우려가 있었지만 태풍도 견뎌낸 배추와 무는 벌레 없이 잘 성장했다. 하지만 결국 10월이 지나고 우리의 배추와 무에 벌레가 들끓기 시작했다. 농약을 안 써서 그런지 진딧물이 진짜 대박 많이 생겼다. 배추 하나는 진딧물이 다 먹어버렸고 다른 배추에 막 번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벌레 대처법은 모르기에 인터넷으로 검색한 대로 벌레퇴치를 진행했다. 진딧물이 많은 배추를 뽑고 이 이후로 물을 탄 소주 혹은 막걸리에 사카린 섞은 물을 매일 뿌려주는 민간요법이었다. 이렇게 물 주기 퀘스트 + 소주 뿌리기 퀘스트가 추가 생성되었다.

 생각보다 민간요법은 효능이 좋았다. 진딧물은 일주일 안에 잡혔다. 하지만 배추벌레는 쉽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배추벌레를 숙청했고 소주 물을 돌아가면서 뿌려줬다. 무청을 뜯어먹고 배추를 뜯어먹었지만 계속해서 소주를 뿌려주니 개체수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 적당한 배추 겉잎 몇 장을 벌레에게 내어주며 키웠다. 작물은 모든 주변 농부들 우려와 다르게 쑥쑥 자라났다.

 밭 모임 3번째엔 개인 화분을 받아 각자 원하는 작물을 심기도 했다. 대부분 시금치, 당근, 루꼴라 등을 심었는데 나는 프로개님에게 받은 아스파라거스 씨앗이 있어 그것을 심어주었다. 아니! 근데! 아스파라거스가 1년 작물이 아니라 다년생 작물이라 3년 이상은 키워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나 홀로 3년 퀘스트를 얻었다...

 4차 밭 모임엔 플로깅도 했고 6회 차 모임이었던 오늘은 작물을 솎아주면서 맛도 보았다. 당근도 먹고 배추도 뜯어먹고 아욱도 뜯어먹고. 다음엔 쌈장을 가져와야겠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엔 노석미 작가님의 매우 초록 책을 읽으며 책모임도 가졌다. 매 회차엔 밭일이 끝나면 밭일 소감을 가지는데 감수성이 매우 떨어지는 나는 1분 만에 작성하곤 한다. 감수성이 풍부한 다른 멤버들은 참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고 남다른 소감을 표현한다. 함께 보낸 시간들로 텃밭 멤버 하고는 내적 친분이 매우 커졌다. 2회밖에 남지 못해 아쉽지만 아주 큰 퀘스트가 남았다. 8회 차엔 김장을 해야 한다. 우리는 직접 배추를 절여 김장을 할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은 파종의 계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