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동생 덕분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이건희 컬렉션에 다녀왔다. 티켓팅은 관람일 14일 전 저녁 6시부터 시작된다. 난 퇴근하느라 까먹고 집에 왔는데 역시 문화인 동생이 9월 28일 티켓팅에 성공해서 덕분에 갔다 왔다.
전시장은 사실상 단출했다. 그림의 개수는 많지 않았고 수련은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자연광의 변화를 느끼며 감상했던 터라 인공조명에 어둡게 있는 수련은 와닿지가 않았다. 개인적으로 피카소의 도예작품이 맘에 들었다. 피카소가 할아버지 시절 마구마구 만들어 낸 느낌. 피카소는 그림도 잘 그리면서 저렇게 대충 무심하게 만든 도자기가 너무 귀엽다.
타이밍이 좋아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볼 수 있었다. 압도적 크기. 압도적 전기세(?). 전기세가 많이 올라서 낮에만 잠시 전시하는 걸까?라는 현실적 생각도 해보았다. 티브이를 보며 꼬불꼬불 올라가다 보면 멍해지면서 저건 옛날 티브이라 전기를 더 많이 먹을 텐데 전기세 얼마일 까만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볼 것은 많이 없지만 서울대공원과 이어지는 산책로와 조경이 잘되어있어 걷기가 좋았다. 날씨도 좋았고 오랜만에 보는 호박 작품도 좋았다. 초등학교 시절엔 4호선 라인 살아서 소풍은 항상 서울대공원, 서울랜드여서 지겹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곳만큼 조용하고 걷기 좋은 곳이 없었다. 라테는 말이야~ 대공원 계곡에서 고기도 먹고 물놀이도 했었는데 지금은 다 막아놓았다. 그게 맞지만... 지금은 경마장 옆 대공원 저수지에 자살사건도 많고 동물을 유기하는 사건도 많다고 한다. 아마 옛날에도 많았겠지만 지금 사람들처럼 관심이 있는 건 아니어서 화두가 되지 않았던 거겠지? 말이 산으로 갔지만 라떼나 지금이나 이곳은 소풍으로 딱이다.